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음 기부금 활용해 ‘첫 작품’ 구입…“예산 매년 두 배씩 늘려 지원 구상”
경기문화재단은 12월 20일 경기 젊은 작가 작품 구입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총 12명의 작가가 선정돼 20일 매매계약을 맺고 23일 작품을 재단에 반입했다. 이번 공모는 경기도 내 미술전문대학과 미술전문대학원을 졸업하는 예비 미술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통상 작가들이 첫 작품을 판매하는 건 졸업 후 수년이 지나서다. 작품을 하나도 팔지 못해 활동을 접는 작가들도 부지기수다. 재단 공공예술팀장은 “첫 작품을 구입해 신진 작가들의 활동에 힘을 실어 주려는 의도였다”고 했다.
구입 예산은 문화이음 포괄기부금이 활용됐다. 문화이음 기부금은 문화 사업을 위해 도민, 단체, 재단 직원 등의 후원으로 이뤄진 기부금이다. 그동안 창작지원, 예술 교육, 문화 복지 등에 활용됐다. 이번 사업에는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자는 의견에 따라 약 1100만 원가량이 작품 구입에 쓰였다.
재단은 작품 12점을 작품 당 70만 원에서 170만 원 사이에서 매입했다. 통상 기성작가들의 조형물, 미술품이 수억 원대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작가들은 “첫 작품을 팔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선정 전 심의는 아트딜러, 평론가, 중견 작가로 구성된 외부 심의를 통해 평가했다. 한 심사위원은 “신진 작가 지원 사업의 확대는 경기도의 경쟁력 있는 미술 시장을 구성하는 방안”이라며 “이번 사업은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라고 했다.
재단은 작품 구입과 함께 신진 예술가를 위한 ‘매도 계약서 작성’, ‘저작권 활용 방법’, ‘작품 창작 대가 산정 기준’, ‘경기도 예술인 등록’ 등도 진행했다. 신진 작가들이 계약과 거래에 취약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통상 신진 작가들은 작품 매매와 관련한 사기에 노출되기 쉽다. 기획전에 작품을 대여했다가 대여비도 받지 못하고 작품도 잃어버리는 일도 발생한다. 그래서 재단은 대여 약정 계약서 작성 방법을 안내하고 작품 대여 시에도 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작가들에게 알렸다.
재단은 이번에 구입한 작품을 경기도 공공기관과 공익적 장소에 전시할 예정이다. 재단 공공예술팀장은 “경기교육청과 협력해 도내 미술 특성화고에서 전시하고 작가 초대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022년 7월에는 선정된 작가들을 중심으로 특별기획전시도 계획 중이다.
1970~80년대 유럽에서는 문화 기관과 개인 후원자들이 신진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고 후원하는 문화가 넓게 퍼졌다. 이 같은 문화는 유럽이 세계 미술을 주도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 게리 흄, 데미안 허스트, 마이클 랜디 등의 연이은 출연은 예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토대가 됐다는 해석이다.
경기문화재단 강헌 대표는 “젊은 작가 작품 구입은 적은 예산이지만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일회성 작품 공모보다 의미 있고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재단 측은 “예산을 매년 두 배씩 늘려서 2022년에는 2000만 원, 2023년에는 4000만 원으로 더 많은 신진 작가들을 지원할 구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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