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앨범 ‘6equence’ 만남부터 이별까지 감정 변화 표현…“문별의 색으로 만들었구나” 칭찬 뿌듯
“제일 신경 쓴 부분은 스토리텔링 느낌처럼 곡들을 만들고 싶다는 거였어요.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사랑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록곡들을 보시면 처음부터 끝까지, 만남과 헤어짐의 미련까지 트랙마다 이야기가 다 다르거든요. 사랑의 감정 변화를 시간 순으로 나열한 거예요. 그런 사랑을 우리 모두가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한 앨범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20년 2월 14일 미니 2집 ‘Dark Side of the Moon’(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이후 1년 11개월 만의 컴백이었다. 비교적 긴 시간을 들인 만큼 문별은 곡 작업과 콘셉트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전보다 훨씬 다채로운 매력을 앨범에 담았다고 말했다. 여러 개의 신(scene)으로 이뤄진 ‘시퀀스’(Sequence)를 뜻하는 앨범의 타이틀처럼 사랑하는 이들의 첫 만남부터 뜨겁게 몰입했던 절정의 순간, 마음의 퍼센티지가 달라져 버린 위태로운 관계의 연인과 결국 택한 헤어짐으로 혼자 미련스럽게 후회하는 마지막을 담은 여섯 개의 곡이 수록됐다.
“이번 앨범에서 수록곡들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는) 자리가 있는데 ‘루나틱’은 권태기의 이야기예요. 주인공이 여성 화자인데 권태기가 왔을 때 진지하게 ‘너는 내 사랑이 아니야’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좀 특이한가 봐’ 하면서 본인을 좀 더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이기적인 문별의 느낌으로(웃음).”
그의 말대로 타이틀곡 ‘Lunatic’(루나틱)은 50 대 50의 퍼센티지로 시작한 사랑의 감정이 혼자 탄 시소처럼 한 쪽으로 기울어져 버리는 순간, 권태기를 느끼게 되는 연인의 모습을 하우스 장르의 중독성 짙은 훅으로 표현한 곡이다. 이기적인 화자가 ‘내가 주는 사랑에 눈치껏 기분을 맞춰 줘’라고 회유하고, 화내면서 밀어냈다가 또 안 보이면 집착하며 애원하는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의 변화를 문별만의 매력으로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관계의 우위에 있는 듯 상대에게 마음껏 변덕을 부리다 결국 이별을 택하게 되는 여자가 ‘미련한 미련’을 느끼게 되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 ‘내가 뭘 어쩌겠니?’(ddudduddu)는 문별이 작사·작곡을 모두 맡아 관심을 끌었다. ‘남은 것은 미련이지만 이것 또한 아직 사랑의 조각인데, 내가 뭘 어쩌겠니?’라는 솔직한 자책의 감정을 담백한 가사와 중저음 랩으로 담담하게 표현해 낸 곡이다.
“자작곡이 들어간 자리는 ‘미련’의 자리예요. 바로 그 직전 트랙에서 헤어짐을 이야기하는데, 그 다음 트랙에서는 ‘내가 더 좋아했었나 보다’ 하면서 미련이 가득해 있는 거예요. 사실 제가 미련을 되게 좋아하거든요(웃음). 그동안 공개된 곡들도 들어보시면, 제가 마마무 앨범에서 솔로 첫 곡으로 ‘구차해’를 썼었는데 그게 제 미련 덩어리를 담은 곡이에요. 그런 미련 장르가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후회 속에 살며 그때를 떠올리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 따뜻하면서도 차가움이 공존하는 미련의 느낌을 표현하려 많이 애쓰는 것 같아요.”
이처럼 열정 가득한 솔로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문별에게 가장 큰 부담을 주는 것은 마마무 멤버들이었다. 완성된 곡을 들려주는 것이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문별을 가장 긴장되게 만드는 ‘첫 번째 리스너’들이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들어 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저희가 원래 각자 솔로 준비하면 누가 ‘야! 나도 들려줘’ 하지 않는 이상 안 들려줘요, 너무 긴장돼서(웃음). 저는 특히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마마무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더욱 들려주기 부끄러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솔라 언니를 만나서 들려줬는데 언니가 ‘드디어 너의 옷을 찾았구나’ 라는 말을 해줬어요. 그게 참 고맙더라고요. 화사는 저보고 ‘언니, 너무 야해! 이래도 돼?’ 하더라고요(웃음). 그 말에 제가 ‘이렇게 해도 19금이 안 붙더라’는 대답을 해주고 그런 대화를 한 기억이 나요(웃음).”
마마무의 문별로 알려진 색깔이 아닌 솔로가수 문별로서의 새로운 색을 찾는 것은 그의 오랜 숙제이기도 했다. 세 번의 솔로 앨범을 거치고 나서야 문별은 이전보다 좀 더 당당하게 자신의 색깔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저만의 색이라면 ‘성별을 나타낼 수 없는 음악을 한다는 것’인 것 같아요.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여성 솔로가 부르는 것 같아’ 또는 ‘남성 솔로가 부르는 것 같아’ 하실 수 있는데 제 노래는 어떤 성별이 부를 것 같다고 하기보단 ‘문별의 색으로 불렀구나’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최근 들었던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 ‘완전히 너의 색으로 만들었다’는 말이었거든요. 그 말이 가장 뿌듯하고 이제까지 제가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한 힘이 돼 주는 것 같아요.”
문별을 포함해 저마다 색을 찾아가고 있는 마마무의 다른 멤버들은 여전히 ‘마마무’라는 이름 아래 모인다. 가수로서 걸어온 길에 짙게 남아있는 마마무의 흔적에 덧칠을 하거나 이를 벗겨낼 생각은 없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통상적으로 ‘마의 7년’이라 불리는 첫 계약기간 만료 이후 행보를 놓고 문별, 화사, 솔라는 현 소속사인 RBW에 남았지만 휘인은 2021년 6월부로 계약을 종료하고 같은 해 8월 빅스의 라비가 수장으로 있는 더 라이브로 둥지를 옮겼다. 다만 마마무로서 그룹 활동은 2023년 12월까지 함께한다고 하니 아직 4명의 마마무 완전체를 볼 시간이 남아있는 셈이다.
“7년을 넘길 수 있었던 건 모두가 마마무를 이어가고 싶다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였던 것 같아요. 연기에 관심 있는 친구, 다른 장르에 관심 있는 친구가 없었기에 가수 마마무로 이어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각자의 길에서 어떤 길을 가든 존중하고, 마마무는 넷이라는 것엔 변함이 없으니까요. 마마무는 제게 있어 청춘이에요. 제 청춘을 다 바친 그룹이거든요. 그만큼 청춘을 따뜻하게 보내기도, 쓰라리게 보내기도 했기 때문에 그 청춘이 30대가 된 저를 자리 잡게 해주는 뿌리처럼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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