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가 6월 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대련, 시민단체, 정당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최근 전남 강진군 소재 성화대학이 교수 월급으로 13만여 원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성화대 일부 교수들은 대학 측이 이번 달 급여로 교직원 130여 명에게 13만 6000원을 일괄 지급했다고 밝혔다. 취재결과 현재 성화대학은 재정난으로 정상적인 급여를 지급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성화대학의 급여 논란은 급기야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로 이어졌다. 지난 6월 22일 교과부는 “교수 채용 관련 이사장의 금품수수와 교수 급여 지급 불능 등 문제가 불거진 성화대학을 총체적 부실의 전형으로 보고 추가 감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성화대학은 앞서 2006년 종합감사와 지난해 민원감사에서도 19건의 위법한 사항이 적발돼 100명이 징계를 받았지만 일부 위법 사항은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성화대 사태에 대해 교육계는 전임 총장 및 재단의 부패한 행태가 오늘날 성화대학의 부실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월 성화대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인 이행기 전 총장(55)은 교수 채용 대가로 4명으로부터 각 1억 원씩 총 4억 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이 전 총장은 부동산을 법인 명의로 매입하면서 교비회계에서 36억 원을 유용하는 등 총 5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의 확정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성화대학은 전라남도 교육청 감사에서 학교 내 골프장 시설을 수익사업으로 사용하면서 학교 시설물로 신고해 세금 감면을 받아온 사실도 드러났다. 2010년 10월 성화대학은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회원을 모집하고 사설 연습장과 비슷한 이용료를 받아 연간 10억∼27억여 원의 수입을 챙겼다.
사실 성화대 사태와 같은 사학재단의 비리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학위 장사’ ‘교수 채용비리’ ‘횡령’ 등 사학재단 비리하면 빠질 수 없는 단골 메뉴가 있을 정도로 전형화돼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빈번한 비리 중에 하나는 바로 ‘학위 장사’다. 국내의 대학 진학률이 OECD 평균인 50%를 훌쩍 넘어 80%에 육박하면서 요즘은 ‘밟히는 게 대졸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너도 나도 대졸자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러다보니 일부 지방대학의 경우 대학 졸업장을 ‘장사거리’로 악용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전국적으로 최소 34개 대학에서 불법 미인가 학습장을 활용한 학위장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이 폭로한 ‘국가보훈처 학자금보조 부정수급 관련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불법학습장에서 수강하다 적발된 인원은 103명, 학교에 출석하지도 않고 학점을 받은 사례는 57건으로 밝혀져 전국적으로 불법학습장과 이를 활용한 학위장사가 만연하고 있음이 증명된 바 있다.
실제로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경기 하남시 등에 미인가 대학을 운영한 혐의로 목포 모 사립대학 전 총장 A 씨(48) 등 교수 5명과 브로커 B 씨(66)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인가를 받지 않고 경기 하남시 사회복지관 등에 학습시설을 설치하고 2005년 34명을 시작으로 2006년 54명, 2007년 73명, 2008년 95명, 2009년 77명 등 사회복지과 신입생 333명을 모집해 강의를 진행하고 학위를 부정 수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 경북 구미에 위치한 지방사학인 K 대학에서는 시군구의원 등 지역 기초단체 의원들을 상대로 학위장사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K 대학은 시군구의원들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의 돈을 받고 학위를 수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학위를 받은 의원들 대부분은 학교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거나 논문 역시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취재결과 해당지역 기초단체 의원들 상당수가 이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채용 비리는 사학재단 비리의 단골이다. 얼마 전 군산의 S 대 총장은 교수채용 대가로 2명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긴 사실이 들통났다. 지난 2월 8일 전북경찰청은 자신이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S 대학에 교수로 채용해 주는 대가로 교수 2명에게 각각 7000만 원씩 모두 1억 4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이 대학 총장을 구속했다. 또 지난 2월 모 지방 A 사립대 J 이사장이 지방대 학생을 서울 소재의 의대에 편입시켜 주고, 졸업 후에는 교수로까지 채용해주겠다며 44억을 받아 챙긴 사건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사학재단 비리의 유형은 ‘횡령’이다. 학생들의 등록금에만 의존한 채 재단전입금은 한 푼도 내지 않거나 교비를 마치 자신의 쌈짓돈인 양 유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사학재단의 재정이 ‘눈먼 돈’이라 불릴 정도로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가운데 지난 5월 명지학원 설립자의 아들인 유영구 전 이사장의 경우 사상 최대 규모인 2500억여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유 전 이사장은 명지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2004∼2005년 명지대학교의 교육용 재산인 용인캠퍼스 부지를 명지건설에 매각한 뒤 매각대금 가운데 340억 원을 명지학원 은행 빚을 갚는 데 임의로 사용했다. 그는 또 명지학원 소유 명지빌딩을 모 자산운용사에 팔면서 매각대금 중 1735억 원을 명지건설 빚을 갚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교비 35억 원을 빼돌려 명지학원 직원 34명의 인건비를 충당하는가 하면 명지학원과 산하 학교 교직원 등의 급여에서 일정액을 원천징수해 만든 학교 기금 20억 원에도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돈을 자기 돈처럼 쓰고 주먹구구식으로 법인을 운영한 전형적인 사학재단 비리가 드러난 셈이다.
