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시장에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우렁찬 목소리로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르고 있는 이 여자. 좌중을 압도하는 입담까지 갖추었다.
그녀가 한 손으로 튀기고 있는 건 돈가스다. 구성진 노래에 한번, 고소한 기름 냄새에 또 한 번 반한 사람들 잔뜩 몰려든다. 한때 '전국노래자랑'에 나갔을 정도로 끼가 많은 노선옥 씨(56), 그녀가 튀겨내는 수제 돈가스는 하루 300장은 너끈히 팔려나갈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돈가스가 맛있으려면 신선한 고기를 사용하는 게 첫째라고 믿는 선옥 씨. 매일 새로 들어오는 암퇘지 냉장육만을 사용한다. 그녀가 꼭 지키는 원칙이 있으니 1시간 이내에 팔릴 만큼의 양만 만들어내는 것이다.
주문이 아무리 몰려도 돈가스를 미리 만들어 냉동시키는 일은 금물이란다. 이것을 기름에 좔좔 튀겨내면 신선하고 육질이 부드러운 돈가스가 완성된단다. 이 집만의 특별한 메뉴가 있으니 그건 바로 '땡고추돈가스'다.
평범해 보이는 돈가스를 썰어보니 청양고추가 잔뜩 박힌 반전의 모습. 유난히 매콤한 걸 좋아하는 부산 사람들을 위해 자신만의 메뉴를 개발했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그 맛에 뜨거운 반응이 줄을 이었단다.
장사도 잘 되고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는 선옥 씨지만 그녀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다.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남편이 결혼 초에는 생활비도 벌어오지 않고 속을 많이 썩였더란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두 팔 걷어붙여야 했던 선옥 씨, 강한 생활력으로 17년간 족발을 삶아 자식들을 키워냈다. '내 팔자는 왜 억세지?' 하는 생각에 견딜 수 없이 우울한 날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선옥 씨는 노래를 불렀단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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