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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광래 감독은 10일 일본전에 박주영 이청용 구자철 손흥민 등 해외파들을 소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
단순한 경기가 아니다. 비록 승패와 관계없는 무대라고 하지만 전통의 동아시아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이 격돌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축구 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월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한 경험이 있는 터라 ‘리벤지(복수)’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찌감치 해외파를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조 감독이 밝힌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여름 휴식기를 끝내고 2011~2012시즌 개막이 임박한 가운데 잉글랜드 독일 스코틀랜드 등 유럽 각지에서 활약 중인 해외파를 모두 소집하는 건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새로운 시즌, 그것도 갓 시작하려는 마당에 해당 선수들이 무사히 적응하는데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컨디션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한 시선들이 많았다.
한 축구인은 “여느 대표팀 감독이라도, 그 위치에 있다면 당연히 선수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월드컵 최종예선 등 큰 무대가 아닌 단순한 평가전에 해외파를 대거 불러들이는 건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축구 에이전트 역시 “자칫 평가전에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그것으로 한 해 농사는 끝난 것과 매한가지다. 아시안컵 이후 한동안 해외파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래도 조 감독의 선택이 존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5월부터 K리그를 계속 들쑤셔 놓고 있는 승부조작과 불법 베팅의 파장이 여전히 끝나지 않은 탓이다.
당초 저연봉 선수들이 연루된 ‘생계형’ 사태인 줄 알았는데, 억대 연봉자들까지 승부조작 사태에 두루 포함되고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두루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 속에서 “뽑을 선수가 부족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7월 28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전 출전 엔트리를 발표하기 앞서 조 감독은 사석에서 “승부조작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데다, 1~2차 공판을 통해 수많은 선수들이 처벌을 받는 시점인데, 아무래도 K리그 선수들은 마음 놓고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사태로 추락할 대로 추락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선배 축구인으로서의 위기의식도 한몫했다. 비교적 공정한 기사로 호평을 받아온 세계적인 저명 축구 전문지 <월드사커>조차 별도 특집 기사를 통해 “깨끗한 한국 축구의 이미지가 승부조작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는 자극적인 보도를 내놓았을 정도다. 유력 외신들도 새로운 선수가 수사 명단에 오르내릴 때마다 떠들썩하게 한국 축구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조 감독은 줄곧 “대표팀이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 아예 한국 축구는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팬들이 떨어져 나가는데 A매치를 통해 추락한 분위기를 되살리고 열기를 다시 지펴야 하지 않겠느냐”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여기에 일본과의 자존심 대결도 영향을 줬다. 일본축구협회는 조광래호의 명단 발표에 앞서 무려 18명의 해외파를 소집하겠다고 공표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