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20조 원 증발 등 후폭풍, 투자자 돈으로 돈잔치 지적, 카카오 대표 취임 결국 포기
#왜 하필 가장 민감한 시기에…
스톡옵션은 류영준 대표가 가진 당연한 권리다. 그런데 왜 류 대표의 권리행사가 비난의 표적이 됐을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시기와 이후 주가 흐름이다. 2021년 11월 3일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47.29%)와 중국 알리페이(38.69%)가 86.16%의 지분을 보유, 시장 유통물량은 발행주식의 14%가 채 안된다. 30조 원 가까운 시가총액으로 상장되면서 코스피200 편입을 예약했고, 이에 따라 시장수익률을 추종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종목이 됐다. 덕분에 카카오페이는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11월 말에는 한때 24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런데 그 직전인 11월 24일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던 스톡옵션을 행사해 보통주를 보유한다. 이 지분은 12월 10일 시간외 매매로 1주당 20만 4000원가량에 팔렸다. 코스피200 편입 재료가 소진하고 12월 6일부터는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풀리기 시작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대규모 지분을 매각한 것은 바로 악재가 됐다.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줄곧 내리막을 걸었고 장중 기준으로 단 한 차례도 20만 원을 넘지 못했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뿔이 날' 만하다.
#넉 달만 기다렸다면…
류영준 대표는 보유한 71만 주의 스톡옵션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23만 주를 팔아 400억 원 넘는 차익을 거뒀다. 스톡옵션 행사 직후인 11월 25일 류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된다. 류 대표가 카카오로 자리를 옮기면 카카오페이 특수관계인이 아니어서 주식거래 내역을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3월 이후에는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도 스톡옵션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최고경영자가 대규모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주가가 단기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신호가 된 셈이다.
카카오페이 주가 하락으로 류영준 대표의 평판이 나빠진 상황에서 마침 카카오 주가도 급락한다. 빅테크, 게임 등 카카오가 속한 주요 업종 관련주가 모두 하락한 상황이었지만, 화살은 결국 류 대표를 향했다. 가뜩이나 주가 흐름도 안 좋은데 카카오페이에서 논란이 된 인물이 최고경영자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카카오 노조가 나섰고, 결국 류 대표는 카카오 대표 취임을 포기한다.
#카카오뱅크 임원진도 행사
카카오페이보다 석 달 먼저 증시에 데뷔한 카카오뱅크도 경영진이 보유 주식을 대거 내다팔아 현금을 챙겼다. 정규돈 최고기술책임자(CTO)가 76억 원, 신희철 최고인사책임자(CHRO)가 32억 원, 김석 위험관리최고책임자(CRO)가 30억 원, 유호범 내부감사책임자 25억 원 등이다. 카카오페이와의 차이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52만 주의 스톡옵션을 보유 중이지만 아직 단 한 주도 행사하지 않은 점이다.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은 상장 후 167만 주(시가 약 837억 원)라는 적지 않을 물량에 대해 스톡옵션을 행사했지만 시가로 250억 원이 넘는 차익이 가능한 윤 대표가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세간이 관심을 피할 수 있었다.
다만 윤호영 대표는 엄밀히 말하면 스톡옵션 행사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하지 못했다는 게 맞다. 윤 대표는 2019년 스톡옵션을 부여받을 때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3차례에 거쳐 나눠 행사할 수 있으며 사용자 1300만, 세전이익 1300억 원 등의 경영목표 달성이 전제조건으로 부가됐다. 3월 결산에서 공표될 2021년 경영실적이 이 같은 조건 충족해야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투자자 돈으로 임직원 돈잔치
카카오는 각 사업부분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사하고 이들 계열사를 상장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에게는 스톡옵션으로 보상했다. 아직 스스로 돈을 벌어 직원들에게 보상할 만한 실적은 없지만 미래 성장 잠재성을 명분으로 시장의 돈으로 임직원들의 배를 불린 셈이다. 카카오도 1934만 주이던 스톡옵션 가운데 166만 주가 2021년 행사됐다. 카카오 임직원들은 이를 통해 1700억 원이 넘는 차액을 챙길 수 있게 됐다. 2021년 3분기까지 카카오 영업이익(4883억 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다. 덕분에 지난 9월 말까지 카카오 직원 평균급여는 1억 3700만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7500만 원보다 2배 가까이 많고, 경쟁관계인 네이버의 1억 743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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