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추징금 900억·기내식 사업 수익보장 합병 후 책임질 수도…대한항공 “관련 부서에서 들여다보고 있어”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정부도 그 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항공업계가 침체돼 두 업체의 통합이 항공산업의 정상화를 이끌 방안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 14개 국가에 기업결합신고를 제출했다. 해외에서도 사업을 하는 항공업 특성상 인수합병에 대해 각 나라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베트남과 터키, 태국,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6개 국가에서 기업결합을 승인받았다.
인수합병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잠재 리스크들이 대한항공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게다가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969억 8397만 원의 추징금을 통보(과세예고) 받았다. 2016년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지분을 금호산업에 매각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업계는 국세청 추징금이 박삼구 전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의지와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박삼구 전 회장은 금호산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뒤 이를 인수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인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설립했다. 금호산업을 인수한 뒤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당시 보유한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저가 매각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박삼구 전 회장이 인수합병 과정에서 계열사 부당지원, 횡령, 배임 등을 저질렀다고 보고 지난 5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삼구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스위스 게이트고메그룹 계열사에 저가(1333억 원) 매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박삼구 전 회장이 게이트고메그룹에 오는 2047년까지 최소 순이익을 보장해주기로 약속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 대한 대가로 게이트고메그룹에서 금호기업이 발행한 무이자 신주인수권부사채 1600억 원어치를 인수했다고 판단했다.
항공업계는 아사이나항공의 이 같은 리스크에 대해 대한항공이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자체적으로 리스크 해결에 나서길 바라면서도 기업결합 심사가 종료되지 않아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처 방법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고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관련 부서에서만 (리스크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 측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리스크로 나타날 부분들을 이미 들여다봤으며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리스크로 재무적 손실이 발생하면 대한항공이 꽤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지방국세청에서 통보한 969억 8397만 원의 추징금을 합병 후에는 대한항공이 부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행 국세기본법 제23조에는 ‘법인이 합병한 경우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 또는 합병으로 설립된 법인은 합병으로 소멸된 법인에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 및 강제징수비를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추징금 최소화를 위해 관련 내용을 검토한 뒤 쟁점 사안에 대해선 법정 기한 내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국세청의 추징금 부과에 대해)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추징금 소송이 이어질 경우 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보통 2년 이상 소요된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오는 2024년부터 통합 항공사로 운영한다는 대한항공의 계획과 시기가 맞물린다.
아시아나항공의 게이트고메그룹 관련 문제도 대한항공에 부담되는 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게이트고메그룹과 한 '2047년까지 최소 순이익 보장' 계약을 대한항공이 이행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미 대책을 강구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본부 국장은 “대한항공 입장에선 직접 관여할 수는 없지만 우려되는 상황이다. 차후 (대한항공이) 떠안고 갈 문제가 될 수 있어 (아시아나항공) 리스크에 대해 모니터링하면서 대책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수 결정 당시 아시아나항공 측의 리스크들이 지금처럼 드러나지 않아서 우발적인 부분이 크다”며 “대한항공은 이 리스크들에 당장 대응하기보다 지켜보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8000억 원을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지원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했다. 권오인 국장은 “8000억 원이라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진행됐기에 산업은행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자금 투입 당시 아시아나항공 리스크를 아예 모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모두 (아시아나항공 리스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니터링은 하는데 의사결정을 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재는 아시아나항공 문제고 그 쪽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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