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면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 여성들은 고달픈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버지뻘의 한국 노총각과 결혼해 언어장벽과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고,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하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핑크빛 희망을 안고 온 이주 여성들의 코리안 드림이 ‘신종 인신매매’로 전락하고 있는 한국 사회를 재조명해봤다.
캄보디아 출신의 한 20대 여성이 결혼 3년 만에 12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노린 40대 남편의 방화에 의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3월 23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캄보디아 부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방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후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남편 A 씨(45)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단순 사고로 묻힐 뻔했던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사건은 지난해 3월 18일 오후 9시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 씨는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자신의 집에서 커피에 수면제(졸피뎀)를 타 캄보디아 부인인 B 씨(당시 25세)에게 건넸다. A 씨의 예상대로 아무 의심없이 커피를 마신 아내는 이내 잠이 들었다. A 씨는 방 안의 전기히터에 이불 등을 밀착해 놓고 집을 빠져나갔고, 화재가 나 B 씨는 결국 질식사했다. 경찰은 당시 조사 과정에서 A 씨를 첫 용의자로 지목했다. 2008년 3월에 결혼한 A 씨와 B 씨 사이에 다툼이 빈번했다는 이웃들의 진술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당시 현장 감식 결과 직접적인 방화의 증거를 찾지 못해 같은해 8월 종결처리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사건은 지난해 12월 숨진 B 씨의 몸에서 소량의 수면제가 발견됐다는 감식 결과가 나오면서 수면위로 재부상했다. 경찰도 인위적으로 발화가 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경찰은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협회 등의 협조를 받아 A 씨의 계좌 추적과 보험 서류를 분석해 꼬리를 잡아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2009년 4월부터 12월까지 6개의 보험사에 부인 명의의 생명 보험을 집중적으로 가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험 가액이 10억 원이 넘는 큰 액수였다. A 씨는 B 씨가 숨진 후 보험사 한 곳으로부터 1억 2000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고, 나머지 보험금 10억 9000만 원도 수령할 예정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일정한 직업 없이 어렵게 생활하던 A 씨가 부인 명의로 한 달에 40만~80만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납입할 정도로 생명보험에 신경을 썼다는 사실은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었다. A 씨는 사고 직후 받은 1억여 원의 보험금도 모두 도박으로 탕진했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현재 A 씨는 보험사기 부분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지만 방화 살해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곧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이 사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이 결혼 일주일 만에 부산에서 무참히 살해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범인은 정신질환을 앓던 남편이었다. 장 아무개 씨(47)는 지난해 7월 8일 저녁 7시 25분께 부산 신평동 자신의 집에서 말다툼 끝에 시집온 지 8일된 탓티황옥 씨(당시 20세)를 과도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탓 씨가 말과 길도 몰라 어린아이처럼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장 씨는 정신 병력이 있었다. 그는 1995년 선박 기관사로 근무할 때 머리를 다쳐 수술을 한 후부터 8년 여 세월동안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그 기간에 60여 차례나 정신과 치료를 받아 온 전력이 있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장 씨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 약을 먹지 않았고, 일을 저질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이 사건이 공론화되자 국제적 이목이 집중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베트남 신부 같은 ‘엉터리 결혼’을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기업체와 이주여성 인권 단체들까지 나서 탓 씨의 가족에게 전달할 위로금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이주 여성들을 상대로 한 가정폭력 등 범죄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 25일에는 베트남 국적의 10대 처제를 수차례 성폭행해 아이까지 낳게 한 ‘인면수심’ 형부 김 아무개 씨(52)에게 징역 7년 6개월의 중형이 선고됐다. 김 씨는 언니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처제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언니를 때려 죽이겠다” “불법체류자인 너를 신고해 베트남으로 보내겠다” 등 각종 협박을 해가며 지난해 초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김 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처제의 머리채를 잡고 방안으로 끌고 가 강간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내가 문 밖에서 울며 소리치자 아기를 안고 있던 아내를 각목으로 때려 상해를 입혔다. 처제는 올해 초 형부의 아이를 출산했지만 생계가 막막해 자신을 성폭행한 형부를 선처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해야만 했다.
이주 여성과 관련해 표면에 드러난 사건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 2월 초 설 명절이 끝난 직후 캄보디아 신부가 남편의 성기를 자르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C 씨(26)는 4년 전 전라북도 순창군의 조용한 시골 마을로 시집을 온 캄보디아 출신 이주 여성이었다. C 씨는 2월 4일 설 분위기로 들떠있는 남편 양 아무개 씨(51)의 성기를 자르는 범행을 저질렀다. 남편 양 아무개 씨의 신고로 사건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 수술을 받아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C 씨가 2년 전부터 극심한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주 여성들의 고달픈 삶이 재조명받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이주 여성들과 관련된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부도덕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제결혼중개업은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 2008년 6월부터 자유업에서 등록제로 변경됐다. 하지만 법망을 피해 여전히 국제결혼을 장삿속으로만 접근하는 알선업체와 브로커가 난립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 남편들이 아내가 겪고 있는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 충격 등을 함께 이겨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이주 여성 관련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미 프리랜서 wihts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