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진심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할 필요가 있다”며 “1심 형량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A 씨는 2020년 12월 19일 오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친누나인 B 씨를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여행 가방에 담은 B 씨의 시신을 10일간 아파트 옥상 창고에 방치하다가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농수로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B 씨의 휴대전화로 소액결제를 반복하거나 B 씨의 급여를 자신에게 이체하기도 했다. 또, 부모가 경찰에 누나의 가출 신고를 하자 조작한 카카오톡 메시지로 경찰 수사관들을 속이는 등 누나를 찾으려는 부모와 경찰의 시도를 지속해서 방해했다.
한편, A 씨는 B 씨가 자신의 늦은 귀가와 신용카드 연체, 과소비 등을 지적하며 “부모님께 네 행실을 말하겠다”고 말하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B 씨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지 4개월 만인 올해 4월 21일 발견됐고, A 씨는 같은 달 29일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혈육인 친동생으로부터 무자비한 공격을 받아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고 약 4개월가량 버려져 있었다. 사체 유기·은폐 경위 등을 비춰볼 때 만일 (피해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참혹한 죽음의 진실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무자비하게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인격도 찾아볼 수도 없는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가장 큰 정신적 피해를 본 부모가 선처를 간절하게 바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