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공수처 ‘고발사주’ 출구 고심…검·경 ‘도이치모터스’ 무혐의, ‘법카’ 기소, ‘대장동’ 특검 주시할 듯
#존폐 위기도 고려…공수처 머리 복잡
대선 전부터 경찰과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공수처 등에 △고발 사주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 등이 입건돼 있었지만, 사건들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공수처는 대선 전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된 뒤, 수사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공수처가 2021년부터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관련 수사에 대해 어떻게 출구전략을 세울 것인지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공수처는 윤석열 당선인의 각종 의혹을 모두 입건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지만, 정작 수사가 성과를 낸 사안은 없었다.
핵심 의혹인 고발사주 의혹의 경우 수사 시작점에 해당하는 손준성 검사를 불러 조사해야 하는데 여전히 건강상 이유로 치료를 계속 중이어서 조사 자체를 언제쯤 마무리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 밖에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이나 판사 사찰 문건 의혹 역시 진척이 없다.
게다가 윤 당선인은 공수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립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폐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던 상황이다. 특정 시민단체의 고발을 대부분 입건해놨던 공수처가 출구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손준성 검사에 대해 두 차례 영장을 칠 정도로 ‘혐의가 있다’는 자체적인 판단을 했던 상황에서, 입장을 바꿔 전부 무혐의로 처분하면 ‘정치적인 수사 목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윤 당선인의 경우 현직 대통령은 형사상 소추 대상에서 벗어나는 점을 감안해 수사를 조기 종결하는 방법이 거론되지만, 이는 거꾸로 윤 당선인에 대해 ‘혐의가 있지만,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넘어간다’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어 공수처에 부담이 된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공수처가 아쉬운 점이 지난 1년 동안 수사를 하면서 심증으로 비칠 만한 결정들을 너무 쉽게 했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기소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나 명분이 있을 때 입건도 하고, 압수수색도 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해야 하는데 검언유착 의혹 등 확실하지 않은 사안을 놓고 너무 간단하게 수사에 착수하니, ‘윤석열 때리기’에 동참했다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었다. 지금 되레 그런 결정들이 조직을 존폐 위기까지 몰고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경, 윤 취임식 전에 무혐의 처분 관측
이에 비하면 검찰은 비교적 몸이 가볍다. 윤 당선인 배우자인 김건희 씨에 대한 사건 중 서울중앙지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의 대기업 협찬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대선 전 이미 김건희 씨에 대해 서면 조사를 실시해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김 씨가 공모관계에 있었다”며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기소할 만큼 구체적으로 확인된 게 없다”는 신중한 반응이 나왔었다. 익명의 한 대검 관계자는 “김 씨에 대해 여러 의혹들이 계속 제기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말 기소할 만큼의 확실한 내용은 없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며 “사실 대선 전부터 기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고 귀띔했다.
경찰도 윤 당선인 사건 처리 방향에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 도촌동 관련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의혹과 학력·경력 허위 의혹은 경찰이 수사 중인데,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수사 확대 없이 5월 취임식 전에 무혐의 처분을 할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윤석열 후보 당선 확정 직후, 윤석열 당선인이 내놓았던 공약 등을 분석하며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이 다시 이뤄질 것을 대비 중이다. 윤 당선인 관련 사건에 대해 빠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후보 사안들, 특검이 변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의혹들은 더 산적하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비선캠프 의혹 △성남 FC 후원금 의혹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혜경궁김씨' 트위터 의혹 △장남 동호 씨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 등이 현재 검찰과 경찰에서 각각 수사 중이다.
이 가운데 검찰이 맡고 있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수사 재개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곽상도 전 국회의원 구속기소 등 50억 클럽으로 수사 방향을 설정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아직 이 후보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 후보의 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전 민주당 선대위 부실장 역시 1월에 한 차례 불러 조사한 게 전부였는데 최근 이에 대한 필요성 등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에서 맡고 있는 성남 FC 후원금 의혹 역시 담당 차장검사가 윗선의 수사 무마를 이유로 사의를 표한 상황이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서는 경기남부청의 사건 처리 결과가 중요하게 됐다. △기존 대장동 의혹 관련 성남시의회 로비 의혹 △대장동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 수사 △백현동 사업 의혹, 이 밖에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비선캠프 의혹 사건 등을 경기남부청에서 수사 중이다. 최승렬 경기남부청장은 “검찰 송치 이후 수사 결과가 뒤집어지지 않도록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객관적인 수사만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재명 후보 사건의 경우 수사를 해야만 입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점들이 꽤 있기 때문에 경찰도 윤석열 당선인 취임 전까지 이재명 후보 사건 가운데 상당수에 대해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 등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며 “지금은 경찰도, 검찰도 윤석열 당선인의 눈 밖에 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가족 의혹들의 경우 수사뿐 아니라, 기소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연루된 김 씨 수행비서 채용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장남 동호 씨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은 비교적 사안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특수통 출신의 전관 변호사는 “카드 내역이나 통신 기록 조회 등 객관적인 자료만 확보를 했다면, 소환 조사 후 기소까지 한 달이면 모두 끝낼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사건”이라며 “김혜경 씨 등에 대해서는 대선 전에 기소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고 내다봤다.
다만 변수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특검이다. 민주당에서는 특검을 통한 수사 처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결정될 특검을 하는 게 불리하다’는 분위기다. 설사 특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워낙 고소·고발이 이뤄진 사안들이 많아 수사 대상 및 범위에 대해 양당 간 입장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간단한 사안은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하고, 복잡한 사건은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 가며 ‘수사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분위기가 취임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앞선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워낙 박빙의 대선이었고 곧바로 지방선거까지 치러지기 때문에 수사기관들이 존재감을 뽐내며 수사를 할 분위기는 아니”라며 “특검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만 수사를 하며 여러 분위기를 살피는 검찰과 경찰의 본능이 발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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