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점 도달 31일, 대유행 이전 회복 33일 걸려…상승기와 비슷한 하락기 거쳐야 안정화
한국 입장에선 우선 유행 정점을 지나는 게 급선무다. 아직까지 매일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구간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 분석과 각종 모델링을 통해 전문가들이 예측한 한국의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은 3월 초나 중순 정도다. 화이트데이를 전후한 시점에는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K 방역의 역설’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은 화이트데이?).
문제는 대유행의 정점까지 급증한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다시 오미크론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에도 꽤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래야 비로소 오미크론 대유행이 끝난다. 최소한 대유행이 정점에 도달하면 이제 하락할 일만 남았다는 점은 희망적이지만 대유행 정점이라는 의미는 그 즈음이 가장 확진자 발생 규모가 큰,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한국이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 수준인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언제쯤일까. 하루 신규 확진자가 17만 1452명을 기록한 2월 22일 기준 한국의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161.66명이다. 오미크론 이전에 비해 21배가량 유행규모가 커진 것으로 정점까지는 수치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을 지나 유행 규모가 상당 부분 진정된 해외 국가들의 사례를 놓고 보면 정점까지의 상승기와 거의 비슷한 기간의 하락기를 보내야 한다.
옥스퍼드대학교 등이 운영하는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를 통해 본 결과, 미국과 이스라엘은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뒤 그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거의 비슷한 시간이 소요됐다. 이미 오미크론 이전으로 수치가 회복된 미국은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58.66명이던 2021년 12월 15일 즈음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31일 뒤인 1월 15일 2410.45명으로 정점을 맞았고 2월 17일에는 351.18명으로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 수치까지 내려왔다. 정점 도달 기간보다 회복 기간이 이틀 정도 더 걸렸는데 상승기의 그래프 기울기(66.19)와 하락기 기울기(-62.40)가 거의 비슷했다.
이스라엘은 2021년 12월 15일 즈음 138.71명으로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31일 뒤인 1월 25일 1만 968.16명까지 급상승했다. 28일 뒤인 2월 22일에는 1580.58명으로 아직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을 회복하진 못했다. 이스라엘 역시 정점까지의 도달 기간인 31일보다는 며칠 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곧 오미크론 대유행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상승기 그래프의 기울기(349.34)와 하락기 기울기(-335.27)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오히려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 도달 기간보다 더 짧은 시간 만에 오미크론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스웨덴은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315.35명이던 2021년 12월 27일 즈음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33일 뒤인 1월 29일 3668.67명을 기록했고, 24일 뒤인 2월 22일 313.32명으로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 수치를 회복했다. 그래프 기울기를 봐도 상승기 기울기(101.62)가 하락기 기울기(-139.80)보다 1.4배가량 더 크다.
프랑스는 2021년 12월 20일 즈음 784.39명으로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36일 뒤인 1월 25일 5436.72명을 기록했다. 그리고 26일 뒤인 2월 21일에는 1202.25명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 수치로 돌아오진 못했지만 현 하락세를 유지하면 곧 오미크론 대유행이 끝난다. 그래프 상승기 기울기(129.23)보다 하락기 기울기(-162.86)가 1.3배가량 더 크다.
반면 영국과 호주는 오미크론 이전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이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까지 도달 기간보다 더 길었다. 다만 하락세가 시작된 뒤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 도달 기간만큼의 기간 동안에는 급락세가 이어져 안정기에 돌입했는데 그 이후 갑자기 감소세가 줄었다.
영국은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753.10이던 2021년 12월 13일 즈음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돼 23일 뒤인 1월 5일 2681.66명까지 급상승했다. 14일 뒤인 1월 19일까지 급락해 1355.41명까지 떨어진 뒤 감소세가 둔화돼 2월 17일에서야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 수치인 710.33명을 기록했다. 그래프 상승기 기울기는 83.85다. 이후 1월 19일까지의 기울기는 -94.73으로 상승기보다 컸지만 그 이후 29일 동안의 기울기는 -22.24에 불과했다. 전체적인 하락기 43일 동안의 기울기는 -45.8로 상승기 23일 동안의 1.8배나 됐다.
호주 역시 비슷한 패턴이다. 12월 17일 107.51명으로 시작해 27일 뒤인 1월 13일 4235.06명으로 정점을 맞았고 27일 뒤인 2월 9일(986.68명)까지는 급감 추세가 이어졌지만 이후 하락세가 둔화돼 2월 22일에도 716.60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프 상승기 기울기는 152.87이고 2월 9일까지의 기울기는 -120.31를 유지했지만 이후 기울기가 -20.77로 크게 줄었다. 하락기 전체 기울기는 -87.96에 불과해 27일 동안의 상승기보다 1.7배 더 긴 40일 동안 하락기가 이어졌다.
어떤 요인으로 오미크론 정점 도달 기간과 회복 기간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는 명확한 설명이 어렵다. 오미크론 대유행 규모, 인구 대비 누적 확진자 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지리적 특성과 국가 경제 규모 등 다양한 변수를 대입해 분석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회복 기간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해외 사례로 볼 때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돼 대유행 정점에 도달한 뒤 정점까지 도달하는 데 소요된 기간만큼 지나면 대유행이 끝나거나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다.
다시 오미크론 이전으로 회복되는 시점에 국가마다 약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오미크론 정점 도달 시점이 3월 중순일 경우 대유행 정점까지 대략 50여 일이 소요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오미크론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50일을 기준으로 오미크론 정점 이후 상승기보다 1.4배가량 빨리 하락세가 이어진 스웨덴처럼 36일 정도가 될 수도 있고, 1.8배가량 길어진 영국처럼 90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영국과 호주도 오미크론 대유행 하락기가 시작된 뒤 ‘정점 도달까지 소요된 기간’ 동안 급락해 안정기에 접어든 뒤 하락세가 주춤해졌을 뿐이다.
따라서 한국이 3월 중순에 오미크론 정점에 도달한다면 그 50일 뒤인 5월 초에는 오미크론 대유행이 끝나거나 안정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처럼 36일 정도로 짧아지면 4월 중·하순에 오미크론 대유행이 끝날 수도 있다. 게다가 바이러스 확산에 유리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3월 중순에 오미크론 정점을 맞이한다는 계절적 특성을 감안하면 오미크론 대유행이 끝나는 시점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한국에서도 하나둘 방역 규제가 해제되기 시작해 5월 초에는 마스크를 벗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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