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여권 3인-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50~60대 할아버지들도 기대고 싶은 여성’이다. 나이 지긋한 남성조차 기대고 싶게 만드는 신뢰감은 바로 그의 음색에서 비롯된다. 타고난 음색이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의 음색 자체가 여성이란 느낌보다는 신뢰감 있는 정치인임을 보여준다. 이른바 ‘절제된 중성미’를 갖췄다. 연설 속도도 적당하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말을 너무 아껴서 문제다. 가만 보면 장고 끝에 딱 한마디만 하지 않는가. 그러다보니 자기가 내뱉은 말을 꼭 지키는 이미지가 구축돼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신뢰가 가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에선 마치 ‘내 말만 딱 하고 빠질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럴 경우 젊은층의 표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또 연설석상에서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책 읽듯이 말한다. 정치인은 연설을 통해 설득을 해야 하는데 공청회나 세미나에서 들을 수 있는 스타일의 연설을 하는 편이다. 그런 식의 연설이 길어지면 청중들은 지루해서 졸게 된다. 또한 너무 정해진 틀 안에서 말을 아끼다보면 인간미를 느끼기 어렵다.
김 대표는 “박 전 대표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이다. 아직도 권위적인 이미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타고난 좋은 음색과 히스토리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좀 더 유연한 연설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을 해야 한다. 청중과 대화하듯이 말해야 한다. 평소 차분하기만 하던 박 전 대표가 3분 동안 말의 강약, 몸짓 언어들을 조절해 청중을 ‘울렸다, 웃겼다’ 한다면 엄청난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정몽준 의원의 말을 들어보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환생을 보는 것 같다. 아버지의 말투를 빼닮았다. 그 탓에 말투가 올드(old)한 편이지만 몇 가지만 고치면 발전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높은 지식 수준이다. 통찰력이 뛰어나 아는 것도 많다. 정 의원의 연설을 들어보면 좋은 내용이 의외로 많다. 음색도 따뜻한 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달력이 떨어진다. 우물우물 독백하듯이 말하는 게 그의 단점이다. 또한 연설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팔짱을 끼는 등 ‘닫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눈매가 날카롭기 때문에 자칫 친근하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김 대표는 “정 의원은 웃으면 상당히 호감 가는 인상이다. 웃지 않으면 퉁명스럽게 보이기 때문에 자주 웃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다. 연설 내용은 수준이 높기 때문에 특별히 고칠 것은 없다. 다만 ‘닫는’ 자세는 바꿀 필요가 있다. 앞으로 웃는 얼굴로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하면서 크게 이야기하면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연설할 때 자기 설득 논리가 분명하다. 원고 없이 굉장히 자신감 있게 연설하는 게 그의 장점이다. 즉석에서 소신 한 줄을 말하더라도 다양한 에피소드에 기반해 20~30분 이상 연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인물이다.
물론 이런 그에게도 단점은 있다. 스피치는 제스처, 의상, 화장 등이 결합된 토털 퍼포먼스인데 그중 제일 큰 퍼포먼스가 바로 얼굴이다. 그런데 김 지사는 굉장히 각이 지고 딱딱하게 생겼다. 이런 사람이 강한 소신을 분명히 하면 자칫 저돌적으로 보일 수 있다. 또한 그동안 그가 했던 주요 발언들이 대체로 과격성을 띠고 있다. 일례로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 먹는 이야기’와 같은 원초적 표현도 자주 쓰는 편이다.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선 가끔씩은 자극적인 용어 선택이 통할 때도 있으니까 그것을 확 끌어다 쓰곤 하는데 그의 경우는 과격한 이미지를 강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를 희석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김 대표는 “때로는 청중의 성별, 연령대에 따라 영리하게 단어 선택을 해야 한다. 특히 김 지사는 여성 표를 얻을 필요가 있다. 연설을 소개팅 나온 기분으로 해야 한다. 좀 더 부드러운 어투와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끝으로 김 지사처럼 표정이 딱딱한 사람은 손을 많이 쓰면 좋다. 말을 할 때 부드럽게 손을 써주면 과격한 이미지가 해소될 것이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손학규 김정길 정동영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교수 출신답게 설득 논리가 좋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연설 스타일이 김 지사와 비슷하다. 음색도 강단 있고 좋은 편이다.
