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아이브·보이그룹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등 데뷔…“10대 초반 신규 팬덤에 어필” 새로운 시장 개척
이들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NCT 등이 글로벌 K팝 시장을 일군 상황 속에서 다음 세대를 짊어지고 갈 주역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왜 5세대인가
아이돌 그룹 시장의 태동은 1990년대로 본다. SM이 HOT, SES로 각각 보이그룹, 걸그룹 시장을 확립한 이후 젝스키스, 핑클, 신화 등이 1세대를 장식했다면 그 배턴을 이어받은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카라, 2NE1 등이 2세대다. 3세대의 선두주자는 단연 방탄소년단과 엑소이고 걸그룹 중에서는 트와이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4세대는 블랙핑크, NCT, ITZY, 에스파가 현재 각축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이제는 5세대다.
포문은 씨스타, 몬스타엑스, 우주소녀 등을 배출했던 스타쉽이 연다. 스타쉽은 12월 1일 걸그룹 아이브를 공식 론칭했다. 아이브는 신인 그룹이지만 마냥 신인으로 볼 수는 없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결성된 뒤 한국과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아이즈원의 유진과 원영을 중심으로 가을, 리즈, 레이, 이서 등이 참여해 6인조로 꾸려졌다.
JYP도 가세한다. 6인조 신인 보이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12월 6일 오후 6시 디지털 싱글 ‘Happy Death Day’를 발매하고 정식 데뷔한다. 선배 보이밴드인 DAY6를 배출한 JYP의 아티스트 레이블 스튜디오 제이(STUDIO J)가 선보이는 두 번째 보이밴드다. 이 외에도 JYP의 수장 박진영이 가수 싸이가 함께 출연한 SBS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를 통해 선발한 이들로 구성된 그룹 2팀도 대중과 만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하이브는 자회사 격인 레이블을 통해 걸그룹을 준비 중이다. 방탄소년단의 동생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론칭한 바 있지만 걸그룹 시장에서는 비교적 약세였던 하이브는 여자친구까지 해체하며 발생한 빈자리를 세 그룹으로 메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친구를 키워낸 쏘스뮤직은 아이즈원의 멤버였던 미야와키 사쿠라와 김채원를 비롯해 Mnet ‘프로듀스48’ 출신 허윤진 등을 포함한 걸그룹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SM에서 유명 그룹들의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민희진 하이브 브랜드총괄도 2019년 ‘플러스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멤버를 중심으로 소위 ‘민희진 걸그룹’을 기획 중이며, 엔하이픈의 초석이 된 Mnet ‘아이랜드’는 시즌2를 통해 새로운 걸그룹을 발굴한다.
Mnet ‘걸스플래닛’를 통해 탄생한 케플러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12월 14일 데뷔해 향후 2년 6개월 동안 활동한다. 이 프로그램의 당초 취지에 맞춰 한·중·일 3개 국가의 멤버 9명으로 구성돼 다국적 그룹으로서 국경을 뛰어넘는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아직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YG도 블랙핑크 이후 6년 만에 걸그룹을 론칭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YG가 특허청에 ‘베이비 몬스터스’라는 이름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또한 SM은 NCT를 새롭게 변주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할리우드 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브 역시 펜타곤을 잇는 보이그룹을 선보이기 위해 담금질에 한창이다.
#왜 신인 그룹을 론칭하나
신인 아이돌 그룹을 론칭하기까지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다. 5인조 기준으로, 평균 2년 안팎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데뷔 앨범을 내기까지 최소한 30억∼40억 원이 투입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초기 투자비용을 고려했을 때, 신인 그룹보다는 인지도가 높은 기존 그룹을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통상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표준계약서 상 최대 기간인 7년 계약을 맺는다. 7년 후 재계약 기간이 도래하면 회사보다 아티스트가 더 많은 수익 비율을 갖는다. 게다가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신인 시절처럼 모두가 한데 뭉쳐 다양한 활동을 하기 어렵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기존 그룹을 활용하면 눈앞의 이익은 클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회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더 이상 스타가 된 그들을 일일이 관리하기도 어렵고, 오랜 활동 기간 중 멤버 몇몇이 구설에 휘말리면 활동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규 팬덤을 형성한다는 측면에서도 신인 그룹 론칭은 바람직하다. 요즘 팬들은 공식 데뷔 전인 연습생 시절부터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다. 일종의 ‘같이 키운다’는 개념이다. 이런 강력한 팬덤이 구축되기 때문에 앨범을 비롯한 다양한 굿즈 판매, 콘서트 티켓 매진 등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 막 팬덤 시장으로 유입되는 10대 초반에게 기존 그룹들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이미 나이차도 많이 나기 때문이고 동질감을 느끼기 어렵다”며 “그들은 또래인 새로운 스타를 원한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돌 시장은 통상 7∼8년 주기로 계속 주도권이 바뀌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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