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이귀남 장관, 권재진 민정수석과 함께 차기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인선을 놓고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 후보는 한상대·차동민·박용석 (왼쪽부터) 3인으로 압축됐다. |
청와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두 사람과의 비밀회동에서 법무부와 검찰의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오는 8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후임 인사를 놓고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은 이 대통령이 임기내에 임명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총장인 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부여된다는 점에서 그 어느때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역시 작년말부터 시작된 정치인 후원금 조사와 사법개혁 좌초 등으로 인해 ‘사법기관이 입법기관을 유린하고 있다’는 인식이 폭넓게 퍼져 있어 차기 검찰총장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는 분위기다.
과연 이 대통령은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을 불러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또 이 대통령이 복심에 두고 있는 차기 검찰총장 및 사정라인 수장은 누구일까.
정치권과 법조계의 갈등과 대립을 야기한 대검 중수부 폐지, 대법관 증원 등 국회의 사법개혁안이 사실상 좌초된 직후인 지난 6월 15일을 전후해 이명박 대통령은 이귀남 법무부 장관과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을 잇따라 청와대로 불렀다. 이 대통령은 이 두 사람과의 회동을 통해 사법개혁안을 비롯해 저축은행 사태, 차기 검찰총장 인선 문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오는 8월 20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준규 검찰총장 후임 인선을 비롯해 법무부와 청와대 사정라인에 대한 후속 인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와대는 차기 검찰총장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인사검증 시스템을 가동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팀을 정점으로 국정원과 감사원, 국세청, 경찰 등 정보·사정라인을 풀가동해 후임 인사들에 대한 검증작업에 돌입한 형국이다.
차기 검찰총장은 임기말 현 정권의 권력누수를 막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중차대한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저축은행 사태와 유사한 ‘대형 게이트’나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가 터질 경우 이명박 정부는 조기 레임덕에 직면하면서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서둘러 인선작업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과 사정라인 수뇌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는 누구일까. 청와대 소식통들 사이에선 이 대통령이 이 장관과 권 수석과의 회동을 통해 차기 총장 후보자를 3배수로 압축했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 차동민 서울고검장, 박용석 대검차장 등 3명을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로 분류하고 은밀히 인사검증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한 지검장은 서울 출신으로 보성고와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시 23회로(연수원 13기) 검찰에 입문했다.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고검장을 거쳐 올해 2월 검찰의 꽃인 서울지검장으로 임명됐다. 특히 친형인 한상기 씨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고, 부인은 김윤옥 여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지검장은 허리디스크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점에서 그가 후보자로 낙점될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차 고검장은 경기도 평택 출신으로 인천 제물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 22회(연수원 13기)에 합격하면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검찰에 입문한 뒤 기획·공안·특수부를 두루 거친 차 고검장은 현 정권에서 법무부 검찰국장, 수원지검장, 대검차장, 검찰총장 대행을 거쳐 역시 올 2월에 서울고검장으로 임명됐다. 차 고검장은 ‘무색무취’한 성향으로 평검사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차 고검장은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차 고검장의 온화한 성격이 내년 총선과 대선은 물론 정권 말이라는 격변기를 강단 있게 헤쳐나갈 적임자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북 군위 출신인 박용석 대검차장은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시 23회에(연수원 13기) 합격, 검찰에 입문했다. 현 정권 초대 중수부장을 지냈고 부산지검장, 법무연수원장을 거쳐 대검차장에 임명됐다. 박 차장의 경우 이귀남 법무장관의 거취가 총장 후보 낙점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장수 장관인 이 장관이 검찰총장 인선에 맞춰 물러날 경우 후임자로 권재진 민정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수석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 20회(연수원 10기)에 합격했다. 현 정권 출범 후 서울고검장과 대법원 양형위원을 거쳐 현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됐다. TK(대구 경북) 출신인 권 수석이 법무장관으로 발탁될 경우 검찰총장은 ‘비TK’인사가 유력하다는 점에서 같은 TK출신인 박 차장은 차기 총장 후보에서 밀려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북 상주 출신인 노환균 대구고검장도 마찬가지다. 대건고와 고대 법대를 졸업한 노 고검장은 사시 24회(연수원 14기)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재산 형성이나 돈 문제가 깨끗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과 그랜저 검사 파문에 관련돼 있어 청문회장에서 야권의 십자포화를 피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노 고검장을 민정수석이나 대검차장으로 발탁해 검찰 막후 실력자로 임기 말을 대비할 복안을 갖고 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처럼 차기 검찰총장과 사정라인을 정비해 임기 말을 준비하려는 이 대통령의 복심과는 달리 야권은 차기 검찰총장 청문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검찰이 지난해 말 전국청원경찰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을 비롯해 최근에는 한전노조 후원금 조사까지 국회의원들의 돈줄을 옥죄면서 공천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무차별적인 정치인 후원금 조사가 지속되자 국회에선 정치자금법 개정 움직임까지 있었지만 여론의 역풍으로 무산된 바 있다.
게다가 여야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제어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검찰의 거센 반기에 부딪혀 사실상 좌절된 상태다. 당초 사개특위는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신설, 대법관 증원, 양형기준법 제정 등을 핵심 의제로 삼았지만 대법원과 검찰 등 이해당사자와 청와대, 일부 검찰 출신 한나라당 의원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이 과정에 검찰은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에 대한 계좌추적설, 검찰 개혁에 앞장선 모 특위위원과 관련된 ‘흑색선전’을 흘리면서 전 방위적으로 입법기관을 압박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은 차기 검찰총장 및 법무장관 후임 인선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찰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 및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청와대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흠이 없는 인사를 내정할 공산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오히려 야당 입장에선 권 수석이 장관으로 온다면 장관 인사청문회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검찰총장이나 법무장관 후보자 중 한 명은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김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