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고장 전라남도 고흥군의 한 시장. 이곳엔 노릇노릇 익어가는 생선구이 냄새로 가득한 골목이 있다. 고소한 생선 냄새를 따라 발걸음을 멈추면 사람들이 몰린 곳이 있었으니 바로 장양금 씨(73), 박은주 씨(51) 모녀가 운영하는 가게다.
양금 씨네 가게에서 파는 생선구이만 무려 20여 가지. 갈치, 고등어, 조기, 민어 등 다양한 종류의 생선을 맛볼 수 있다. 생선마다 굽는 방법도 다 다르다. 유독 간이 잘 배 있다는 양금 씨네 생선구이. 깨끗한 국내산 소금으로 생선 종류에 따라 소금의 간을 달리 하는 게 포인트란다.
소금 간을 한 후엔 옥상의 건조장에서 꼬들꼬들하게 반건조해 준단다. 이렇게 반 건조한 생선은 냉동이 필수다. 냉동해야 생선 살이 쫄깃하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 집 생선구이 맛의 핵심은 바로 불맛에 있다.
새벽이 되면 뜨거운 숯불을 받아와 생선을 구워주는데 숯불에 위에 재를 뿌려주는 게 핵심이다. 재를 이용해 불의 세기를 조절해 은은하게 불맛을 입히고 생선 고유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단다.
질척이는 시장 바닥에서 40여 년 동안 생선을 팔며 4남매를 키워냈다는 양금 씨. 어렸던 딸 은주 씨는 엄마를 버스에서 마주치면 모른 척하기도 했단다. 어린 마음에 몸에서 생선 비린내가 나는 엄마가 창피했었다고.
나이를 먹어가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해야 했던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는 딸 은주 씨. 엄마를 돕기 위해 고흥으로 내려와 장사에 합류하게 됐단다.
젊은 딸 덕분에 주문받는 것도 생선 굽는 것도 수월하게 일하게 됐단 양금 씨. 서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 함께 생선을 굽고 있다는 장양금, 박은주 모녀를 만난다.
한편 이날 '백반 명인 이종임'에서는 국민 생선 알찬 명태 한상을 소개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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