▲ 제주에어를 설립한 애경그룹 로고(위 왼쪽)와 한성항공 로고.한성항공이 도입할 예정인 ATR72기.(아래) | ||
국내에 초저가 항공사의 등장이 임박해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김포∼제주 간 항공요금은 6만원대. 저가 항공사들이 내세우는 요금은 기존 가격의 60∼70%인 4만원이 조금 넘는다. 서울∼부산 간 KTX(고속철도)의 요금이 4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거리상으로는 기차보다 싸다.
이렇게 싼 요금의 비행기가 곧 국내에 등장한다. 지난 3월31일 (주)한성항공은 건설교통부에서 부정기 항공운송사업 등록신청을 마치고 저가항공 취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다른 저가항공사인 (주)제주에어도 3월25일 제주도 본사 사무실을 열고 내년 취항을 목표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월24일 대한항공의 새로운 유니폼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조양호 회장은 저가항공사업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양분한 국내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뛰어들어 기존 항공사들로서도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장 먼저 사업을 추진한 곳은 청주에 본사를 둔 한성항공이다. 한성항공은 이미 6월 청주∼제주 노선 취항을 목표로 후속 작업에 한창이다. 8월에는 김포∼제주 노선을 취항할 예정이다.
한성항공이 본격적으로 항공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여행업계, 항공화물업계 그리고 사모펀드가 공동으로 투자해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해외지점장을 지내며 불모지에 항공사 지점을 세운 경험이 많은 한우봉씨(53)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들이 기존의 항공화물업체인 한성항공을 인수한 것이 지난해 8월. 이후 한성항공은 55억원이라는 자금을 확보하고 1년이 안되는 짧은 시간에 취항을 앞두고 있다. 한성항공이 이렇게 빨리 취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기노선 등록을 포기하고 비정기 노선을 등록했기 때문이다. 정기노선은 하루 몇 회 이상 정해진 시간에 무조건 운항을 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있지만, 비정기 노선은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때문에 처음 비행기 1대로도 시작이 가능하다.
한성항공은 기존의 제트기보다 연료효율에서 훨씬 뛰어나다는 터보프롭기인 ATR72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탑승정원은 72명으로 중소형기로 분류된다. 기체가 작기 때문에 이착륙 거리가 짧아 연료가 절약되고, 유지와 보수에 드는 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경제적인 기체이지만 국내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아직은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한성항공은 “터보프롭기는 착륙시 접근속도가 느려 사고발생이 많은 착륙단계에서 안전성이 높고, 엔진고장시에도 활강이 가능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터보프롭기가 제트기에 비해 사고율이 적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지비용이 적은 항공기를 도입하는 것 이외에도 서비스, 회사 조직, 마케팅 분야에서 몸집을 최대한 줄여 저가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겠다는 것이 한성항공의 계획이다. 한성항공의 김재준 부사장은 “기존 항공요금이 비싸서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이 저가항공으로 몰리면 국내노선에서는 충분이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 하나의 저가 항공사인 제주에어는 내년 상반기 정기노선 취항을 목표로 신중하게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에어는 저렴한 대중교통수단을 원하는 제주도민의 요구로 제주도의 행정지원을 받아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사업의 시초였다. 지난 1월25일 제주도에서 50억원, 애경그룹 6개사에서 1백억원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했다. 제주에어의 주상길 대표이사(61·전 애경소재 대표이사)에 따르면 애경이 가지고 있는 유통과 투자관련사업에 대한 시너지효과가 크기 때문에 항공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정기노선을 위해서는 최소 5대의 항공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추후 애경에서 50억원을 증자하고 따로 2백억원을 확보해 4백억원 규모로 운항을 개시할 예정이다. 현재 제주에서 김포, 대구, 부산, 청주를 오가는 4개 노선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지금은 항공기 기종을 선정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제주에어도 저가항공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항공수요가 더 늘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럴 경우 경쟁업체는 기존 대형 항공사가 아니라 KTX와 고속버스가 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제주에어의 김경춘 기획관리팀장은 “대형항공사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장거리를 뛰어야만 손익을 맞출 수 있는 구조여서 국내노선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저가항공에 대한 필요성은 많이 제기되었고 분위기는 무르익었다고 본다. 다만 지금껏 대형 항공사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한편 대한항공은 오래전부터 저가항공 진출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 수요가 없어 진출할 계획이 없고,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중거리 노선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지분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뛰어드는 것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얘기는 추후에 예상되는 후발 저가 항공사들이 중국과 일본쪽으로 셔틀 노선 진입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