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30억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된 김옥희 씨가 2008년 8월 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빠져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이명박 대통령 역시 이 부분에 있어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최근 측근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친인척들의 구설도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 영부인의 사촌언니가 공천장사에 나서다 발각됐는가 하면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친인척 비리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최근까지 불거진 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실태를 들춰봤다.
과거 역대 정권의 친인척 비리는 대부분 임기 말에 터졌던 것에 비해 이 대통령은 유독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친인척비리’에 시달렸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사람은 다름아닌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였다. 김 씨는 이명박 정부 1년 차인 지난 2008년 공천 장사에 나서다 발각됐다. 김 씨는 총선을 앞둔 2008년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김종원 이사장에게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30억 원을 받은 혐의로 2008년 8월께 구속기소됐다. 당시 김 씨는 김 이사장에게 자신을 영부인의 사촌언니가 아닌 친언니로 소개하며 접근, 거액의 로비자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 이사장은 김 씨에게 건넨 30억 원과는 무관하게 공천에서 탈락했다.
결국 김 씨는 법정에서 사기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영부인은 “평소 김 씨와는 친분이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비리사건과 일정한 선을 그었다. 이후 김 씨는 건강상 이유로 감옥에서 나와 치료 수감을 받았지만 밀린 병원비를 내지 못해 다시 법정에 서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황 씨는 지난 2009년 수차례에 걸쳐 ‘4대강사업’ 하도급을 빌미로 피해자 김 아무개 씨 등으로부터 2600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30일 대구지법 안동지원(형사1단독)은 황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황 씨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지인으로부터 7000만 원을 빌려 불법게임장 운영에 투자한 혐의로 9월 27일 다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검찰은 황 씨를 불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의 9촌 조카 정 아무개 씨 역시 황 씨와 마찬가지로 건설 하도급과 관련한 사기혐의로 법정에 섰다. 정 씨는 지난 2007년 7월경 대통령(당시 후보자)의 친인척임을 내세워 한 철거 하도급 사업자에게 현금 5000만 원을 받고 포항의 한 아파트 철거권을 주겠다고 속인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법원은 정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여론과 야권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정 씨는 지난 9월 1일에 있었던 재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 씨의 사례는 이 대통령의 고향에서 발생한 토착 친인척 비리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현 정권이 역점을 두고 있는 핵심사업인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친인척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져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사촌형 이 아무개 씨는 지난 2009년 8월 두 아들과 공모해 4대강 건설 사업권을 주겠다며 건설업자로부터 3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수원지검은 대검찰청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이 씨는 ‘이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이 형편이 어려운 친인척들에게 일부 4대강 사업권을 나눠주기로 했다’는 설명과 함께 자신의 위치를 내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가시적인 친인척 비리와 함께 지금까지도 의문점이 남는 친인척들의 행적도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가운데 야권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은 영부인의 사촌오빠 김재홍 세방학원 이사다. 김 이사는 지난 2009년 11월 서일대학의 재단인 세방학원의 관선이사로 취임했다. 그 무렵 서일대학은 회계부정으로 곤욕을 치르던 시기였다. 또 재단 설립자인 이용곤 씨는 아들 이문연 씨를 이사장으로 내세우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났고, 설립자 이 씨가 김 이사에게 물을 끼얹는 아찔한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설립자 이 씨를 찾아가 김 이사에게 직접적인 사과를 할 것을 종용했고, 경찰청과 교육부가 앞장서 재단의 내부 수사와 감사를 진행했다. 평소와는 다른 기관의 적극적인 행보였다. 야권과 언론에서는 지금까지도 의도적인 권력기관 동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형국이지만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의혹또한 레임덕 시기에 맞춰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는 뇌관으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 2008년 검찰은 조 부사장의 주가조작 의혹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바 있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한국도자기’ 창업자의 손자 김영집 씨가 운영하던 코스닥업체에 투자해 수 억 원을 챙긴 혐의였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10개월 만에 조 부사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업체의 ‘내부정보 제공’ 의혹이 다분한 상황에서 내려진 결과로 세간에서는 “역시 ‘봐주기 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