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측 “스리톱 선대위? 속내 의심” 윤석열 측 “후보 뜻 존중 없어”…반문 빅텐트 놓고 시각차도
김종인 전 위원장 주변에선 윤 후보를 향한 불만이 쏟아졌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게 주된 이유다. 김 전 위원장 측 한 정치권 원로 인사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일 때부터 김 전 위원장은 지원사격을 했다. 그리고 경선 때도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느냐”면서 “후보가 된 뒤 윤 후보가 달라졌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 측의 또 다른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원했던 최적의 카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현실적으로 ‘윤석열’을 택했다. 마침 윤 후보도 여러 번 김 전 위원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마치 김 전 위원장이 자리 욕심을 내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이 특정인 배제를 원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그 인사들이 정권교체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무슨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경선(11월 5일)이 끝난 후부터 윤 후보와 만나 선대위 구성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선 ‘김종인 원톱’을 놓고 긍정적인 논의가 오갔다. 이준석 대표 역시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이 부여된 선대위 방안을 밀어붙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 외에 ‘김병준 김한길’을 선대위로 영입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을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는 선대위와 별도 조직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사실상 ‘김종인 김병준 김한길’ 스리톱을 선대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당초 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그렸던 ‘실무형 선대위’와는 결이 다른, ‘용광로 선대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김 전 위원장 측은 폭발했다. 앞서의 원로 인사는 “세간에서 3김이라면서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하더라. 이에 김 전 위원장이 크게 화를 냈다고 들었다. 나머지 2명과는 걸어온 노선도, 생각도 다르다. 솔직히 말하면 ‘급’ 자체가 다르다”면서 “무엇보다 윤 후보가 ‘김병준 김한길’로 김 전 위원장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본다. 김 전 위원장으로선 자신을 믿지 못하는 후보와 함께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윤 후보 측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킹메이커’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불발 시 대권 가도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윤 후보 측 국민의힘 한 의원은 “선거 전략을 세우고, 민심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는 능력에 있어서 김 전 위원장보다 탁월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동안 많은 대선 후보들이 선거 때마다 김 전 위원장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윤 전 위원장은 김병준 김한길을 다 버린다 할지라도 김 전 위원장만큼은 데리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선대위 구성에 있어서 윤 후보 뜻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0선’ 대선 후보를 무시하고 있다는 말도 뒤를 잇는다. 국민의힘 경선 컨벤션 효과가 줄어들고, 이재명 지사 지지율이 상승 조짐을 보이자 김 전 위원장 영입을 포기하더라도 서둘러 선대위를 꾸려 유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윤 후보 측의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제일 중요한 것은 후보 생각이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할 만큼 했다고 하더라. ‘이 정도 인선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말이다. 윤 후보가 지인들에게 ‘검찰총장 재직 때도 정권과 부딪히며 인사권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여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소연했다고 들었다. 또 윤 후보는 ‘김병준 김한길 둘 다 예전부터 나에게 조언을 해주던 정치 선배다. 그들을 버릴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귀띔했다.
정가에선 대선을 바라보는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 시각이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정권교체라는 대의엔 서로 공감하지만 그 방법론이 다르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반문재인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창당 전문가’로 정평이 난 김한길 위원장을 데리고 온 것 역시 ‘반문 빅텐트’를 기치로 신당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무리한 세 불리기보다는 명확한 콘셉트와 시대정신을 갖고 선거를 치르는 스타일이다. 지난 4월 보궐선거 때도 김 전 위원장은 오세훈-안철수 단일화에 여러 차례 쓴소리를 낸 바 있다. 김 전 위원장 측은 ‘반문 빅텐트’를 추진할 경우 역효과가 더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윤 후보 측 일각에서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면 안철수 등 외부 주자와의 연대 및 단일화가 어려워진다”면서 김 전 위원장을 비토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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