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코올성 지방간은 상습적으로 음주하는 사람의 50%에서 발견될 정도로 많은 편이다. 소주는 매일 6잔 이상을 마실 경우 각종 간질환에 걸리기 쉽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제주대학 교수인 P 씨는 경영대학원 업무를 담당하면서 술을 마실 일이 많아졌다. 원래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각종 모임이 잦아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과음을 하기 일쑤였다. 그동안 별다른 증상은 없었지만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초음파 결과, 지방간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연히 술부터 끊어야 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그를 위해 아내가 효모, 인진쑥 등으로 만든 기능성 식품을 권했다. P 씨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이 기능성 식품을 6개월가량 섭취했다.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더니, 검사 후에 주치의가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의 간이 어떻게 이렇게 깨끗해졌냐?”고 물어올 정도로 좋아졌다.
#애주가의 절반은 알코올성 지방간
요즘 알코올성 지방간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지방간은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두 가지로 나뉜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상습적으로 음주하는 사람의 50%에서 발견될 정도로 많은 편이다. 알코올에 찌든 간을 어떻게 살려야 할까.
말 그대로 간에 과다한 지방이 쌓이면서 간이 비대해지고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이 지방간. 간 속의 지방 비율이 적게는 5%에서 심하면 50%까지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간이 있더라도 당장 큰 이상이 생기지는 않는다. 간 기능은 서서히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은 간의 기능이 상당히 나빠지기 전까지는 별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건강검진 결과 ‘지방간’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무심히 지나치기도 한다.
지방간은 간 기능 검사와 복부초음파, CT 검사 등으로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지방간인지, 염증까지 생긴 지방간염인지 구별하기 위해서는 간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심한 피로감 등의 증상을 보이거나 6개월 이상 간 기능 검사 결과가 나쁠 때는 조직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지방간이 되면 왜 위험할까. 지방간이 있으면 지방이 간에만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혈관에도 쌓여 고지혈증이 생기고, 심장병이나 뇌졸중 발생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지방간이 오래되거나 심할 때는 지방간염, 간 섬유화를 거쳐 간경화 같은 심각한 질환이 될 수도 있다. 또는 간염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간경화로 진행되기도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위험성이 더욱 크다.
#술이 어떻게 간을 손상시키나
우리가 술을 마시면 흡수된 알코올은 대부분 간에서 처리된다. 하지만 간이 해독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하루에 약 160g이 최고치다. 하루 80g 이상의 알코올을 마시면 지방간을 포함한 각종 간질환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맥주로는 약 2000㏄, 소주 320㏄(1잔이 50㏄), 양주 200㏄(1잔 30㏄)에 해당하는 양이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어떤 술을 마시느냐에 상관없이 얼마나 많은 양의 술을 마셨느냐 하는 총 알코올 섭취량과 얼마나 자주, 오랜 기간 마셨느냐가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은 대사과정에서 지방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간세포로 지방의 이동을 늘려 간에 중성지방이 많이 쌓이도록 만든다. 장기적인 영향으로는 ▲ 알코올을 대사시키기 위해 간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간세포에 저산소증이 오고, ▲ 알코올 대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염증반응이 일어나 간세포가 손상될 수 있으며, ▲ 알코올의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간에 나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등 간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 많다.
#천연물로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 개선
▲ 위는 알코올을 8주간 실험용 쥐에 주입했을 때 간에 지방이 침착된 모습이고 아래쪽은 효모 등 천연물을 먹였을 때 간에 전혀 지방이 축적되지 않은 모습. 자료제공=BRM연구소 |
보통 간이 나쁠 때는 쉬 피로해지므로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지만, 지방간에는 적당한 운동이 도움이 된다. 잘 먹고 잘 쉬기만 해서 체중이 더 늘거나 혈당, 지질이 정상보다 높을 때는 지방간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에는 고정식 자전거 타기나 빨리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주로 하되, 최대 운동능력의 40% 강도로 20∼40분씩 1주에 3∼4회 정도가 적당하다.
또한 지방간 억제 효과가 뛰어난 식품을 가까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천연물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박양호 BRM연구소 연구실장은 “적당량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간에 지방이 쌓이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때 단백질은 생선이나 콩, 견과류 등에 들어 있는 분지아미노산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기 등 동물성 단백질에 들어 있는 것은 방향족 아미노산으로, 간경화로 간 기능이 나쁜 경우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암모니아 대사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면 간성 혼수에 빠질 수 있다.
비타민 중에서는 ‘항지방간 비타민’으로 불리는 콜린(Choline)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콜린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구기자나 오가피, 냉이, 질경이, 효모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효모는 알코올성 지방간을 비롯해 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차단해준다”는 것이 박양호 연구실장의 설명이다.
알코올을 발효시키는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 효모. 효모에는 알코올 발효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 독성물질을 해독하고 지방간을 억제하는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효모 제품을 고를 때는 키티나제 효소로 키틴질을 분해·흡수되도록 만든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효모의 벽을 구성하고 있는 키틴 섬유질을 분해하는 데는 이 효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선한 채소 많이 섭취하라
알코올 같은 간독성물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간 손상과 재생이 반복되면서 간세포막의 섬유화가 진행된다. 즉 간경화로 진행되는데, 알코올성 간경화는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한 간경화보다는 적지만 역시 주의해야 한다.
박양호 실장은 “간경화가 되면 황달, 비장비대로 인한 출혈, 복수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이때도 간세포 재생 효과가 뛰어난 효모, 인진쑥 등을 이용한 천연물 요법이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북 안동에 사는 반준원 씨는 알부민 치가 1.9이고 이뇨제를 사용하다가 혼수까지 온 상태였지만 철저한 식이요법을 한 결과, 10개월 만에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예를 들어 복수가 찬 경우 칼륨과 사포닌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뇨작용을 하는 칼륨은 염분, 수분을 잘 배출시킨다. 약물을 써서 복수를 치료할 때도 칼륨이 많은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 이뇨제를 통해 염분, 수분을 급격히 배출시키면 칼륨 결핍으로 신부전이나 뇌증으로 혼수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칼륨은 대부분의 채소에 많은데 특히 질경이, 냉이, 쇠비름 등에 많다. 호박, 수박 같은 박과류 과일에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사포닌이 많은 콩, 팥, 도라지 같은 식품은 신장에서 수분 재흡수를 차단해 이뇨작용을 돕는다.
반면 염분 섭취는 제한해야 한다. 염분 1g은 우리 몸속에서 수분 200g을 저장한다. 염분 대신 신맛, 단맛으로 음식의 맛을 내는 것이 좋다. 다만 지나치게 염분을 제한하면 신경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수십 가지의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은 충분히 먹을수록 좋다. 지방간과 관련이 깊은 칼륨,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은 효모뿐만 아니라 신선한 초록색 채소, 녹즙에도 많다. 녹즙은 채소로 먹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채소와 녹즙에는 비타민 K, 루틴이 풍부해 식도정맥 출혈과 이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춰준다.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 환자의 경우 비장 비대로 인해 식도정맥 출혈 사망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박양호 BRM연구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