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쇼장에 등장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 | ||
국내 자동차 회사의 좌장격인 정 회장은 이례적으로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내 개막을 앞둔 서울모터쇼에 대한 관심을 최대치로 이끌었다. 그의 등장으로 이번 서울모터쇼의 주인공이 한국자동차메이커임이 상징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지난 28일 오전 11시께 일산 한국국제전시장(킨텍스)에 정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순식간에 그의 주변은 몰려든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동진 현대차 총괄부회장과 최한영 현대기아차 전략조정실 사장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장을 둘러본 정 회장은 그의 등장과 함께 모여든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전시된 차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정 회장은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부스의 컨셉트카를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해 쌍용차 부스에서 소진관 쌍용차 사장의 인사를 받았고, GM대우 전시관에선 앨런 베이티 GM대우 부사장의 인사를 받기도 했다.
정작 현대차와 기아차 전시관은 맨 나중에야 방문했다. 그는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된 그랜저(프로젝트명 TG)에 대해서 “(그랜저는) 아주 좋은 차죠”라며 “그랜저 등을 앞세워 미국에서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 회장 행보의 하이라이트는 굴절버스 탑승. 현대차의 상용차 전시장을 둘러보다가 최근 현대차가 개발한 ‘초저상 천연가스 굴절버스’에 훌쩍 올라탄 것. 미처 수행하던 임원진들이 따라붙기도 전에 정 회장이 버스에 올라타자 정 회장을 쫓던 사진기자들은 일제히 정 회장이 올라탄 입구의 반대편 출구로 몰려들었고, 직접 승객의자에 앉아 착석감을 살피는 등 사진기자들이 좋아할 만한 포즈를 스스럼없이 연출하는 ‘스타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정주영 명예회장에서 볼 수 있었던 수행원 등의 과잉경호 없는 현대스타일이 2세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 여기에 특유의 단답형 문답을 하던 정 회장은 전시장에서 마주친 그리스 딜러 등 외국인을 접견할 때는 활기차게 웃으며 농담까지 건네는 등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그의 이날 행보 중 관심을 끄는 행보는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다.
이탈리아 피에몬테주의 자동차 디자인관에서도 차 한대 한대에 대해 세세한 설명을 듣던 정 회장은 르노삼성이 전시한 컨셉트카인 ‘플루언스’를 유심히 살펴본 뒤 “엑셀런트(특별)하다”고 영어로 언급하는가 하면, 혼다코리아의 전시장에선 “스포츠카를 많이 전시했다. 미래지향적인 전략이 중요하다. 5~7년 뒤를 내다본 차량이 많은 것 같다. 보기 좋다”고 평가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98년 현대자동차의 경영을 맡으면서 ‘품질경영’을 주창해 짧은 시간 동안 현대자동차를 세계 10대 자동차 반열에 올려놨고, 미국 시장에서는 소비자들로부터 품질면에서 2~3위권 자동차 메이커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한 정 회장의 현장 메시지가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