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대한민국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은 40.1%로 그 어떤 가구보다 흔한 형태가 된 1인 가구에 맞춰 1인용 제품들이 늘어나고 혼자 먹고 혼자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법제도를 놓고 보면 1인 가구는 비주류다. 아파트 분양에선 후순위로 밀리고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반려동물 양육 가구도 늘었지만 맡길 곳이 없어 외출조차 어렵다. 늘어나는 1인 가구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확인한다.
한은 씨(27)는 고향 김제에서 사범대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해 1인 가구로 살기 시작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한편 진로를 더 고민하고 싶어 서울로 온 후 첫 주거지였던 고시원은 2평이 안됐고 원룸을 거쳐 1인 가구 전용 행복주택으로 옮긴 지금 14제곱미터(4.5평)에 산다. 성인 1인 최소 주거면적이 일본의 절반, 영국의 1/3인 대한민국. 1인 가구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선 최소 주거면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혼 1인 가구 이정아 씨(39). 3인 가족일 때 살던 아파트를 떠나 원룸에 산다. 그런데도 주거비로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쓴다.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지만 전업주부였던 경력단절 여성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적고 보수 역시 적다. 40세를 넘기면 청년이 아닌 나이로 규정돼 상황은 더 나빠진다. 1인 가구 다수가 주거약자로 내몰리는 만큼 고른 지원이 필요하다.
동물권 전문 변호사를 꿈꾸는 로스쿨 준비생 최민정 씨(23). 반려견 '써니'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했지만 고민은 여전한다. 아픈 곳이 많은 써니가 민정씨와 떨어지는 걸 힘들어해서 도서관을 가기도 어렵고 남자친구가 출근한 동안 돌봄을 나누려면 고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1인가구 가운데 20%는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가장 어려운 문제로 '혼자 두기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는 점에서도 반려동물 복지는 1인 가구 복지와 긴밀하다.
반려묘 5마리와 사는 김은정 씨(49)는 노년이 다가오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세상을 떠날 경우 남겨질 반려묘 돌봄을 지인에게 맡기고 전세금을 돌봄 비용으로 상속하고 싶지만 법적으로 쉽지 않다. 1인가구와 반려동물 사이의 연대감은 가족 이상 이지만 그에 맞는 돌봄을 나누는 일을 제도나 법은 보장하지 못한다.
1인 가구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우리보다 앞서 40%를 넘어섰고 공통적으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로 대표되는 적극적인 동물권 지원을 통해 1인 가구 복지에 대처한다.
19세기에 세계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한 영국은 왕립동물협회(RSPCA)를 운용하며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동물복지를 지원하고 외로움 장관도 세계 최초로 임명해 외로움에 1인 가구 복지를 적극 지원한다. 반려견 유치원이나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도 활성화돼 합리적인 비용으로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다.
열악한 주거와 정서적인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1인 가구끼리 가족이나 마을을 꾸리기도 하지만 제도적 지원은 열악하다. 장신재 씨(32)는 청년 1인가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 관악구에서 '선한 여자들의 방'이라는 여성 1인 가구 전용공간을 꾸렸다.
입주자 네 명이 월세를 나눠 내고 신재씨가 전세로 집을 얻는 방식. 입주자 모두 만족감은 크지만 장기 거주를 보장받기는 어렵다. 집주인이 나가라면 언제든 나가야 하고 실제로 3년 사이에 두 번이나 이사를 했다.
조정훈 씨(32)는 인천 소재 1인 가구 마을 '우리동네 사람들' 대표자다. 청년 1인 가구 수십명이 모여 전세나 매매로 얻은 집이 여러 채다. 공동출자로 전세금이나 매매대금을 마련하지만 계약서엔 한 사람의 이름만 쓸 수 있다. 출자자 여럿의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로 사는 것이다.
동갑내기 1인 가구 하현지 씨(31)와 강한별 씨(31)는 알고 지낸지 여러 해 만에 주거공간과 생활비를 함께 쓰기로 했다. 공동재산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역시 법의 보호는 어렵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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