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직원들 PB 상품엔 5점, 경쟁 상품엔 1점”…쿠팡 “99.9%는 고객이 쓴 것, 직원이 쓸 땐 직원 명시”
#PB 상품에 리뷰 조작 의심
쿠팡은 자회사 씨피엘비(CPLB, Coupang Private Label Business)를 통해 PB 상품을 출시해 왔다. 쿠팡 PB 상품은 곰곰(식품), 코멧(생활용품), 탐사(반려동물 식품), 캐럿(의류), 홈플래닛(가전) 등 16개 브랜드로 홈페이지 기준 약 4200개에 달한다. 사실상 쿠팡 PB는 기존에 타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인기 제품들과 유사한 면이 많아 상당수가 ‘카피 제품’이라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쿠팡과 씨피엘비가 PB 상품에 대해 직원들에게 조직적으로 해당 상품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도록 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7월경부터다. 참여연대는 “쿠팡이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던 시점이라 알고리즘 조작에 의한 검색순위 조작이 어려워지자 자회사 직원들을 동원한 리뷰 조작을 통해 PB 상품의 노출 순위가 상승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리뷰는 고객의 구매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한 쿠팡 직원은 “2019년부터 1390여 개의 상품평을 작성했고, 그 가운데 약 80%의 씨피엘비 PB 상품의 상품평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런 단시간 내의 집중적 리뷰 조작으로 인해 해당 상품은 쿠팡의 알고리즘 상위에 노출되고 구매 촉진 효과도 일어났다는 것이다.
권호현 변호사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10개 정도의 아주 좋은 평, 실사용 후기처럼 보이는 것만 있으면 그걸 믿고 구입하게 된다”며 “쿠팡의 행위는 소비자를 완전히 기만하고 판매자를 울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의 주장대로라면 이는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2호를 위반해 부당하게 거래 상대방을 차별하고 계열회사를 위하여 차별 취급하는 행위이며,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9호를 위반해 부당한 자산·상품, 부당한 인력 지원 등을 통하여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다. 또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로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도 위반된다.
#PB에 별 다섯 개, 경쟁사엔 한 개?
쿠팡은 2022년 1월부터 기존에 표시하던 ‘쿠팡 또는 계열회사 직원이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라는 문구 및 ‘쿠팡체험단이 작성한 후기’라는 표시를 하지 않고, 소비자를 가장한 직원들을 동원해 허위 리뷰를 작성한 사실도 의심 받고 있다.
만약 이 부분도 사실이라면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 거짓·과장의 표시·광고이자 제2호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에도 해당한다.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쿠팡과 씨피엘비를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 체험단’은 쿠팡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고객에게 무료로 상품을 제공하고 사용 후기를 작성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통상 입점업체가 쿠팡 체험단을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려면 쿠팡 리뷰 10건당 110만~15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쿠팡은 PB 제품을 판매하는 씨피엘비에는 쿠팡 체험단 이용료를 부담하지 않게 하고, 직원을 동원해 쿠팡 체험단 활동을 하게 하거나 실사용자가 아님에도 실사용자인 것처럼 리뷰를 조작해 베스트 리뷰가 되게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 조사에 따르면 쿠팡 직원으로 추정되는 리뷰 작성자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구매 행태도 드러났다. 한 구매자는 첫 구매 시 ‘칼이 너무 좋다. 무뎌지면 재구매하겠다’고 후기를 작성한 지 일주일 만에 동일한 티타늄 식칼을 재구매했다. 또 보통 한 달 동안 고양이 1마리에 5리터쯤 사용되는 고양이모래를 210리터나 구매하기도 했다. 한 달 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동일제품의 다른 사이즈 장갑을 630매나 구매하고 모두 사이즈가 잘 맞는다는 상품평을 단 경우도 있었다.
참여연대는 “이들을 쿠팡 직원 또는 관계자로 의심하는 이유는 이들의 구매 패턴이 통상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패턴을 보이고 그 기이한 패턴마저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일반 구매자라고 보기 어려운 구매 행태를 보인 여러 구매자들의 리뷰 정황을 통해 쿠팡 직원들이 PB 제품에는 별점 5점의 상품평을 부여한 반면, 경쟁 판매자의 제품에는 별점 1점의 상품평을 남기는 등 조직적으로 PB 상품에 최상의 상품평을 부여하고 경쟁 판매자의 상품에는 최하의 상품평을 부여하고 있는 것도 의심하고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소기업의 매출 의존도가 50%를 넘어 플랫폼의 공익적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쿠팡은 계열사 직원을 통해 허위로 리뷰를 올리고 있고 더 파렴치한 건 이를 광고 행위처럼 영업해서 업체들에게 돈을 내도록 한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물 흐리기 반박 도마 위
쿠팡은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상품 후기는 구매 고객이 작성한 것이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쿠팡 상품평의 99.9%는 구매고객이 작성한 것으로 모든 직원 후기는 직원이 작성했음을 반드시 명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런 쿠팡의 해명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쿠팡의 이번 반박문은 쿠팡 PB 제품에 쿠팡 관계자로 의심되는 리뷰어들이 조직적으로 후기를 작성한 정황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며 “이번 공정위 신고는 쿠팡 상품평의 대부분을 구매 고객이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며, 더구나 쿠팡 직원이 상품평을 작성한 뒤 이 점을 명시해 왔다고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쿠팡은 “쿠팡 자체 브랜드 자회사인 씨피엘비는 우수한 품질의 상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하고 있어 유사한 다른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 소비자에게 최대 50% 비용을 줄여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이번 공정위 신고는 씨피엘비의 품질이나 가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고, 씨피엘비 제품의 소비자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한 내용도 아니기 때문에 이는 참여연대 입장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쿠팡의 반박 자체가 시민단체들이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시민단체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제재와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공정위 신고는 미국, EU(유럽연합) 의회에서 추진하는 것처럼 플랫폼의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자사 상품 우대, 입점업체 차별 등의 불공정 차별 행위를 규제할 플랫폼 독점 및 불공정 방지법 등의 입법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2021년 하반기 유럽의회 정보통신기술(ICT) 소관 상임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률인 ‘디지털시장법안(DMA)’을 수정 의결했다. 지난해 6월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플랫폼 독점 종식 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 법, 서비스 전환 허용에 따른 호환성 및 경쟁 증진 법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5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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