그러나 펀(fun)과 여유의 가능성이 가장 적어보이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사람이 전혀 틈이 없어 보인다. 일례로 연설할 때는 표정으로도 말을 해야 하는데 손 대표는 미동도 없다. 대중과의 교감을 방해하는 전형적인 실수를 범하고 있다. 또한 정 의원의 경우처럼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발음이 부정확한 편이라는 것도 단점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발음이 좋지 않은 사람은 두 손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5명이라는 단어를 표현할 때 손바닥을 펴서 드는 식으로 수화하듯이 말하는 것이 좋다. 발음이 부정확한 대신 몸짓 언어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그리고 손 대표는 입매가 날카롭기 때문에 자주 미소 짓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은 올드 스피치(old speech)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과거 유행했던 웅변을 고수한다. 물론 웅변이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차량 유세와 거리 유세가 대표적이다. 김 전 장관은 여기서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만의 장점인 셈이다.
그러나 어찌됐건 그는 여전히 단상에 몸을 고정한 채로 강조할 때만 손을 하늘로 솟구쳐 올리는 전형적인 80~90년대 웅변 스타일에 머물고 있어서 보완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에서는 ‘설득의 강연’을 잘하는 후보가 표를 얻을 것이므로 더욱 더 웅변 스타일을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우선 나이 들어 보이는 인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옷도 젊게 입고 잘 웃고 청중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잘 웃고 잘 듣는 것만으로도 젊게 보일 수 있다.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리액션을 자주 하는 것도 좋다. 연설할 때도 단상에 고정돼 있기보다는 청중에게 다가가기도 하며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라며 좀 더 젊은 이미지를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정동영 의원은 아나운서 출신답게 아주 잘 들리게 말한다. 언변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 다음으로 좋다. 하지만 이미 대중들은 정 의원이 아나운서 출신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입장에선 말을 잘해봤자 본전일 수 있다.
오히려 말을 너무 잘하다보니 진실성이 다소 떨어져 보일 수 있다. 말끔한 마스크에 잘하는 게 많을수록 인간미가 떨어져 보이기 마련이다. 표심은 ‘나와 비슷한 사람’ ‘왠지 동정 가는 사람’에게 움직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힘든 시절을 이겨낸 히스토리를 가진 오바마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이에 김 대표는 “정 의원은 앞으로 연설의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심금을 울리는 에피소드다. 말을 너무 완벽하게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약간 사투리를 써도 좋고 연설마다 청중 스타일에 맞춰서 그들이 듣고 싶은 주제에 대해 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친노·진보- 문재인 유시민 노회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점잖은 외교부 공무원 스타일로서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를 가졌다. 반면 연설 스타일의 경우 또박또박 원고 읽듯이 말하는 박 전 대표와 비슷해 대중과의 교감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문 이사장이 갖고 있는 콘텐츠가 워낙 좋기 때문에 조금만 보완하면 대중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장점은 무슨 말을 해도 믿음이 가는 청렴한 이미지다. 소위 ‘개천의 용’ 출신이기 때문에 말만 잘해도 승산이 있다. 머리도 좋다. 장문이든 단문이든 원고를 아예 통째로 외워서 연설한다.
반면 단점은 남들은 외우지도 못하는 원고를 다 외웠음에도 마치 읽기 수업을 하듯 말한다는 점이다. 읽는 톤이 일정하고 띄어 읽기가 다소 불분명하다. 즉 감정의 흐름을 타고 말하는 게 아니기에 대중의 감성적 몰입을 방해한다. 몸짓 언어도 빈약해 시선이 갈 만한 임팩트도 별로 없다.
이에 김 대표는 “이제 문 이사장은 기존의 팬이 아니라 그를 모르거나 관심 없는 이들을 끌어당기기 위한 연설을 해야 한다. 우선 카리스마를 훈련해야 한다. 연설 도중 대중에게 다가서는 다양한 제스처를 키워야 한다. 또한 시골 냄새 풀풀 풍기는 본인의 히스토리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좋다. 대신 읽지 말고 옆 사람한테 밥 먹으면서 편안하게 들려주듯이 이야기해야 한다. 읽지 않고 들려주는 말이 사람들을 움직인다”고 조언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달변가다. 원고를 보지 않고 자기 소신을 즉흥적으로 전달하는 게 노 전 대통령과 닮았다. 강연과 설득이 뭔지 아는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그의 장점은 스토리를 음악처럼 끌고 가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청중의 감성을 건드리는 게 주특기일 정도로 말을 맛깔나게 잘한다.
