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미미하지만 시청자들 “일본인도 꼭 봐야”…출연한 일본 배우 “국적 떠나 모두에게 말 거는 작품”
소설은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가난하게 살던 양진과 그녀의 딸 선자, 이후 선자가 일본 오사카로 이주해 낳은 아들과 그의 아들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한국인 가족의 처절한 삶을 그리고 있다. 일본에서 차별과 멸시를 당하며 파친코 사업으로 돈을 버는 이야기다.
2022년 동명 소설은 드라마로 제작돼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섰다. 3월 25일부터 애플TV 플러스(+)의 8부작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데, 세계 각국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일례로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 및 TV 비평사이트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의 비율이 98%, 관객 평가는 94%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의 반응은 어떨까. 해외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간의 화제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애플TV+ 점유율이 높지 않은 데다, 홍보마저 부족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참고로 일본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점유율은 아마존 프라임이 69.2%, 넷플릭스가 21.4%를 차지한다.
문제는 일본 극우 네티즌들이 ‘역사왜곡·허구 드라마’로 여론몰이를 시동 중이라는 데 있다. 소셜미디어(SNS) 상에는 “한국인이 말하는 역사는 믿을 수 없다” “파친코라는 드라마가 일본을 일방적인 가해자로 몰고 있다” 등의 비판글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파친코 업계의 80%가 재일조선인이며 그 절반이 북한계다. 매년 북한에 일본 파친코업계로부터 거액이 송금되고 있다”면서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일본인의 돈과 땅을 빼앗은 범죄자”라는 주장까지 펼쳤다.
하지만, 실제로 드라마를 시청한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호평이 줄을 잇는다. 4월 8일 한 트위터리안은 “드라마 파친코를 검색하면 우익 글만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며 “애플TV+의 수작으로 일본인도 꼭 봐야 하는 드라마”라고 평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 역시 “4화까지 시청했다. 3·1운동부터 탄광노동 등 격동의 한일사가 담긴 가족드라마로, 강한 힘에 짓눌리면서도 저항이 이어진다. 에피소드가 치밀하고 주제도 명확하다. 명작 탄생 예감”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특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여배우 윤여정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 “그녀의 연기를 보고 가슴 아파서 같이 울었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일본 영화전문사이트 ‘에이가닷컴’은 “재일한국인의 가족사를 장대한 스케일로 그렸다”면서 드라마 파친코와 관련된 특별 칼럼을 싣기도 했다. 매체는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했다’는 역사가 젊은 세대에게 잊혀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운을 뗐다. 그런 상황에서 모국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극 중 나오미 역할로 출연한 일본인 배우 안나 사와이는 이렇게 전했다.
“일본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를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 일부 정치인들이 분명히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지금도 우리는 목격하고 있으며, 그들은 과거(의 비극)를 반복할 것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드라마는 국적을 떠나 모든 사람에게 말을 걸어오는 작품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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