교비가 총장 일가의 쌈짓돈으로 쓰인 경우도 있었다. 지난 6월 20일 광주여대 오 아무개 총장(50) 부부가 학교예산으로 자신의 가사도우미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오 총장은 지난 2007년 3월 9일부터 2010년 12월 9일까지 학교예산에서 가사도우미 급여로 월 100만 원씩 4년간 약 5430만 원을 지급했다. 총장 부인은 그 중 2500만 원을 가사도우미를 고용하지 않고도 고용한 것처럼 속여 차명계좌로 지급받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 총장 부부의 비리에는 친인척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오 총장의 동생인 이 대학 도서관장 오 아무개 씨(45)는 학생지원처장에게 총장 사택의 가사도우미 급여가 지급되도록 교사했다.
‘교비 횡령’ 사례 중에는 2007년 6월 열린사이버대학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교육계에선 무명이나 다름없던 31세의 젊은 여성이 열린사이버대학을 인수해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2년 뒤 그녀는 학교 공금 88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수사 결과 변 아무개 씨 등 열린사이버대학 재단 관계자들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대학을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 씨는 20억 원을 A 새마을금고에서 대출받은 뒤 학교를 인수하자마자 교비를 빼돌려 갚았다. 나머지 40억 원은 추후 출연하기로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또 변 씨 등 재단관계자 일당은 교비 68억여 원을 빼돌려 사설경마장 운영자금, 채무 변제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의 돈이 사학재단의 손에 얼마나 손쉽게 놀아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2010년 9월 교과부가 발표한 ‘2009년 사립대학 감사 백서’에 따르면 감사를 받은 사립대학에서 횡령, 유용 등으로 재정적 조치를 받은 금액은 2009년 181억 원, 2008년 32억 원, 2007년 192억 원으로 3년간 총 407억 원에 이른다. 또한 지난 10년간 교육부 감사 결과 드러난 재정상 사학비리 총액은 4083억 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군다나 교과부의 감사가 매년 10개 내외 대학으로만 국한되다보니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의 경우처럼 아직까지 단 한 차례의 감사도 받은 적이 없는 대학도 있다. 따라서 350여 개 전체 사립대학으로 감사가 확대될 경우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수조원 대의 사학비리가 적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취업률·장학금 ‘뻥카’ 수두룩
시정명령을 받은 대학교는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학을 비롯해 세명대, 경동대, 건양대, 공주대, 금오공과대, 대구산업정보대, 동양대, 삼육대, 선린대, 성화대, 순천청암대, 우석대, 주성대 등 17곳이며 동국대, 경북도립대 등 2개 대학은 경고조치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걱정하는 요즘 시대에 대학의 취업률이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대부분의 대학들은 취업률을 과장 광고했다. 특정 연도에만 1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연속 1위라고 하거나 아예 취업률 1위를 단 한번도 한 사실이 없으면서도 1위를 했다고 속인 대학도 있었다. 특히 건양대는 졸업생 수가 비슷한 그룹에서 일부 연도에 한해 취업률 1위를 차지했을 뿐인데 마치 전국 모든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전국 1위를 한 것처럼 허위로 광고를 했다가 시정명령을 받았다. 또 선린대의 경우 ‘3년 연속 취업률 90%’라며 거창하게 광고했지만 실제 지난 2008년 취업률은 82.1%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률과 더불어 1000만 원 등록금 시대에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인 장학금을 허위·과장 광고한 대학들도 적발됐다. 공주대학은 전국 200여 개 대학 중 장학금 수혜율이 40위에 불과하지만 마치 ‘전국 최상위’인 것처럼 속여 광고했다가 적발됐다. 이외에도 특정 해당 학과 합격률을 속여 광고하는 등 대학들의 허위·과장광고 수법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