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부부단위 잇단 발걸음, 주변 카페 수혜·땅값 상승 전망도…3월 초 퇴원 때 ‘메시지’ 여부 관심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2월 17일 자택 인근을 찾아 매도인에게 매입비용(25억 원)을 모두 지급했고, 매입금의 11%인 취득세 신고와 등기 이전 절차까지 모두 마쳤다. 박 전 대통령이 머무를 자택은 대지면적 1676㎡(506평), 연면적 712㎡(215평)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주거용 건물과 3개의 부속 건물, 넓은 정원이 담장 안에 있고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다.
자택은 경사가 있는 곳에 지어져 담장 높이가 낮은 곳은 2m, 가장 높은 곳은 6~7m 정도로 추정된다. 취득 당시 시가 표준액 9억 원을 초과하고, 건축물 1개 동의 연면적 331㎡(100평)와 대지면적 662㎡(200평)를 넘어 지방세법 시행령상 고급주택으로 분류된다.
대구 달성군은 박 전 대통령의 새 자택 후보지로 꾸준히 거론되던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4선을 했던 곳으로 ‘정치적 고향’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 자택은 동대구역에서 약 45km 떨어졌고, 대곡 지하철역에서는 차로 20분가량 걸려 교통편은 좋지 않아 보였다.
자택 뒤로는 비슬산 자락이 넓게 펼쳐져 있어, 박 전 대통령이 머무르기 좋을 것이라는 게 지역 주민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달성군 택시 기사 A 씨는 “테크노파크 공단과 떨어져 있어 공기도 좋고, 비슬산 뒤편으로는 계곡이 있어 박 전 대통령이 거주하기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자택 맞은편 새로 지어진 전원주택에는 매도인 서 아무개 씨가 거주할 예정이다. 2월 20일 이삿짐 차들이 드나들면서 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나온 짐이 맞은편 자택으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2월 22일 오후 박 전 대통령 맞은편 자택 외부에 위치한 건조대에 세탁물이 널려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서 씨는 대구 달성군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 및 판매업에 종사하는 중견기업 대표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씨와 서 씨가 육사 37기 동기인 점을 들어 자택 매각에 연결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자택 주변을 구경하던 지역 주민 B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어르신들과 악수할 때마다 달성에 살고 싶다는 얘길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며 “지역 내에서는 여기 집을 지을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귀띔했다.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동 추가 신축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경호처는 2월 17일 현장을 찾아 경호 관련 업무를 협의하고 자택 구조 등 답사를 마쳤다. 경호처 홈페이지에는 박 전 대통령 경호처에서 근무할 근로자 채용공고가 올라온 상태다.
박 전 대통령 귀향을 환영하는 지지자들의 방문도 쉴 새 없이 이어졌다. 2월 22일 오후 기준 100~2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중장년 부부 단위로 방문한 이들이 많아 보였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C 씨는 “창원에서 박 전 대통령 집을 보러 직접 왔다”며 “박 전 대통령이 여생은 조용히 잘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박 전 대통령 지지자 D 씨는 “건너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전에 달성군 지역 발전 분위기가 한창 좋았는데 탄핵 이후에 다 망했다”며 한탄했다.
사저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몰리자 인근에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과 화장실도 임시로 설치됐다. 경찰과 달성군 모범연합 인력이 상시 배치된 상태다. 2월 22일 현장에는 경찰 인력 10명과 달성군 모범연합 3명이 투입돼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경찰은 “인력은 대외비라 알려드릴 수 없다”며 “평일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오지만, 주말엔 추가 인력이 필요할 정도 많은 분들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 자택은 삼엄한 경계 속에 공사가 한창이다. 자택에는 인부 4명이 계속 드나들고 있고, 천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 인부는 “공사 중이라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내부는 무척 넓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세로 6.7m, 가로 10m의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었고, 화환을 실은 트럭들이 계속해 들어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역 주민, 보수단체 회원 등이 자택 앞에 입주 환영 화환을 놓고 갔으며 2월 22일 오후 4시 기준 화환은 11개였다. 환영 현수막도 눈에 띄었지만, 대거 철거된 상태였다. 자택 인근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달성군 모범연합 시민은 “환영 현수막이 50개가량 됐는데 이틀 전에 다 걷었다”며 “현수막이 경관을 해친다는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자택 앞의 가시밭길도 다 정리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을 찾는 방문객이 늘면서 주변 카페도 큰 수혜를 누리고 있다. 자택에서 200m가량 떨어진 지상 3층 카페는 2월 22일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카페 2층은 통창 구조로 박 전 대통령 자택 일부가 보이기도 한다. 카페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자택이 알려진 후 중장년층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현지에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감지된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이사 온다는 얘기 이후에 인근 땅에 대한 문의가 많은 건 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 자택 뒤편으로 논밭이 드넓게 있는데, 땅 주인이 이를 팔겠느냐”고 반문하며 “부동산 값 상승 효과도 잠시 있을 것 같지만, 이미 많이 올라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3·9 대선 이후에 이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선 후보는 “박 전 대통령께서 회복이 좀 더디셔서 이번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퇴원하실 가능성이 크다”고 2월 19일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았던 조 후보는 “박 전 대통령께서 오시면 많은 분이 찾아오실 거다. 좀 조용하게, 경호하시는 분들도 불편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며 “몸이 완벽하시지 않으니 잘 회복되실 수 있도록 조용하게 맞아 주시면 좋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특별사면을 받은 후, 서울삼성병원에서 건강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3월 초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퇴원 시점에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대선 전 정치적 메시지를 낸다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관련기사 ‘차라리 침묵이 낫다?’ 박근혜 입 바라보는 윤석열의 속내).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 내에서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내부에서는 보수 결집을 위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희망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구=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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