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창궐한 지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전시 체제와도 같은 상황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간호사들. 그러나 경제, 국방, 문화 등 여러 지표에서 세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현장 간호인력의 처우와 관련된 지표는 매우 열악하다.
지난해 발표된 OECD의 보건의료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한민국의 인구 1000명 당 병상수는 12.4개로 OECD 국가들 중 2위에 해당하지만 간호사들의 수는 인구 1000명 당 4.2명으로 평균인 7.9명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특히 같은해 고용노동부의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전체 간호사 면허취득자 중 실제 활동비율은 60% 정도에 불과했다. 여기에 팬데믹을 기점으로 악순환이 가속화되어 더욱 많은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거나 급기야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코로나19 격리병동을 24시간 취재하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살고 싶다는 간호사들의 생생하고 절박한 목소리를 들으며 대한민국 간호사의 오늘을 진단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가 일어난 지금까지 수많은 간호사들이 환자들 곁에 머물며 치료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코로나19 병동에서는 날마다 어떤 일이 일어나며 간호사들은 구체적으로 무슨 업무를 하고 있을까.
육안과 CCTV로 환자들 한 명 한 명의 몸상태를 시시각각 주시하고 자신의 몸을 돌볼 여유도 없이 방호복을 입은 채 환자 곁에서 맞춤형 간호를 이어가는 시간들. 서울의 한 코로나19 병동 간호사들의 24시간을 밀착 취재하며 매일 반복되는 그들의 치열한 하루를 살펴봤다.
코로나19 격리병동 이현지 간호사는 "중환자 분들이 늘어나면 정말 사소하게는 소변, 대변도 저희가 다 받아내야 하고, 두 시간마다 욕창이 생기지 않게 체위 변경도 해야 하고, 그분들 밥을 다 일일이 먹여드리고 양치시켜드리는 일들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위드코로나 초기) 인력도 많이 부족하고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2020년 봄, 대한민국에 수많은 영웅들이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으로 홀연히 떠난 사람들. 이후에도 전국적인 발병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싸운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정부와 미디어에서는 '영웅'이라는 칭호를 선사하며 '덕분에 챌린지'로 대표되는 명예 위주의 보상을 건냈다.
하지만 정작 많은 간호사들이 원했던 것은 1인당 담당 환자수 법제화 등 현실적인 처우 개선이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강도 높은 업무량을 감당해내야 했던 간호사들은 팬데믹 이후로는 살인적인 일정에 목숨까지 위협받았다. ‘사직 순번제’, ‘임신 순번제’, ‘태움’ 등의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떠났으며 그러지 못한 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서야 병원을 떠날 수 있었다. 한때 영웅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살기 원하는 그들의 진심을 들어본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유연화 간호사는 "진짜 손이 떨리게 무서워요 병상이 이렇게 많이 늘어나면 이렇게 많은 병상을 볼 간호사가 과연 있나 우리나라에? 그러면 또 '현장에서 내 동료가 같이 몸으로 여기저기서 막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라고 말했다.
제작진을 간호사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들의 처우 개선은 간호를 받는 모든 이들의 건강과도 직결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국내외의 다양한 취재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와 같은 해외의 경우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 법제화 등이 실제 환자들의 안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확인했다.
관련 규정의 미비로 많게는 1인당 수십 명의 환자들을 돌보다 못해 병원을 나오는 국내 간호사들의 오늘. 지금도 수많은 간호사들이 스스로의 삶을 지키고 온전히 환자 한 명 한 명의 간호에만 집중할 수 있는 내일을 그리며 휴식 시간을 쪼개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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