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많이 흘렀다. 1998년 박세리(34·산은금융그룹)의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우승이 시작이니 벌써 만 13년이 지났다. 박세리에 이어 1999년 슈퍼땅콩 김미현(34·KT)이 미니밴을 타고 다니며 미LPGA에 도전했고, 2000년에는 중학교 때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아마추어 무대를 석권한 ‘미녀골퍼’ 박지은(32)이 합류했다. 셋은 데뷔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했고, 박세리와 김미현은 신인왕을 차지했다(박지은은 2위. 2001년 한희원이 다시 신인왕 등극). 이들은 최근 몇 년간 골프기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름이 됐다. 성적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2011년 추석 연휴를 지낸 시점에서 이들 골프언니 3인방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일요신문>이 언니들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현재 - 우승 위해 땀 뻘뻘
지난 주 미국 앨라배마 주 프래트빌에서 열린 나비스타LPGA챔피언십에는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3명이 모두 출전했다. 1라운드에서 박세리와 김미현은 나란히 이븐파 33위, 박지은은 1오버파 47위를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계속 그랬지만 열 살가량 어린 후배들이 우승을 다투는 것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떨어져 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미국 도전기를 보면서 골프채를 잡았던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밀리는 것에 속도 상했지만 이젠 일상다반사가 됐다. 일부 성적이 좀 난다고 해서 예의 없게 행동하는 후배들도 있었지만 나이차이가 워낙 벌어지다 보니 이것도 많이 없어졌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후배들은 이들에게 “언니” 소리는커녕 “프로님”이라고도 쉽게 부르지 못해 아예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미현은 “점점 젊어지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조금 있으면 딸내미뻘 후배들이 밀려올까 걱정된다(웃음)”고 말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언니들은 투어에서 1승을 더 추가하기 위해 이전과 별 다를 게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박세리는 지난 9월 5일 3년 8개월여 만에 메인스포서(산은금융그룹) 계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생애 처음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언론이나 주변에서 부진이나 슬럼프와 같은 단어를 쉽게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로 체력이나 샷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LPGA에는 생애 1승도 못한 선수가 절반이 넘는다.” 심지어 박세리는 “2000년대 초·중반에도 전성기가 아니었다”며 “아직 전성기에 오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스폰서 계약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이다. 따라서 박세리는 향후 최소 3년 이상 미LPGA에서 더 선수생활을 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위해 변함없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세마스포츠 측도 “박세리 프로는 2008, 2009년 우승이 없었지만 2010년 1승을 올렸다. 올해도 퍼팅이 잘 안되고 운이 따르지 않아서 그렇지 비거리나 스윙 등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세리는 2011년 상금과 평균타수에서 30위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통산 25승).
김미현은 2007년 셈그룹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4년째 우승이 없다(통산 8승). 2009년 11월 남편인 유도스타 이원희 교수(31·용인대)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출산하느라 2010년에는 공백기도 있었다. 올해도 상금랭킹에서 50위권 밖으로 밀려날 정도로 부진했다. 그나마 9월 초 열린 월마트 NW아칸소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톱10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김미현도 “힘에 부치는 것은 있지만 체력보다도 최근 미LPGA가 장타자들에게 유리하게 전장을 늘린 까닭에 성적이 잘 나지 않는 것이다. 어려워도 2승을 추가해 통산 10승을 거둔 후 미LPGA를 마치고 싶다”며 현역생활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통산 6승을 기록 중인 박지은은 ‘언니 3인방’ 중 가장 성적이 나쁘다. 2004년 2승을 올리며 아니카 소렌스탐을 제치고 베어트로피(최소타수상)까지 차지했지만 2005년부터 고질적인 허리부상이 도지면서 끔찍한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다. 이듬해 톱10 5회에 상금랭킹 34위로 처졌고, 2006년부터 올해까지는 톱10이 단 2회에 불과할 정도로 고전 중이다. 부친인 박수남 삼호가든 회장은 “아픈 곳이 워낙 많다. 몸이 아파서 제대로 자기 골프를 하지 못하는 것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다른 선수 같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수도 있지만 다시 우승을 맛본 후 은퇴하는 것이 지은이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8년간 미LPGA 캐디 및 선수매니지먼트를 했던 송영군 (주)크라우닝 이사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세 선수의 정신력과 골프에 대한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이미 이룬 것도 많은데 외롭고 고된 투어생활을 지속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더 어리고, 더 경력이 짧은 선수들이 한국으로 턴백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런데도 세 선수는 아직도 우승을 목표로 10년 이상 어린 후배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면 가슴이 뭉클할 때도 있다. 