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세대 뛰어넘는 ‘공감·위로’ 전해
[일요신문] 영화 '보드랍게'(박문칠 감독)가 이달 23일 개봉을 확정 졌다.
20세기와 21세기를 악시게(억세게) 이어온 여성들의 삶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있는 이 영화는 박문칠 감독과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공동으로 제작했다.
'보드랍게'는 여든두 살 왈패 순악씨의 전쟁 같은 삶을 말과 그림으로 이어 아름다운 꽃으로 피워낸 것. 이 작품은 기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작품들을 경유해 보다 새로운 시선과 얼굴, 질문을 던지며 관객 저마다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주인공 김순악씨는 1928년 경북 경산의 가장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열여섯살의 천둥벌거숭이 소녀였던 순악은 뒤숭숭한 마을 분위기에 공장에 취직하는 줄로만 알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기차를 타고 만주 위안소로 끌려간다. 해방 이후 유곽과 남의 집 식모살이 등 생존을 위해 많은 일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그에게 '보드랍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은 수십 년간 홀로 악시게 살아온 삶을 연상하게 한다.
'보드랍게'는 박문칠 감독의 '마이 플레이스', '파란나비효과'에 이은 3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과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름다운 기러기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박문칠 감독은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서 대구시 일본군 '위안부' 역사기록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다큐멘터리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고민하던 중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 아카이브 자료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다양한 사진과 압화, 구술 등 자료를 보고 김순악 선생님에게 호기심을 갖게 됐다"라며, 탄생 과정을 전했다.
기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작품들이 위안소에서의 피해 사실 혹은 커밍아웃 이후 투사가 된 모습을 주로 담았다면, '보드랍게'는 해방 후 수십 년간 침묵을 강요당하며 삶이 곧 전쟁이었던 시간들을 조명해, 일본의 책임을 물을 뿐만아니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못한 한국사회의 문제를 짚는다.
나아가 주인공 김순악씨의 삶을 입체적이고 통시적으로 조망하는 방식을 택해 과거의 여성 김순악과 현재를 살아가는 이 시대 여성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이으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메인포스터와 함께 공개된 '당신의 이야기가 꽃이 되었다'라는 태그라인은 일평생 숨겨왔던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말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전쟁의 폭력과 야만성을 알린, 용기 있는 일성에 대한 존경과 경의의 표현이다.
순악씨의 꽃으로 피어난 여든두 해 이야기를 담은 '보드랍게'는 오는 23일 극장 개봉해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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