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고 골치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9월 21일 오전 조사를 받기위해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대체 ‘멀쩡한’ 사람은 누구냐. 청와대 고위 공직자와 로비스트 간의 커넥션 의혹은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부족할 것 없는 높은 분들이 더러운 돈에 홀딱 넘어간 모양새가 영락없이 ‘쌈마이’다. 당사자들은 혐의를 극구부인하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내로라하는 고위급 양반들이 검은돈과 관련됐다는 의혹만으로도 구린내가 진동하고있다.
‘MB맨’들의 비리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한 것은 올 5월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면서부터다. 은 전 위원은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윤여성 씨로부터 로비청탁 명목으로 현금 7000만 원을 받았고, 윤 씨에게 부탁해 자신의 형을 카지노에 취직시켜 1억 원을 챙기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은 전 위원은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내 클린정치위원회 BBK팀장을 맡아 야당의 ‘BBK 사건’ 공세를 막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7월 18일에는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윤만석 씨가 저축은행 브로커 이철수 씨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광주지검에 구속됐다. 특히 윤 씨가 연루된 ‘씨모텍’이라는 회사가 이 대통령의 조카사위 전종화 씨가 운영하는 회사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일기도 했다.
8월에는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김해수 전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정무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0년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추진하던 인천 효성지구개발사업과 관련해 인허가 청탁 대가로 부산저축은행 측 로비스트 윤여성 씨로부터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김 전 사장은 또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윤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000만 원을 수수했고, 2005년 9월부터 2008년 1월에는 환경시설업체인 S 사의 고문으로 선임돼 월급 명목으로 총 1억 45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고려대 출신인 김 전 사장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역임하고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까지 맡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2008년 총선 때 인천 계양갑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그는 2008년~2010년 대통령 정무비서관을 지내며 대통령을 보필해왔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부산저축은행 퇴출저지 청탁과 함께 1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앙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김 전 수석은 2008년 청와대에 합류, 지난 3년 8개월 동안 정무, 홍보, 기획분야에서 이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수행해왔다. 대통령의 일정을 관리하는 일부터 부처간 정책 조율과 정보 관리 등에 폭넓게 관여해온 그는 청와대 내에서 ‘왕실장’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그림자처럼 보필해온 김 전 수석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뢰 또한 대단했다. 지난해 말 청와대 참모진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저녁 식사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김 전 수석을 지목해 “김두우 실장이 대단히 훌륭한 인물이다. 앞으로 큰 일을 할 거다”고 편애한 일화는 유명하다. 청와대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검찰에서 소환통보를 받은 9월 15일 결국 낙마했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직 출신이 구속된 것은 김 전 수석이 처음이다. 따라서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몸통’은 청와대일 것이라는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김 전 수석에 이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스폰서’ 의혹이 터지자 여권은 초긴장 모드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8월 문광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위장전입 등이 불거져 낙마한 신 전 차관은 ‘이국철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신 전 차관을 겨냥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로는 정치권을 넘어 국민을 경악시키고 있다. 이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신 전 차관은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SLS의 문제를 풀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현금·법인카드·차량 등의 편의를 제공받았다. 명절 때는 물론 매달 외상값 받아가듯이 돈을 챙겨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인) 안국포럼에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가져간 돈만 1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캠프에서 메시지 단장으로 활동한 신 전 차관은 대선캠프였던 안국포럼 시절 매일 아침 이 대통령의 집을 찾아 동향보고를 했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그는 언론 참모 역할을 수행하며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특히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신 전 차관이 대선 전후 미국을 서너 차례 방문해 이국철 회장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있다”며 “이는 에리카 김과의 물밑 접촉을 뒷받침할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 또 다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국철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이 대통령의 측근은 신 전 차관만이 아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등의 이름도 줄줄이 거론되고 있다. 이 회장은 곽 위원장과 임 비서관에 대해 “2008년 추석과 2009년 설에 신 전 차관이 ‘두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자’고 하기에 상품권 5000만 원어치를 줬다”고 폭로했다. 또 박 전 차관에 대해서는 “그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때 총리실에서 연락이 와 ‘박 차장이 일본 출장을 가니 향응을 대접하라’고 요구했다”며 400만~500만 원 상당의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교수 출신인 곽 위원장은 2001년부터 이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곽 위원장의 아버지 곽삼영 씨(전 고려산업개발 회장)는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을 때 부사장으로 근무한 특별한 인연이 있다. 곽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제전략연구원 정책실장,대선캠프 정책기획팀장 등 정책 라인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MB맨으로 자리매김했다.
