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중대형기 추가 도입…플라이강원, 여객기 이용 ‘벨리 카고’ 준비
2020년까지만 해도 2021년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해외여행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2021년 역시 꽉 막혔던 항공 산업을 경험하며 더 이상 여객이 다시 활성화되길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금처럼 여객이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화물 운송인 카고(Cargo)로라도 수익을 내야 부도를 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여행업 침체 속에서도 지난 2년 동안 장거리 노선을 활용한 화물 운송 덕을 톡톡히 봐 왔다. 여객을 넘어서는 화물 수익을 올리며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로 중소형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는 LCC 업계는 장거리 노선을 소화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에서도 중·장거리 카고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대형항공사의 실적을 지켜봐 온 고사 직전의 LCC들이 어느 정도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대부분의 LCC들은 항공기를 리스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카고를 고려하는 여러 LCC들은 중대형기 리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CC 관계자는 “항공기 1대를 리스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만큼 적자에 대한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지만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LCC가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큰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조건으로 공정위는 두 항공사가 중복 운행하고 있는 노선의 슬롯과 운수권을 재분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재분배 노선은 인천에서 출발하는 LA·뉴욕·시애틀·바르셀로나·시드니행 등 ‘알짜’로 일컬어지는 주요 중·장거리 노선 10개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시 독점 규제로 재분배되는 알짜 노선 슬롯과 운수권 따내기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티웨이항공은 300명 이상을 태우고 10시간 이상의 중·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중대형 항공기 3대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를 활용해 오는 3월 호주 시드니를 비롯해 키르기스스탄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등으로 취항할 예정이다.
이제 막 시범 운항을 마친 LCC 에어프레미아도 중대형 항공기인 보잉 787-9를 도입한 상태다. 309석 규모로 장거리 운항이 가능하다. 에어프레미아는 “연내에 중대형 항공기 2~3대를 더 도입해 인천-LA 노선을 취항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선 취항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원도가 상당 부분을 출자한 플라이강원도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화물운송사업면허를 취득했다. 본격적으로 화물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의미다. 플라이강원은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벨리 카고(Belly Cargo)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화물청사와 물류창고 기능을 통합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양양국제공항 인근 용지 매입도 완료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항공운송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강원도는 물론 경기 북부의 화물까지 커버한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도 1월 내 새 항공기 도입을 예고했다. 신생 LCC인 에어로케이도 2021년 도입하려다 미뤄진 새 항공기 도입 시점을 고민 중이다.
앞서 국내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와 경영난으로 일부 항공기를 반납한 바 있다. 2021년 9월 기준으로 국내 10개 항공사의 보유 항공기 수는 372대로 보고됐다. 2019년 414대와 비교하면 42대 줄어든 수치다. 최근 항공사들이 다시 항공기를 도입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를 발 빠르게 대비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와 트래블 버블(안전여행권역)을 체결한 사이판 역시 싱가포르에 이어 양국 간 신규 항공권 판매가 금지됐다. 유럽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유럽 각국도 국경의 방역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업계는 적어도 2023년에는 여객이 정상화할 것이라고 전망해 왔지만 코로나19 변이가 지속된다면 이마저도 어렵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일고 있다. 항공사들이 항공기 도입을 늘리는 시점에서 절벽에 가까운 여객 수요가 지속된다면 공급 과잉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022년 여객 수요 역시 코로나 전인 2019년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물운송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라도 LCC들의 항공기 도입이 적자 규모를 더 키우는 일이 될 수 있어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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