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국회 거치지 않고 특검 결정할 권한 가져…전례 없지만 지방선거 앞두고 여론 따라 선택할 수도
단순한 ‘여권 발맞추기’일 가능성도 있지만, 법조계는 법무부 장관의 결정으로 특검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검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 시 특검을 국회의장에게 제안할 수 있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직 한 번도 ‘법무부 장관 발(發) 특검’이 돌아간 적은 없지만, 법무부 내부에서는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으로 논쟁 종결시킬 필요”
박범계 장관은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 찬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박범계 장관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소위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책임 행정의 원리에 입각해 있다. 아직은 필요하다는 입장이 여전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 원리에 의해 과거 네 차례 발동됐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검찰 직접 수사 확대 추진 △검찰 예산 독립 추진 등에 대해서도 반대의 입장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검찰이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어떻게 담보할지, 특수활동비의 투명성과 감독을 어떻게 할지, 현재 편성 권한을 갖고 있는 법무부 검찰국 직제 조직을 어떻게 할지 어려운 문제가 깔려 있어 이것은 입법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박 장관이 특검 필요성에 대해 한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대장동 수사의 결론이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논쟁으로 지속되고, 그것은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별특검이나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으로 조속히 이 논쟁을 종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검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국회 입법 및 의결이 없이도 특검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 박 장관의 판단 하에 특검이 돌아가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검법 뜯어보니 '선택하면 되는 구조'
물론, 특검법이 만들어진 이래 한 차례도 선택된 적이 없는 구조다. 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먼저 살펴보면, 2조에는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에는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으로 각각 명시돼 있다. 다만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도, 법무부 장관의 판단 하에 특검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박 장관은 기자들에게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언급했는데 이는 조항에 명시된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관계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검찰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찰총장에게 만나 의견을 듣는 형식적인 자리를 가진 뒤, 특검을 선택하면 특검이 돌아가게 되는 구조”라고 풀이했다.
특검법 시행령에는 법무부 장관의 특검 발동 과정에 대해 더 상세한 기준이 담겨 있다. 특검법 시행령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특별검사의 수사를 결정한 경우 국회의장에게 이를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하며, 통보는 위에 명시된 조건을 구체적으로 특정한 서면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법무부 장관이 특별검사의 수사를 결정할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명시한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며 △수사대상자 △범죄사실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한 사유 등을 서면에 담아야 한다고 정했다.
#여권 발맞추기냐 장관 단독 플레이냐
여야 간 특검을 놓고 입장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여권과 발맞추기를 하며 ‘야당 압박’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직후부터 “패배했지만 대선 기간 약속했던 정치개혁 공약을 실천하고,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된 특검안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 주장했기 때문에 추진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국회 차원의 대응을 피하는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검찰의 중립성’을 언급하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자, “오는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전 ‘특검법’을 토대로 법무부 장관 발 특검을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에서 이번 발언을 놓고 ‘설마 하겠나’라는 얘기가 나왔다지만, 내부적으로 장관의 특검 선택 권한에 대한 검토를 했고 ‘가능하다’는 내부 판단이 나왔다고 들었다”며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여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하는 특별검사가 유리하다는 입장 아니냐. 정권이 넘어가기 전 특검을 원하는 여권이라면 박범계 장관이 총대를 메는 형식으로 이를 강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내다봤다.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던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특검은 여대야소 구조와 특검 임명권 등을 고려할 때 추진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의 중론이고, 이 때문에 윤석열 당선인이 대장동 의혹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은 유리한 상황일 때 이재명 전 대선 후보 관련 의혹을 털어내는 동시에 윤석열 당선인도 흔들고 싶고, 국민의힘은 거꾸로 검찰을 동원할 수 있을 때 대장동 의혹을 파헤치면서 이재명 전 후보를 처벌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흐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선 한 윤석열 캠프 출신 변호사는 “지금 정치권의 관심은 지방선거 및 그 결과에 다 쏠려 있다”며 “특검을 강행하는 것이 민주당에 독이 되는 분위기면 민주당도 이를 강행하지 못하겠지만, 거꾸로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으면 민주당이 특검을 강행하더라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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