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부상 속 가상자산 외연 확대…미 증시 활황과 긴축 엔진 시동, 신 냉전 주목
코로나19 백신 이후 가파른 경제 회복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며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글로벌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이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대만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은 우크라이나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세계 경제의 잠재 불안 요소가 됐다. 2021년 자산시장에 나타난 다섯 가지 현상을 정리해봤다.
#카카오의 해…류영준·윤호영 상장 ‘돈방석’
카카오 주가는 2020년 153% 폭등한 데 이어 2021년에도 46% 이상 오르며 시가총액 순위 5위에 올랐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플랫폼이 각광을 받으며 부상했다면 2021년에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덕을 톡톡히 봤다. 업비트는 가상자산 가격급등으로 올해 3조 원 이상의 순이익이 예상되고 기업가치만 2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는 직간접적으로 2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2021년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모두 ‘대박’을 쳤다. 8월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한때 시총이 50조 원에 육박했고, 11월 증시에 데뷔한 카카오페이도 30조 원을 넘으며 금융대장주 1, 2위를 싹쓸이했다. 카카오 상장 4인방 시총은 110조 원에 육박하며 삼성, SK, 현대차, LG에 이어 재계 5위에 올라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외한 기존 대기업 총수들을 모두 밀어내고 국내 주식부호 2위에 올라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2022년 초 카카오로 자리를 옮길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기업공개(IPO·상장) 성공으로 올해 가장 많이 재산을 불린 전문경영인이 되기도 했다.
윤호영 대표는 행사가 5000원에 52만 주를 보유 중으로 잠재 차익만 290억 원이 넘는다. 류영준 대표는 71만 주 가운데 23만 주를 행사해 주식으로 받은 후 지난 10일 매도, 450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류영준 대표는 여전히 48만여 주의 미행사 물량을 보유 중이다. 모두 행사한다면 시가로 800억 원 상당이다.
#메타버스·NFT…업비트의 급부상
2021년에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전년보다 상승폭이 둔화됐고, 5월부터 9월까지는 급등락이 반복되기도 했다. 올해는 오히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 알트코인이 주목을 받았다. 암호화폐(가상화폐) 등 가상자산이 제도권 시장의 한 부분으로 인정되면서 그 쓰임에 관심이 집중된 결과다.
특히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에 대한 관심은 가상자산 생태계를 폭발적으로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게임과 미술, 음악, 영상 등 콘텐츠 산업과 가상자산이 메타버스에서 결합하면 엄청난 경제적 효용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감이 폭발했다. 증시에서도 게임, 엔터주 등까지 메타버스·NFT 관련주로 분류되며 폭등했다.
미국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기업 메사리(Messari)는 최근 2022년 가상자산업계 전망을 담은 ‘Crypto Theses 2022’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NFT 아트 시가총액이 10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메사리는 NFT 거래소 같은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내놨다.
실제 2021년 가상자산보다 더 주목을 받은 곳들이 가상자산거래소다. 가상자산 가격 급등에 따라 수수료 수익도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인베이스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국내에서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의 금융위원회 등록이 이뤄졌다. 2021년 4곳의 순익만 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의 힘, 미국 증시 무한질주
2021년에도 미국 증시는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다. S&P500은 24%, 나스닥도 19% 이상 올랐고, 다우존스도 16% 상승했다. 4%도 오르지 못한 코스피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특히 그동안 증시를 주도했던 페이스북(현 메타),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등 플랫폼 기업보다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등 제조업 관련 대형주가 선전했다.
2020년 테슬라에 이어 엔비디아, 애플 주식이 급등했다. 애플은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에도 도전 중이다. 3조 달러면 우리나라의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액수보다도 크다. 테슬라에 이어 엔비디아와 애플 주식을 끌어올린 주요한 동력 가운데 하나는 개인투자자들의 콜옵션 투자다. 일정시점에서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적은 투자금으로도 높은 수익이 가능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중국은 계속된 미국의 견제 속에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통제 강화정책으로 증시가 부진했다. 상해종합지수는 4.3%, 심천종합지수는 8% 오르는데 그쳤고, 본토의 사실상 직접 통제에 들어간 홍콩에서는 항셍지수가 15%나 급락했다. 특히 초대형 부동산개발회사인 헝다그룹 파산 사태는 그동안 건설경기 부양으로 고성장을 지속해온 중국 경제에 치명상을 남겼다.
#인플레이션…드디어 글로벌 긴축
2020년 11월부터 국제유가가 빠르게 반등하며 2021년 1월 WTI(서부텍사스중질유) 근월물 선물가격은 배럴당 50달러를 넘겼다. 코로나19 백신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의 기대가 경기 자극제가 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되살아났다. 2021년 연초부터 미국 국채(10년 만기) 수익률(Yield)이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자재 공급 차질,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 작황 악화, 친환경 산업 성장 기대에 따른 신소재 관련 광물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됐다. 코로나19로 물류 기능이 일부 마비되면서 운송 비용도 급등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열풍은 화석연료 공급을 위축시켰고, 4분기에는 중국의 석탄 대란, 유럽의 천연가스 대란까지 터졌다. 글로벌 물가 불안은 중앙은행들의 긴축 전환을 앞당겼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이어 영란은행이 12월 3년 만에 긴축실행에 들어갔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의 채권매입 축소와 함께 2022년 상반기부터 최소한 3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전세계적인 긴축 전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2021년 11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도 긴축 엔진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신냉전…경제전쟁의 시대
오랜 기간 전세계의 화약고는 중동이었다. 2021년엔 중국과 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화약고로 부상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 유럽에 난방용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연료창고인 러시아가 미국의 패권과 충돌하면서다. 반도체 공급 대란과 10월 발발해 전세계에 타격을 미친 중국과 유럽의 에너지 대란도 지정학적 갈등이 엮인 경제적 충격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유럽 확장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 중이다. 태평양 진출을 꿈꾸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양쪽 모두 강공이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지속하고 있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에 부정적인 중국 정부의 입장은 직접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다.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간 직접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은 낮지 않지만, 만에 하나 발발하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날 수 있다. 대만의 TSMC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공장(Foundry)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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