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일본의 <스포츠왓치>는 ‘김연아, 진흙탕 소송전쟁으로 인기 그늘’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전 소속사(IB스포츠)와 수익 배분을 둘러싼 소송을 진행 중인 ‘피겨여왕’ 김연아(21·올댓스포츠)를 꼬집은 것이다. 일본 피겨선수들에게 최강의 상대인 한국의 일인자를 흠집 내려는 의도가 있다고 폄하할 수 있지만 국내에도 김연아의 최근 행보를 우려하는 시선도 제법 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김연아 주식회사인 올댓스포츠(대표이사가 김연아의 모친 박미희 씨)가 경기도 군포시가 추진 중인 ‘김연아 거리’ 조성 사업의 중단을 요청하기도 해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8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의 결별을 시작으로, ‘김연아 상가 쪽박’ 등 뒤숭숭한 소문이 많은 터였다. 김연아를 둘러싼 최근의 잡음과 그와 관련된 뒷소문의 진실을 살펴봤다.
김연아가 법률대리인(법무법인 지안, 이상훈 변호사)을 통해 IB스포츠를 상대로 ‘수익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하나 확인됐다. IB스포츠는 올댓스포츠의 설립 당시 ‘임원이 퇴직할 경우, 2년간 동종업계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임원계약서 조항을 문제 삼아 이전 구동회 전 IB스포츠 부사장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올댓스포츠로 옮겨간 구동회 전 부사장은 ‘자문’으로만 활동했었다. 그런데 IB스포츠가 1심에서 패소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IB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IB스포츠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고, 항소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는 이번 ‘김연아 소송’과도 연관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중순 김연아가 지난해 11월 IB스포츠를 상대로 수익배분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구동회 자문이 ‘자문’에서 ‘부사장’으로 공식 직함을 변경한 시기와 비슷하다. 소송 내용은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등이 김연아에 대한 후원금과 광고 모델료로 IB스포츠에 지급한 금액 중 8억 94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으니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IB스포츠는 “김연아는 IB스포츠 소속 때 맺은 광고계약의 일부를 현재까지 연장해 이행하고 있고, IB스포츠는 계약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권리가 있다. 김연아 선수에게 줄 돈도 있지만 받을 돈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 부분을 다시 올댓스포츠에 질의하자 올댓스포츠의 김선영 대리는 “(IB스포츠가) 줄 것도 있고, 받을 것도 있다고 하는데 순서상 줄 것을 먼저 준 후에 받을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연아 상가’라는 게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커낼워크 상가’를 말하는데 지난해 9월 김연아가 상가 3채를 30억 원(10억 원 대출)에 분양받아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명품 아울렛 계획이 무산되면서 ‘유령상가’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고, 이 투자실패는 한 부동산 전문미디어의 10대 뉴스로까지 선정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올댓스포츠가 연 ‘올댓스케이트 LA’가 만원 관중에도 불구하고, 타이틀스폰서가 잡히지 않아 경제적으로 고전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의 확인 결과 올댓스포츠의 경제적 어려움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먼저 ‘김연아 상가’의 경우, 최근 활성화 조짐이 보이면서 투자 실패가 아닌 대박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상가의 경우 인천에 연고가 있는 김연아의 부친 몫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LA 아이스쇼에 대해서도 올댓스포츠 측은 “타이틀스폰서가 없어 한국에서 큰 수익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흑자를 본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올댓스포츠 설립 이후 나이키를 제외하면 모든 후원사와 재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밴쿠버올림픽 금메달을 딴 2010년 김연아의 수입은 2009년(120억 원으로 추정)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원래 인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괴소문도 많은 법이다. 제법 그럴듯한 논리를 갖춘 것처럼 들리는 루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당할 때가 많다. 오는 24일 개최되는 ‘세계 피겨선수권대회’(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년 2개월 만에 공식대회에 컴백하는 김연아인 만큼 ‘말’은 계속 많을 수밖에 없을 듯싶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