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타 감독 변치 않는 믿음 내겐 큰 힘
왼손 엄지 골절로 수술을 받은 부위에 깁스를 했는데, 얼마 전 그 깁스를 풀었다가 다시 깁스를 한 상태입니다. 처음에 깁스를 풀었던 이유는 수술한 부위가 어떻게 아물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던 건데, 결국엔 다시 반깁스를 하고 말았습니다. 특별히 나빠져서라기보단, 좀 더 온전한 회복을 위해 가볍게 깁스를 했다가 화요일 풀고 나선 X-레이를 찍은 후 손가락 보호대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다음부터 서서히 유산소 운동을 시작하고, 꿰맨 부위를 마사지 받으면서,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돌입할 예정이에요.
지난 일기에 썼듯이 이번 주 클리블랜드 홈경기를 아내와 함께 야구장 가서 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뉴욕 양키스랑 게임을 하다 보니 관중들이 너무 많이 온 탓에 관중석에 앉아 마음 편히 경기를 볼 수가 없겠더라고요. 구단 측의 만류로 결국엔 집에서 TV로 시청을 했습니다. TV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휴, 왜 저 쉬운 공을 못 칠까?’ ‘분명 변화구인데 공을 똑바로 보지 않으니까 헛스윙을 하지’ ‘와, 또 투수한테 당했네. 그때 휘둘러야지, 그냥 기다리고 있다가 결국 삼진 먹었잖아’
TV로 보면 왜 그렇게 공이 잘 보일까요? 변화구는 더 잘 보이더라고요. TV로 중계를 보는 팬들이 선수에 대해 비난하는 심정이 100번 이해가 됐어요. 저도 같은 입장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들어서면 상황은 많이 달라지는 겁니다. 아무리 심적으로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해도 투수와 심리전을 펼치며 생존해 나가려는 상황은 마음 편히 TV로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그래도, 제가 다시 복귀해서, 마치 집에서 TV를 보는 심정으로 편하게 투수를 상대한다면, 부담을 잔뜩 안고 덤비는 것보단, 훨씬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행이라면, 제가 부상 중에 있어도 클리블랜드가 중부지구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부상에다 팀 성적까지 추락한다면, 제가 안을 고통과 부담은 몇 배 더 했을 겁니다. 여전히 열심히 치고 달리는 클리블랜드 선수들에게 감사와 파이팅을 보냅니다. 해프너와 사이즈모어가 하루 빨리 복귀하라고 문자로 성화를 부리는데, 얼마 전 야구장에서 만난 매니 악타 감독은 보스답게 다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난 기다릴 수 있으니, 제대로 몸 만들어서 돌아와라.”
요즘 감독님 보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지도자의 자리가 오로지 성적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악타 감독님은 올 시즌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저한테 굉장히 큰 힘이 돼 주셨습니다. 시즌 초 방망이가 살아나지 않았을 때, 여유 있게 기다려주셨고, 불미스런 일을 일으켰을 때도 기자들에게 절 비난하시기보단, 저에 대한 변치 않는 믿음을 보여주셨습니다. 부상과 수술로 전력 이탈을 한 선수를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자리를 다른 선수로 채우려 하기보단 또 다시 기다림의 미덕을 보이시며, 제 손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팀 성적이 안 좋고 선수가 부진하다고 해서, 그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리지 않고, 자신의 탓으로 정리하는 인터뷰 내용도 그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하는 부분입니다.
어제, 무빈이 야구하는 데 따라갔다가 무빈이가 내야 플라이볼을 놓치는 바람에 상대팀이 2점을 더 획득하고 결국 무빈이가 속한 팀이 패하는 걸 봤습니다. 경기 후 무빈이가 저한테 다가와서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아빠, 코치 선생님이 실수해도 웃으라고 하셨어. 야구는 실수를 해야 성장하는 거라고 하셨어. 나 괜찮지? 멋있었지?”
클리블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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