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월 27일)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홈런을 때렸습니다. 시범경기 내내 홈런이 없다고 걱정들 많으셨는데, 겨우 홈런 한 개로 갈증이 풀리시진 않았을 것 같네요. 그래도 전 굉장히 만족스런 홈런이었어요. 전날 밀워키와의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 즉 4연타석 삼진을 당하는 바람에 기분이 좀 꿀꿀했거든요. 그래서 오늘 경기는 방망이에 대한 욕심보다 상대 투수의 공을 제대로 지켜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어제 삼진을 당했을 때 제가 좋지 않은 볼에 자꾸 손이 갔거든요. 분명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성적을 내려는 욕심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방망이가 나갔다는 얘기는 제 선구안이 썩 좋지 않았다는 의미잖아요. 안타 욕심을 안 내고 공만 보려고 하다가 홈런이 나왔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꽤 큰 편이죠? 야구는 타이밍이고 기다림이고 인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한 경기에서 삼진은 4개 먹는 경험, 전 지난 시즌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때 한 차례 경험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다른 선수들한테 물어봤었죠. 너희들도 4연타석 삼진 먹은 적이 있느냐고요. 대부분 경험을 해봤더라고요. 그들이 하는 말이 삼진이 한 개인지, 두 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경험을 한 후 다음 경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 숙제라고 했어요.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삼진한테 계속 끌려 다니다보면 야구 인생 자체도 삼진 당한 채 끝나고 말테니까요.
이제 3경기만 더 치르면 올 시즌 시범경기가 모두 끝납니다. 그 후엔 애리조나 생활을 정리하고 클리블랜드로 이동을 하겠죠. 올 시즌, 추신수의 성적이 어떻게 나올까요? 지금은 여기저기서 조금씩 삐꺼덕거리는 이미지이겠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 건 정규시즌 들어가면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입니다.
지난 광저우아시안게임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제 몸 상태는 최악이었어요. 정규리그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 귀국 후 며칠 동안 사람들 만나고 술도 한 잔씩 했던 후유증이 계속 남아있었거든요. 그러다 대표팀이 소집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연습을 하며 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 거예요. 마음 한 편에선 걱정도 많이 들었고, 괜히 대표팀에 들어가서 민폐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걱정들이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아니 아시안게임 선수촌에 입촌하면서 180도로 달라지더라고요. 최악의 몸 상태가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컨디션으로 회복됐고, 방망이 감각도 정규시즌 때와 비슷하게 맞춰갈 수 있었습니다. 그걸 경험하면서 운동선수는 시즌 끝나고 ‘쉼’도 훈련의 일부라는 걸 깨달았어요. 스프링캠프를 포함해서 약 8개월가량을 앞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한테 잠시의 휴식은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보약이라는 걸 알았던 거죠. 그래서 전 겨울훈련은 안 하고 있습니다.
내일모레면 아내와 병원에 갈 예정입니다. 그때 가면 아내 뱃속에 있는 아이가 공주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돼요. 솔직히 정규리그 개막보다 그날이 더 기다려지고 긴장되고 떨려요. 아…신은 과연 제 소원을 들어주실까요?
애리조나에서
첫 홈런포에 꿀꿀했던 기분 ‘싹~’
스포츠종합 많이 본 뉴스
-
SI 예상과 달랐다…대한민국 밀라노 동계올림픽 성적표 살펴보니
온라인 기사 ( 2026.02.22 11:20:57 )
-
‘여자바둑 규격 외 존재’ 김은지, 센코컵 첫 출전에 시선집중
온라인 기사 ( 2026.02.26 11:13:47 )
-
열 돌 맞은 일요신문배 전국 중고생 바둑왕전…미래의 이창호·신진서 다 모였다
온라인 기사 ( 2026.03.08 20:43:3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