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볕을 받으며 인고의 시간을 버틴 말린 음식. 겨울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서는 가을에 나는 풍성한 채소와 햇과일을 말려 저장해야만 했다. 과거에는 식자재를 말리는 이유가 일조량이 적어지는 겨울철을 대비해 먹을거리를 보충하는 것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이런 말린 음식 자체의 쫄깃하고 바삭한 맛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바닷가에서는 생선이, 육지에서는 메주와 고기가, 그리고 마을 집마다 제각각 말리는 시래기까지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다양한 겨울 말린 음식을 통해 햇볕 한 줌까지 밥상 위에 올리는 선조들의 지혜를 배운다.
새벽 다섯 시부터 죽도 시장의 뒷골목은 분주하다. 한 청년이 수레를 끌고 생선들을 운반하는데 약 1년 전부터 이모와 이모부를 도와 생선 건조장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손준 씨. 도시의 샐러리맨으로 일하던 손준 씨가 잠시 일손을 도우려고 시작한 생선 말리는 일로 하지만 막상 돌아가려니 시장 뒷골목에서 하던 이 일이 주는 매력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결국 이모와 이모부의 후계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젊은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장판에 청년 수산업자라니 이모, 이모부에겐 그가 바로 햇살 그 자체다. 아침 일찍 사 온 생선들은 손질이 끝나면 옥상으로 올라가는데 이곳에서 겨울 햇빛 한 줌을 받으며 마르기 시작한다.
이모와 이모부에게 자식처럼 다가가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는 사람들이 반건조 생선으로 차린 밥상을 만나본다.
반건조 생선을 자주 먹는 이들이 특히 즐겨 먹는 별미는 바로 대구 대가리다. 대구 대가리를 기름에 지지고 각종 양념을 해서 자작하게 졸이는 대구볼찜은 생선을 낯설어하던 준 씨가 또 다른 맛에 눈뜨게 한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가족들이 먹는 또 하나의 별미가 있었으니 예로부터 많은 인원이 먹기 위해 양을 늘려 먹던 김치밥국. 생선을 있는 대로 넣으면 그 맛이 더해진다.
거기에 포항초를 넣은 반건조참가자미조림까지 완성하면 가족들의 별미 밥상이 완성되는데 그동안 가족들 먹이느라 늘 부엌에서 지낸 이모를 위해 준 씨가 말린 바다장어로 조림을 만든다. 햇살 한 줌에 더 맛있어지는 생선처럼 인생도 서로 덕분에 더 찬란해질 거라는 가족들의 따뜻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경북 포항시의 장을 이용한 육포 만들기, 경기도 용인시 법륜사의 보양식, 경북 예천군의 도토리묵두루치기와 황태찜 등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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