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산이 콘도 신축 공사를 하고 있는 강릉시 안현동 89번지 일대 부지. 이 사업과 관련해 강릉시와 승산 간 토지교환이 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강릉시와 승산 간의 토지교환 건은 지난 대선정국이 정점으로 치닫던 200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승산은 종합부동산개발과 레저·운송사업, 무역업무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는 회사다. 승산은 2007년 11월 12일 강릉시 초당동 459-2번지 1필지 9920㎡의 시유지를 경매를 통해 낙찰받았다. 3일 후인 11월 15일 승산은 관광숙박업을 목적으로 강릉시 안현동 89-70번지 26필지 1만 1091㎡ 시유지와의 토지교환 문서를 강릉시에 접수시켰다.
승산 측의 토지 맞교환 요청에 강릉시는 11월 27일 시의회 내무복지위에 교환에 대한 의견을 제의하고, 같은해 12월 12일 공유재산관리계획 시정조정위원회를 열어 신속하게 안건을 가결시켰다. 또한 2008년 3월 31일 당시 최명희 강릉시장은 내무복지위 간담회 동의를 거쳐 승산과의 토지교환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조용히 마무리될 것 같았던 위 계약건은 일부 시 의원들의 의혹 제기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릉시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특위)는 최근 강릉시와 승산의 토지교환이 절차와 법을 무시하고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요신문>이 단독입수한 결과보고서에는 토지교환 건과 관련한 절차와 법 무시, 특혜 의혹 등이 상세히 적시돼 있다. 시의회는 지난해 11월 4일 특위를 구성하고 지난 6월 30일까지 약 8개월간의 장기 조사를 마치고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특위는 보고서를 7월 12일 제217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 승인을 거쳐 13일 집행기관에 통보하고 7월 중에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의뢰할 방침이다.
특위는 보고서를 통해 “초당동 부지가 승산으로 등기이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정조정위원회가 교환을 결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정절차”라고 지적했다. 특위는 또 “낙찰 사흘 만에 승산이 강릉시 측에 안현동 시유지와의 전격 교환을 요청한 것은 사전에 교감이 있었다는 증거”라며 “승산 사업부지내의 불법시설물 철거비용으로 20억여 원의 시 예산을 지원한 것 역시 업체 편의를 봐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위에서 활동한 강릉시의회 B 의원은 기자와의 수차례 전화통화에서 “당시 의회에서 토지를 분할하지 말 것과 2년 내 착공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환매하는 특약등기를 조건으로 안건을 가결했는데 시가 이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B 의원은 또 “토지교환 건은 명백한 법 위반이고, 시와 승산 측이 사전 교감하에 은밀히 진행한 ‘짜고친 고스톱’이었다”고 강조했다.
▲ 강릉시의회 특위의 특혜 의혹 조사 결과 보고서 |
특위 일부 위원들은 2007년 11월 토지교환 업무를 A 씨의 장남인 K 씨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B 의원은 “K 씨는 계약체결 과정에서 강릉시 관계자들과 자주 접촉을 갖는가 하면 콘도 등이 들어설 안현동 부지 현장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승산 측은 K 씨가 이 사업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7월 1일 기자와 통화한 승산 인사팀의 한 관계자는 “K 씨가 지난 2002년부터 2006년 말까지 승산에 근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토지교환이 진행됐던 2007년 11월은 이미 퇴사한 뒤였다”고 주장했다. 7월 2일 기자와 통화한 K 씨도 “2007년 1월에 미국으로 출국해 2008년 4월에 귀국했다. 승산에 재직할 당시에는 설계업무가 전문이었고, 땅매매나 부동산 관련 업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1년 4개월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가끔 귀국하긴 했지만 강릉시나 승산 관계자들과는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승산 측과 K 씨의 이러한 해명에 B 의원은 “특위 활동 과정에서 K 씨가 막후 역할을 한 여러 정황이 포착됐다”며 “K 씨가 승산에 근무할 당시 강릉시와 이미 사전교감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강릉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A 씨-강릉시-승산으로 이어지는 삼각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릉시와 승산이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신속하게 토지교환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분명 석연치 않은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 2007년 11월은 대선정국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최측근 인사로 분류됐던 A 씨의 후광을 등에 업은 장남 K 씨가 막후 역할을 했던 토지교환 체결 및 콘도사업에 강릉시가 특혜 내지는 편의를 봐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승산 측과 토지교환을 체결했던 당사자인 최명희 강릉시장이 A 씨와 대학 동문이라는 점도 이러한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승산 측은 2009년부터 안현동 일대 5만 3138㎡(1만 5700여 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9층의 객실 206실 규모 콘도미니엄 신축 공사에 착수했다. 승산은 이 공사를 내년 5월에 완공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수천억대의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강릉시의회는 특위 보고서를 바탕으로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의뢰하는 한편 특혜 및 검은 커넥션 의혹도 철저히 밝혀낸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서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시의회와 감사원이 과연 강릉시와 승산 측이 체결한 토지교환 계약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A 씨는 ‘대통령 측근’이란 타이틀 때문에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차남에 이어 장남까지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물류·레저사업…GS 일가 회사
강릉시와 토지교환 계약 문제로 구설에 오른 승산은 GS그룹 오너 일가 회사다. 허완구 창업주는 LG그룹 공동창업주인 허만정 씨의 5남이다. 허완구 승산그룹 명예회장은 1969년 대왕육운이라는 물류회사를 설립한 뒤 고향인 승산마을의 이름을 따 회사 이름을 변경했다. 1990년대 종합물류회사로 성장했고, 2003년에는 ‘승산레저’를 설립하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2007년에는 골프클럽을 만들었고, 2009년에 콘도사업에까지 뛰어들면서 중견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허 명예회장의 아들은 허용수 GS 전무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이에 따라 승산그룹은 GS그룹으로부터 부당지원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승산그룹의 최대주주인 허 전무가 GS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허 전무는 지난 2007년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승산그룹을 떠나 GS 사업지원담당 상무를 맡았고, 2009년 12월 전무로 승진했다. 허 전무의 여동생인 허인영 사장은 2008년 5월 STS로지스틱스의 대표로 취임한 뒤 2009년 3월에는 승산과 승산레저 대표이사에 올랐다. 허 전무가 GS그룹 핵심 요직에 있고, GS그룹이 매출을 챙겨주는 승산그룹을 여동생이 경영하는 구도이기 때문에 GS그룹의 승산그룹 ‘밀어주기’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실제 승산그룹의 GS그룹 매출 의존도는 계열사 별로 약 50%에서 최고 100%인 곳까지 있다. 또 승산그룹의 모기업인 승산은 허 전무와 동생 허인영 사장, 부친인 허 명예회장과 어머니 김영자 씨 등 일가족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구조다.
허 전무의 장남(9)이 보유한 주식 총액은 293억 5000만 원으로 어린이 주식부자 1위(2010년 5월 기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 군은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 주식 76만 341주를 보유하고 있고, 승산레저와 STS로지스틱스 등 비상장 회사의 주식도 대량 보유하고 있다. 허 전무의 차남(6)도 105억 4000만 원의 주식을 보유해 어린이 주식부자 3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