반면 단점은 ‘지르기’ 식의 위압적인 거리 연설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이 보면 맥없다고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건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단점이기도 한데 머리와 가슴에서 하는 생각을 입이 먼저 말해버리고 마는 달변가들 특유의 아킬레스건이다. 또한 사투리도 심하다. ‘난 여기 지역 사람이야’라는 게 너무 드러난다.
따라서 김 대표는 “달변을 과신하기보다는 때로는 원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말 한마디에 훅 가는 수가 있다. 타 지역 사투리 톤도 연습해야 한다. 한류스타도 프랑스 가면 프랑스 말로 인사하잖나. 그걸 배워야 한다. 도입부분 1분 정도는 그 지역 사투리로 인사해 친근감을 어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은 유 대표보다 좀 더 공격적인 면모를 가진 달변가다. 그는 아주 박식해서 중학생도 알기 쉽게 어려운 논점을 설명할 줄 안다.
그러나 말을 잘하는 게 바로 노 고문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말을 아끼지 않고 많이 하는 사람은 행동력이 다소 떨어져 보일 수 있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줄 것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 그냥 들어주고 끝날 것 같은 사람이 있는데 노 고문의 경우 후자의 이미지가 좀 더 강하다. 리더가 아니라 민중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사 역할에만 한정돼버릴 위험이 있다.
김 대표는 “노 고문의 경우 말을 할 수 있을 때마다 잘해서 판정승으로 이겨버리는 독설가이자 논객의 이미지가 있다. 따라서 말을 아꼈다 하는 조절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 후보가 아니라 대변인 이미지만 남을 수 있다. 말로써 패를 다 보여주거나 독설가로 비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도움말=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
DJ, 대중을 웃겼다 울렸다
김미경 대표가 꼽은 가장 연설 잘하는 대통령은 누굴까. 바로 고 김대중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청중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울림’이 있는 연설을 최초로 선보인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했다.
사투리 억양, 좋지 않은 음색, 특유의 어눌한 말투를 흉내 내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로 김 전 대통령은 연설하기에 핸디캡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가 연설에서 대중을 ‘웃겼다, 울렸다’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진심과 열정이란 콘텐츠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의 연설을 들어보면 ‘내 나라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진다. 그가 얼마나 연설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엔 참모가 써준 글을 그대로 읽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연설문을 고치고 외웠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진심을 담았다. 그래서인지 유독 그의 연설 중엔 ‘명언’이 많았다. 명언은 타인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살아왔거나 끊임없는 고민과 고뇌가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김 전 대통령에게 있어서 연설은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통의 수단이었다.
김 대표가 두 번째로 꼽은 명연설가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원고를 안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머리로 읽으며 연설의 완벽을 기하려고 하기보단 가슴에 담은 말을 진심으로 전하려고 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연설했지만 일목요연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는 한마디로 대중과 소통을 하고 싶어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이런 연설스타일은 16대 대선 때 빛을 발했다. 당시 사람들은 말이 통하는 리더를 원했다. 자기 말만 하는 정치인들에 신물이 난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출현은 그래서 신선했다. 쉬운 일상 단어를 쓰는 그에게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과 대화하면 왠지 통할 것 같다’는 느낌을 가졌고, 이는, 표심에 그대로 반영됐다.
김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세 번째 명연설가로 꼽았다. 박 전 대통령의 연설은 시대적 상황에 걸맞았다.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인상적이었다. 당시로서는 특이하게 즉흥 스피치에도 능했다. [김]
연봉 약 10억 원. 국내 강연료 1위로 알려진 김미경 대표는 지난 2006년 MBC 강연에서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종래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아트스피치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 코치’ 강연이 인기를 얻으며 한때 주부들 사이서 ‘김미경 신드롬’을 낳기도 했다.
국내 웬만한 거물급 정치인과 경제인들의 연설 원고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난 20여 년간 스피치 업계 정상을 차지해왔다.
그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여야 대선캠프로부터 ‘찬조연설을 해 달라’는 빗발치는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박근혜, 지금처럼 연설하면 청중들 다 존다”며 거침없는 독설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