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 뉴시스 |
▲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로이터/뉴시스 |
달리기를 만난 건 우연이었다. 2003년 럭비경기 중 큰 부상을 당한 피스토리우스는 트랙을 돌며 재활치료를 받다 달리기에 흥미를 느꼈다. 재능도 뛰어나 놀라운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 남자 200m 금메달을 시작으로 100·200·400m에서 장애인 세계신기록을 휩쓸었다.
장애인 무대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었던 피스토리우스는 비장애인과의 경쟁을 택했다. 한때 보철다리가 일반 선수보다 에너지 경감 효과를 누린다는 이유로 올림픽 출전을 거부당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피스토리우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메이저대회 진출의 문이 열렸다.
7월 이탈리아 리그나노 대회에서 자신의 400m 종전 최고 기록(45초 61)을 0.54초 앞당겨 꿈의 무대에 서게 됐다.
‘시각 장애인 스프린터’ 스미스는 희귀 유전병에 걸려 시력을 잃었다. 8세 때 망막신경 이상으로 시력이 손상된 그의 현재 시력은 비장애인의 6~8%에 불과하다. 바로 눈앞에 있는 사물의 윤곽만 파악하는 수준이다. 태양빛 아래에서 사물을 알아보기가 더 어려운 스미스는 트랙 위에선 늘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시력은 나쁘지만 실력만큼은 아일랜드 1인자다. 올해 5월 플로리다 대회 100m에서 10초 22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세계선수권 B 기준기록을 넘겨 출전권을 따냈다. 이는 한국 최고 기록(10초 23)보다 빠른 기록이다.
‘장거리의 우사인 볼트’ ‘장거리의 황제’로 불리는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는 벼랑 끝에서 다시 선수 생명의 끈을 붙잡았다. 200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1만m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건 후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휩쓸었다. 한 번 정상에 오르자 국제대회에서 베켈레를 넘을 수 있는 경쟁자가 없었다.
승승장구하던 2005년 1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약혼자였던 알렘 테칼레(세계주니어대회 중거리 챔피언)가 훈련 도중 눈앞에서 숨을 거뒀다. 심장마비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정신적 충격 때문에 몇 차례 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다행이 이내 기량을 회복했다. 그해 핀란드 헬싱키 세계선수권에서 세계기록(26분 17초 53)을 작성,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5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에서도 5000m 금메달 1개와 1만m 금메달 2개를 거둬들였다.
절망은 또다시 찾아왔다. 2009년 마라톤으로 종목을 전환한 그는 작년 장딴지 근육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1년 동안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베켈레는 오뚝이처럼 일어나 대구에서 트랙 종목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5연패 달성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6형제 중 막내인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은 형들 모두가 육상선수였기에 자연스럽게 달리기 인생을 시작했다.
2002년 파월이 데뷔하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무렵 위기가 찾아왔다. 형 중 한 명인 마이클이 뉴욕 택시 안에서 총기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다음해 다른 형 본이 미식축구를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두 번 모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일어난 사고였다.
파월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육상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도너번은 “먼저 떠난 형제들을 위해서라도 달려야 한다”며 설득했고 형의 진심어린 걱정에 파월은 다시 트랙으로 돌아왔다. 이후 파월은 100m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등 육상 역사에 남을 선수로 성장해 형들의 몫까지 훌륭히 해내고 있다.
미국 여자 허들의 간판스타 롤로 존스(29)는 키 175㎝에 몸무게 59㎏의 좋은 체격을 가졌다. 트레이드마크인 시원시원한 미소는 보는 이마저 행복하게 만든다. 하지만 아름다운 미소 뒤에는 불우했던 시절의 아픔이 숨겨져 있다.
박민정 인턴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