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
정치인 2세이자, 1세대 창업자이기도 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62)의 2세 승계작업도 그런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동부그룹이 다른 어느 그룹보다도 승계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 다른 그룹과의 차이점이라면 김준기 회장은 ‘편법증여’ 논란이 일 만한 관계사 신설이나 유상증자 참여 등의 과정이 없이 세금을 내고 증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동부의 지분 승계 작업은 다른 어느 그룹들보다 속도전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지속적으로 주식 증여를 해온 결과 다른 어느 재벌그룹보다도 더 확실한 2세 승계체제를 구축한 김준기 회장은 정작 외아들인 남호씨(30)의 경영 참가는 미뤄두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이) 공부를 좀 더 해야한다. 유학 준비중인데 곧 미국으로 건너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근무했던 남호씨는 미국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동부그룹 일부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는 등 형식적인 승계 절차는 이제 끝냈고, 마무리 작업이 진행중인 것.
남호씨의 동부그룹 계열사 지분은 최근 몇년간 지속적 증가추세를 보여 오다 최근 들어 정체상태에 접어들었다. 지난 6개월 동안 남호씨 소유 동부그룹 계열사 지분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분율이 정체돼 있는 사이 남호씨가 보유한 주식 시가 총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최근 6개월 사이(지난해 11월1일부터 올해 5월2일까지)에 무려 2백억원에 육박하는 시세 차익을 올린 것.
현재 남호씨는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동부화재(14.06%, 9백95만1천5백20주)를 비롯해 동부정밀(21.14%, 84만5천5백30주) 동부건설(3.48%, 87만3천8백53주) 동부증권(6.84%, 1백만5천6백22주) 동부제강(7.1%, 1백72만8천2백60주) 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남호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동부화재의 주가 변동사항이다. 5월2일 현재 주가 7천8백50원으로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1일 당시 주가 6천4백30원에 비해 1천4백원가량 오른 셈이다. 그러나 남호씨가 가진 주식 총량을 감안하면 엄청난 시세 차익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총 9백95만1천5백20주를 가진 남호씨 보유지분 시가 총액은 7백81억1천9백43만2천원에 이른다. 6개월 전(6백30억9천2백63만6천8백원, 지난해 11월1일 기준)과 비교해 무려 1백50억2천6백79만5천2백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남호씨가 보유하고 있는 동부정밀 주식도 지난 6개월간 수십억원의 이윤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1일 당시 주가 9천5백90원이었던 이 주식은 반년이 지난 5월2일 현재 1만4천원까지 상승했다. 남호씨 소유 지분 84만5천5백30주를 환산하면 최근 6개월 간 시세 차익은 37억2천8백78만7천3백원이 된다(지난해 11월1일 당시 81억8백63만2천7백원→올 5월2일 현재 1백18억3천7백42만원).
▲ 서울 테헤란로 부근 동부금융센터. | ||
남호씨가 1백만5천6백22주를 갖고 있는 동부증권 주가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가 2천1백45원이던 지난해 11월1일 당시 남호씨 보유 주식 시가 총액은 21억5천7백5만9천1백90원이었다. 정확히 6개월이 지난 5월2일 현재 주가는 3천2백35원으로 남호씨 보유 주식의 가치는 32억5천3백18만7천1백70원까지 치솟았다. 6개월 만에 10억9천6백12만7천9백80원이 불어난 셈이다.
반면 동부제강 주가는 하락해 남호씨에게 손실을 입히기도 했다. 지난해 11월1일 당시만 해도 주가 1만1천4백원이었던 것이 올 5월2일 현재 1만5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6개월 간 남호씨는 동부제강 주식으로 인해 23억3천3백15만1천원의 손해를 입은 셈이다(지난해 11월1일 당시 1백97억2백16만4천원→올 5월2일 현재 1백73억6천9백1만3천원).
동부제강의 주가 하락을 감안해도 남호씨는 최근 6개월간 동부그룹 계열사 주식 보유를 통해 엄청난 시세 차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1일부터 올 5월2일까지 주가 상승으로 총 1백99억3천9백13만2천2백90원의 자산을 늘린 셈.
동부그룹측에 따르면 남호씨 보유 주식은 모두 증여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즉,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만을 갖고 6개월 만에 2백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5월2일 현재 남호씨 보유 주식 전체의 시가 총액을 환산하면 1천2백5억8천4백66만9천20원에 이른다. 남호씨 자산 중 16.5%에 해당하는 금액이 지난 6개월 만에 남호씨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동부그룹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남호씨가 증여를 통해 시가 1천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것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아무리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준 것이라 해도 서민들 관점에서 보면 어리둥절해 보일 수 있는 금액일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합법적 절차를 통해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남호씨에게 주식 증여를 해왔다. 다른 그룹은 비정상적인 절차를 통하기도 하던데…”라며 떳떳하지 못한 일부 재벌과는 비교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룹 관계자는 또 “창업주인 김준기 회장에게 아들이 남호씨 하나뿐이고 다른 일가 친척들은 그룹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동부그룹측이 남호씨에게 조속히 승계 구도를 만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남호씨 보유주식 시가총액 변화
회사 | 2004년 11월1일 | 2005년 5월2일 | 시세 차익 |
동부화재 | 631억원 | 781억원 | 150억원 |
동부건설 | 76억원 | 100억원 | 24억원 |
동부정밀 | 81억원 | 118억원 | 37억원 |
동부증권 | 21억원 | 32억원 | 11억원 |
동부제강 | 197억원 | 174억원 | -23억원 |
합 계 | 1백99억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