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데뷔 66년 차 원로가수 쟈니 리가 최근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해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2대 연속 가왕의 자리를 차지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1950년대 후반 쇼 단체 '쇼보트'를 통해 데뷔한 뒤 극장 쇼를 주름 잡으며 '뜨거운 안녕', '통금 5분전', '내일은 해가 뜬다'가 수록된 독집 음반 '쟈니리 가요 앨범'을 발매했다.
이와 동시에 영화 '청춘 대학'에도 출연하며 60년대 '극장 쇼 전성시대'를 이끈 '국민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인생은 '내일의 해'가 떠오른 거 같았지만 삶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세 번의 결혼과 이혼 후 기적같이 네 번째 아내를 맞이했지만 식도암, 임파선암을 선고받으며 지독한 투병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당시 의사도 장담할 수 없던 건강 상태였는데 아내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기적적으로 호전될 수 있었다. 쟈니 리는 "난 사실 굉장히 자유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집사람이 있어서 가정이 있다는 거 자체가 행복하다"며 평생 떠돌이처럼 자유만을 좇던 남자 쟈니 리에게 안정과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선물한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뿐 아니라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절친들도 있었다. 그가 자신 있게 말하는 절친, 가요계의 영원한 디바 현미를 만난다. 두 사람은 같은 이북 출신으로 겨울 칼바람을 등지고 가족들과 생이별하며 피난의 길에 올라야 했던 상처를 공유하기에 누구보다 더 끈끈한 유대감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현미는 "쟈니가 노래도 잘하고 생활도 행복하게 하고 멋쟁이니까 항상 쟈니를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쟈니 리의 '전성기 시절'을 함께한 가수 정훈희와도 회동한다. 쟈니 리를 열일곱 살에 처음 만난 정훈희는 세월의 야속함을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멋쟁이인 쟈니 리와의 만남에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워했다.
특히 그녀는 "극장 쇼 가서 딱 한 번 마이크 이렇게 휘어잡으면 요즘으로 치면 그냥 '오빠 으악!' 하고 쓰러졌다"며 당시 쟈니 리의 엄청났던 인기를 증언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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