예전처럼 성적이 나지 않아도 골프팬들의 성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송 이사는 “골프는 모르는 것이다. 박세리, 김미현 프로는 언제든지 우승을 할 수 있고, 박지은 프로도 부상만 나으면 쉽게 경기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량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 왼쪽부터 2006년 렉서스컵에 출전한 박세리, 2004년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소렌스탐과 인사를 나누는 박지은, 99년 미LPGA에서 첫승 후 공항에 입국한 김미현. |
셋은 과거와 현재는 비슷하지만 미래는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유일하게 기혼인 김미현은 생각이 많다. 올 시즌을 끝으로 줄곧 함께해 왔던 스폰서인 KT와의 계약이 끝난다(12년째). 본인은 선수생활 마지막까지 KT를 스폰서로 삼기를 원하고, KT도 김미현을 한 식구로 생각한다. 문제는 성적과 가정생활이다. 김미현은 “성적이 신통치 않아 KT에 죄송하다. 출산 등 사정이 있었지만 어쨌든 프로는 성적이 좋아야 한다. 일단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가정문제도 고민거리다. 김미현의 남편인 이원희 씨는 2011년 3월 용인대 교수로 발령을 받았다. 아들 예성이가 점점 커가면서 아빠를 필요로 하는데 계속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김미현을 잘 아는 지인은 “고민이 많이 될 것이다. 이미 2009년 인천시 고잔동에 100억 원을 투자해 김미현 골프월드를 개장하는 등 김 프로는 귀국해도 별 걱정이 없다. 아직 미혼인 박세리, 박지은 프로와는 달리 올해말 귀국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차하면 한국에서 주로 거주하며 중간중간 미국으로 건너와 미LPGA 대회를 서너 개씩 소화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김미현은 3년 정도 더 선수생활을 한 후 은퇴하고, 한국에서 후진양성에 전념할 계획이다. 시간문제이지 슈퍼땅콩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반면 박세리와 박지은은 아직 ‘귀국’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돌봐야 할 가족도 없고, 한국보다 미국이 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미 적응을 마쳤다. 현재로서는 겨울 비시즌만 한국에서 몇 달씩 보내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대신 이들은 결혼을 놓고 고심이 많다. 수차례 남자친구에 대한 보도가 나왔지만 아직 확실한 결혼계획이 없다. 한희원 프로(33)처럼 결혼을 한 후 미국에 신접살림을 차리고, 남편과 함께 안정된 투어생활을 하는 것이 둘의 바람이다. 즉 결혼을 해도 당분간 미국에서 더 선수생활에 전념할 것이고, 은퇴 후 계획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미현처럼 한국에 골프스쿨 등을 마련해 놓은 것도 없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이라고 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김미현을 시작으로 박세리, 박지은 등 1세대 한국 여자골프스타들이 귀국이나 은퇴 등으로 미LPGA를 떠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언니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박세리는 듬직하고, 김미현은 섬세하고, 박지은은 산뜻하다. 그리고 커리어 그랜드슬램(박세리), 통산 10승(김미현), 인간 승리의 재기 우승(박지은) 등 확실한 목표가 있다. 달라진 것은 우리네의 관심이 그들에게서 조금 멀어졌을 뿐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
마르코가 미국 들락날락
먼저 마르코는 지난 1일부터 4일간 충남 태안에서 열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한화금융클래식 대회에서 갤러리로 나타났다. 검은 색 모자 등 한눈에 봐도 연예인으로 보이는 복장으로 계속 안시현의 속한 조를 따라다니며 적극적으로 응원을 펼쳤다. 안시현의 부모님과도 함께 인사하는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초청선수로 이 대회에 참가한 안시현은 3위에 오르며 모처럼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안시현의 한 지인은 “둘이 교제한 것은 한 1년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 주변에서 알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안시현의 미국집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으로 마르코가 놀러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안 프로가 최근 미LPGA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자, 미국 투어생활을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한국으로 컴백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2011년 말 자신도 고려해 보겠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것이 마르코와의 열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안시현은 고등학생이던 2002년 KLPGA 프로가 됐고, 만 19세이던 2003년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깜짝우승을 달성하며 골프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어 2004년 미LPGA 신인왕에 등극할 정도로 빼어난 기량에 우유빛 피부에 늘씬한 몸매 등 신선한 외모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남자 연예인들 사이에서 ‘함께 라운딩하고 싶은 여자프로골퍼 1위’에 선정되는 등 연예계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