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사용기한 종료' '전국 매립지의 3분의 1이 4년 이내 종료' 수없이 많은 통계들이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쓰레기 대란이 전국을 덮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64개 자치구의 쓰레기가 모이는 수도권 매립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쏟아내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수용하는 수도권 매립지를 비롯한 전국 매립지의 3분의 1이 앞으로 4년 내에 종료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쓰레기양은 전년대비 15.6% 증가했다.
대구광역시. 땅을 파헤치자 썩지 않은 포도송이와 40년 전 모습 그대로인 세제, 과자봉지 등 각종 비닐포장 제품들이 나타난다. 강산이 변해도 네 번은 변하는 4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전혀 썩지 않고 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좀비와도 같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아차산. 전국 각지에서 등산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모임 '클린하이커스'가 땅을 파헤치자 비스킷, 우유, 스낵 등의 각종 포장 쓰레기가 30년 전 모습 그대로 발굴된다. 이렇듯 우리가 매일 배출하는 쓰레기는 썩지 않는다. 좀비가 되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우리 나라의 쓰레기 매립률은 선진국보다 10배 이상 높다. 그런데 이것이 모두 '진짜 쓰레기'일까. 매립이나 소각 예정 폐기물의 실질 재활용률을 높임으로써 쓰레기의 매립량을 줄이는 방법은 없는 걸까.
동해시는 생활폐기물 전처리 시설을 건립, 소각용 쓰레기와 매립용 쓰레기를 한번더 분류한다. 종량제 봉투를 파봉하여 가연성 쓰레기는 모두 골라내 시멘트 회사의 연료로 쓰고 불가연성 쓰레기만 매립한다.
이렇게 직매립하지 않고 소각하면 쓰레기양이 최대 84%까지 줄어드는데 남은 16%의 소각재도 벽돌이나 도로 바닥재로 재활용할 수 있어 최종 매립되는 쓰레기는 3%까지 줄어든다.
가장 이상적인 재활용의 길은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으로, 알루미늄캔은 알루미늄캔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독일의 일부 지역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순도높은 플라스틱 플레이크로 포장병을 만드는 세제 회사 베르나 앤 메츠는 재생플라스틱으로 다시 새로운 포장병을 만든다.
PE 병은 PE 병으로, PP 뚜껑은 PP 뚜껑으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상적으로 선순환 되는 쓰레기의 길. 최근 인천시 서구에 문을 연 거점수거센터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깨끗하게 분리된 재활용품을 가져 오면 포인트로 보상해주고 수거된 재활용품은 재생원료 가공공장으로 직접 보내진다.
품질 좋은 재활용품이 바로 재생 가공공장으로 갈 수 있게 길을 만들어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마을 인프라가 구축되면 소비자들의 실천도 훨씬 쉬워진다. 이러한 노력들이 앞으로 우리가 걸어야 할 보다 섬세한 쓰레기의 길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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