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두 자녀 대신 간 이식 나섰다가 되레 새 삶 ‘설날 축복’
[일요신문] 건강하던 60대 여성이 간경화를 앓는 남편의 간 이식을 위해 장기를 기증하려다 공여자 검사에서 뜻밖에 간암이 발견돼 조기 수술로 새 삶을 얻게 된 사연이 알려지면서, 코로나로 우울한 설날을 보내야 하는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부산 온종합병원은 “통합소화기센터 박광민 센터장(전 서울아산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이 지난 1월 19일 A 씨(여·60)에게 간과 췌장관 부분 절제술로 간 종양과 췌장 종양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1월 11일 간경화와 4㎝ 크기의 단발성 간암을 앓는 남편 B 씨(64)의 간이식을 위해 장기를 기증하기로 하고, 공여자 검사를 받는 과정에 간과 췌장에서 각각 5㎝, 2.5㎝ 종양이 발견돼 이날 절제술을 받게 된 것이다. A 씨는 최종 조직검사 결과에서 췌장의 신경내분비 악성 종양이 간으로 전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은 미국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남편 B 씨는 지난해 12월말 부산 영도구의 한 병원의 건강검진을 통해 간경화와 간암이 발견돼 간 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온종합병원으로 입원했다. 가장인 B 씨의 회복을 위해 자녀들이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과체중과 지방간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결국 혈액형 등이 일치하는 부인 A 씨가 나서기로 했다.
A 씨는 1년 전 고지혈증 약을 복용했을 뿐 별다른 아픈 데가 없었다. 7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들조차 감당하기 버거워하는 배관 용접 일까지 척척 해낼 정도로 건강했다. 슬하에 남매를 둔 부부는 평소 사이도 매우 좋았다고 한다.
장기 공여자에 대한 온종합병원의 검사에서도 부부간 돈독한 정이 확인됐다. A 씨는 ‘나의 장래 소망은 가족 모두 행복하게 사는 것’, ‘반드시 잊고 싶은 것은 가족의 아픔’이라고 반응했을 만큼, 아픈 남편이 하루빨리 회복돼 온가족이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자발적인 장기기증 의사를 확인한 온종합병원은 수술 전 공여자 A씨의 간 상태를 확인하다가 뜻밖에도 간과 췌장에서 각각 종양을 발견했고, 즉시 간과 췌장의 종양을 동시에 절제하는데 성공했다. 박광민 센터장은 “부인의 간을 이식하려던 남편 B씨는 일단 수술을 보류하고, 당분간 방사선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머니의 기적 같은 반전에 감명을 받은 40대 아들이 체중관리를 통해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위한 장기기증에 도전할 계획이다.
A 씨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 탓에 겁이 났지만 남편의 건강회복을 위해 간 기증을 결심했는데, 사전 시행한 검사에서 췌장, 간 질환 때문에 남편이 간 이식술을 받지 못해 너무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A씨는 또 “간 이식을 위해 검사하다가 일찍 큰 병을 발견하고 무사히 치료까지 받게 돼 정말 다행스럽다”면서도 “요즘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는 남편을 보면 마음에 걸리고, ‘하필이면 내가 왜 지금 이런 병에 걸려서 남편에게 간을 줄 수 없나’ 싶어 남편 얼굴조차 보기 민망하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남편 B 씨는 “병든 남편을 위해 스스럼없이 간 기증을 결정해준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라면서 “비록 간이식은 하지 못했지만 아내라도 큰 병을 미리 발견해 조기 치료받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고, 모든 의료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A 씨 부부는 하루속히 방사선치료를 통한 암 투병에서 이겨내 자녀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게 새해 설날 가장 큰 소망이라고 전했다. 온종합병원 박광민 센터장은 “부부가 암과 싸워 생존할 수 있도록 온종합병원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기봉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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