‘왕차관’으로 불린 박 전 차관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 버마 석유개발사업 개입 등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차관과 2005년 4월부터 5년 10개월 동안 이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한 임 비서관도 둘째라가면 서러울 MB맨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두우 전 수석의 직전 전임자인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비리의혹에 휩싸였다. 로비스트 박태규 씨가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로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던 검찰은 금품 일부가 홍 전 수석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YTN 보도국장 출신인 홍 전 수석은 정권에 불리한 <돌발영상-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삭제하고 후배 기자 6명을 경찰에 고소해 해직시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15일 3기 청와대 참모진 인사 때 발탁돼 지난 6월 9일 사임할 때까지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 대통령 측근의 비리는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2008년 11월에는 강경호 전 코레일 사장이 공기업인 강원랜드 임원으로부터 본부장직 유임인사 청탁과 함께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부터 서울지하철공사와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낸 강 전 사장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지지조직인 서울경제포럼의 멤버로 활약했던 최측근이다.
2009년 3월에는 현 정권 탄생에 일조했던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이 체포되면서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추 전 비서관은 2008년 9월 사업 편의를 봐준 대가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이 대통령의 서울 종로 국회의원 선거 때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추 전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경선캠프에서는 대운하추진본부 부본부장을, 대선 캠프에서는 한반도대운하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각각 맡은 바 있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 정책기획팀장을 거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 임명된 뒤에도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정책홍보를 주도해 왔다.
‘왕의 친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대통령의 대학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여행사 회장은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세무조사 및 금융권 대출 청탁 등과 함께 47억 106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천 회장은 올 추석을 앞두고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올 1월에는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이 함바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이 불거져 사직했다. 배 전 팀장은 함바 운영업자 유상봉 씨로부터 식당 운영권 수주에 대한 감찰 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경찰청 소속으로 서울시에 파견 근무를 했던 배 전 팀장은 2006년 6월 이 대통령이 대선 행보에 나서자 대선기간 내내 경호를 맡았고 정권 출범 후에는 대통령 직보가 가능한 감찰팀장을 맡았다.
2월에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었던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이 함바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SH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2월부터 2008월 7월까지 브로커 유상봉 씨로부터 SH공사가 발주하는 공사현장 식당 운영권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9차례에 걸쳐 45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 중 핵심 인사로 꼽히던 최 전 사장은 이 대통령과 함께했던 서울시 공무원 시절의 기록을 묶어 <MB와 함께한 1500일>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명박 아바타’로 불리던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도 함바비리에 연루돼 올 2월 중도하차했다. 고려대 출신인 장 전 청장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만수 경제특보와 함께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정책조정실’에 참여해 ‘MB노믹스’의 뼈대를 만든 MB맨이었다. 이 대통령은 집권 후 군 출신인사들을 제체고 민간인 출신인 그를 국방부차관에 임명해 군 개혁작업을 맡길 정도로 절대적인 신임을 보였다.
이쯤되면 임기 초부터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없는 최초의 정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 대통령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다. 잇따른 측근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성역 없는 비리 척결 의지를 천명한 상태다. 문제는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정권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기고 있 다는 사실이다. 믿음과 신뢰로 이 대통령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MB맨들의 잇단 비리 연루 의혹에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 지고 있는 이유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전두환 형제들의 ‘굴욕’
권력형 비리는 역대 정권의 단골메뉴였다. 특히 임기 말이 되면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측근 및 친인척 비리로 인해 대통령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역사에도 큰 오점을 남겼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 전기환 씨는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 강제교체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됐고, 동생 전경환 씨는 새마을운동본부 회장을 맡아 공금 73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사촌형은 골프장 허가를 미끼로 금품을 수수하고 사촌동생은 영곡가공협회장을 맡아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서 금진호 씨는 상공장관을 맡아 6공 비자금 수수 및 관리에 개입했고, 박철언 전 장관은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6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또 장병조 청와대 비서관은 한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는 6개 기업으로부터 이권청탁과 함께 66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고, 처남은 덕산그룹으로부터 조선대 운영권 청탁을 받고 1억 9000만 원을 받아 구속됐다. 또 장학로 청와대 부속실장은 기업들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홍일 씨는 이용호·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됐으며 차남 홍업 씨는 이권청탁 등의 대가로 25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3남 홍걸 씨는 공사수주 로비대가 등으로 37억 9000만 원을 수수해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는 농협 세종증권 인수청탁 대가로 30억 원을 수수해 구속됐고, 조카사위인 연철호 씨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500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권력을 남용해 금품을 수수하거나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 참여정부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