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왼손투수가 뇌경색 환자라니 충격이다. 정말인가?” 일본 프로야구단 관계자한테서 온 이메일엔 ‘충격’이란 단어가 10개나 됐다. 어디 그 사람만 그랬겠는가. 7월 19일 모 종합지에서 ‘김광현의 부진 원인이 뇌경색 때문’이란 기사가 나오고 나서 프로야구 관계자와 팬들은 온종일 충격에 시달렸다. 당시 기사 내용만 보면 충격을 받을 만했다.
그 기사를 보면 김광현은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끝나고서 축하 회식에서 마신 술 때문에 다음날 안면근육 경련과 구토에 시달렸다. 대형병원으로 긴급후송될 때만 해도 병세가 위중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검진을 통해 밝혀진 병명은 뇌경색. 당시 SK 측은 “단순한 안면마비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김광현의 상태를 해명했다. 하지만, 단순 안면마비치곤 치료 기간이 길고,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도 반납하면서 김광현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과연 김광현의 뇌경색에 대해 아무도 몰랐던 것일까. 아니다. 조금은 알려졌었다. <일요신문>이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취재하러 갔을 때 일본 야구인으로부터 묘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광현이 일찌감치 오키나와에 와서 통원 치료와 투구훈련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키나와에서 혼자 투구훈련을 하는 것도 이상했지만, 한국으로 치면 제주도 격인 오키나와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게 영 석연치 않았다. 당시 일본 야구인은 “오키나와는 일본에서도 공기가 맑고, 환경이 좋아 지병 치료 차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특히나 심장병과 뇌질환 환자의 치유에 매우 이상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야구인 역시 구단 안팎의 소식통을 통해 김광현이 뇌경색으로 치료 중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개인의 사생활이자 가장 은밀한 건강에 관련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보안 속에 김광현의 뇌경색은 숨겨지는 듯했다. 무엇보다 김광현이 병원 치료로 상태가 호전되고, 야구선수로 뛰는 데도 전혀 이상이 없었기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김광현이 올 시즌 거듭된 난조로 1, 2군을 오가다 급기야 시즌 중 일본 후쿠오카로 날아가면서 과거의 뇌경색 병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광현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몸을 만들며 투구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소문들을 듣고 김광현 역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충격은 잠시. 현재 투구훈련을 하며 국내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김성근 감독 역시 “김광현이 후쿠오카에서 연습하는 건 후반기 등판을 위한 배려”라며 “김광현의 몸 상태는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김광현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멋진 투구로 마무리 짓겠다는 자세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