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민주당 후보로 정체성 검증 필요…검수완박 선거 영향 우려스럽지만 검찰정상화 필요”
―경기도지사 출마 변이 궁금하다.
“저는 수원에서 나고 자란 경기도 토박이다. 토박이 입장에 보면 경기도가 인구수나 기업체·연구기관 수, 지역 내 총생산 등이 다 전국 1위인데 삶의 질은 그렇지 않다. 수도 서울의 배후기지 역할만 강제 당한다. 이로 인해 경기도민의 자부심이 떨어져 있다. 차기 경기도지사는 서울의 변방 경기도가 아닌, 삶의 질을 제고시켜 경기도의 자부심을 높여야 한다. 또한 지방행정은 중앙정치와 다르다. 저는 125만 인구의 광역시급 기초지자체인 수원에서 시장으로 지방행정만 12년을 했다. 지방행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다 겪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경험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민생현장에서 체득하고 그것을 정책화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생각해 출마를 하게 됐다.”
―수원시장으로 3선을 했다. 다시 광역지자체장을 맡기보다 국회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건 이제까지 봐온 정치인들의 프로세스고, 여의도 정치의 문법이다. 저는 그것을 거부한다. 2006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수원시장 선거에서 떨어지고, 2008년과 2009년 두 번에 걸쳐 국회의원 출마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안 했다. 여의도 정치는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번 대선을 봐도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의원 0선이었다. 국민들은 여의도 정치에 신물을 내고 효능감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까지 국회에 들어가 초선 의원으로 역할을 한들, 매일 정쟁에만 시달리지 않겠냐. 과거 중앙집권적 사고로 발전 모델을 만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고 나서는 분권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 총화가 국가발전의 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그걸 계속 놓치고 있다. 자치와 분권이라는 현장정치를 통해 한국 사회의 국정운영 시스템을 바꾸는 게 제 필생의 과제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출마 후보들이 모두 이재명 상임고문과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상임고문이 어려운 대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석패했다. 그래서 특히 경기도지사 후보의 경우 전임 도지사였기 때문에 ‘찐이재명’을 강조할 수 있다고 본다. 저는 ‘찐이재명’을 강조할 생각은 없지만, 어려울 때 같이 한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생각한다. 30년 전 아무도 알아보지 않을 때 이 고문과 저는 시민운동을 같이 했다. 2006년 같이 시장 후보로 나와서 둘 다 떨어지는 어려움도 같이 했다. 성남과 수원 시장을 8년 같이 하면서 국정원 사찰도 같이 받고, 단식도 같이 했다. 서로 마음을 나누고 경쟁도 하며 보냈다. 이재명 고문이 경기도지사가 되고 4년은 경기도 정책을 설계하는 데 많이 협의했다.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이번에 경기도지사가 되면 이 고문이 했던 의미 있는 사업들은 계속 이어가고, 거기에 염태영이 가진 또 다른 민생 문제 해결방안을 얹을 계획이다.”
―이재명 고문을 두고 6월 보궐선거 출마설, 8월 전당대회 출마설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저는 정치 공학적이 아닌 친구로서 보면, 이번 대선 과정을 거쳐 오면서 이 고문이 너무 상처를 입고 고단했다. 그래서 쉬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적 휴식기라기보다, 사람이기 때문에 쉬어야 한다. 이번에 바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오는 것은 본인에게 너무 가혹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서는 건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때 기지개를 편 다음 8월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나서는 정치 일정을 갖는 게 본인이나 이 고문을 아끼는 사람들의 진정한 마음 아니겠나 생각한다.”
―현재 경기도가 당면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저는 수원시장 3선을 하면서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에서 모두 회장을 맡았다. 이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냈다. 그래서 경기도 31개 시·군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 사정을 다 알고 있다. 경기도는 작은 대한민국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을 보면 개별적 지역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지역 정체성을 키울 수 있는 자기 발전 전략을 찾기 어렵다. 중앙정부가 ‘수도권’으로 한데 묶어서 획일적으로 규제를 하기 때문이다. 균형발전 측면에서 보면 경기 북부 상당 지역은 지방의 도시보다도 낙후됐다. 수도권 정책이 이렇게 획일적으로 가면 안 된다. 그래서 저는 몇 가지 정책을 만들었다. 하나는 경기 북부를 분도시켜 균형발전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그러려면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으로 분도 특별법을 만들어서 행정적·재정적 특례를 줘야 한다. 그래야 경기 남부의 재원이 막혀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된다. 이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경기북도 분도론에 대해 공약을 발표했다.”
―경기도의 부동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경기도민이 불만족한 이슈들을 순위로 따져 보니 제일 첫 번째가 부동산 주택 문제다. 주택 정책도 지금같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하는 분양 정책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섞어서 맞춤형으로 분양 또는 임대를 할 수 있게 하는 하이브리드 주택 정책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주택 실수요자 관점에서 디테일하게 여러 기회를 주는 것이다. 부담을 줄이고, 지금까지 빚을 내서 집을 사야 하는 모순과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거다. 또한 도시재생의 효시가 수원의 행궁동이다. 지금은 행리단길이 핫플레이스가 됐다. 2013년 한 달 동안 차 없이 생활하기에 도전해 무수히 많은 주민 민원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동네가 완전히 바뀐 사례가 됐다. 지금은 도시재생 사업이 전국화됐다.”
―김동연 전 부총리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30년 넘는 공직생활로 역대 여러 정권에서 핵심 요직을 거쳤다. 공무원으로 훌륭할지 모르지만 경기도지사, 특히 민주당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정치인으로서는 합당한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김 전 부총리는 MB정부 때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내며 가장 잘나갔다. 4대강에 대해서도 김 전 부총리는 ‘속도가 중요하다’는 정도로 옹호를 했다. MB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에도 옹호적 입장으로 알고 있다. 반면 김 전 부총리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퓰리즘으로 공격했다. 보편적 복지나 이재명 고문의 기본소득 등에도 부정적이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에 더불어는 없다고 비난했다. 그분이 갖고 있는 원래 생각이 그렇다면 민주당에 들어오면 안 되는 거였다. 특히 지방선거는 대선보다 투표율이 20%가량 낮다. 민주당의 결속력이 중요하다. 결속력은 후보가 당이 어려울 때 함께했나, 친서민 위주의 정책을 하는가 등을 본다. 김 전 부총리가 갖고 있던 생각과 행동, 정책 결정이 과연 민주당다운가, 민주당 후보로서 정체성을 점검해봐야 한다.”
―안민석 조정식 의원에 대한 평가는.
“안민석 의원은 말이 세다고 알려져 있다. 민주당의 대표 스피커다. 국회 안에서 윤석열 정부와 치열하게 싸우고, 목소리를 분명히 내줘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별안간 경기도지사로 나온다고 하니까 썩 어울리는 그림은 아닌 것 같다. 조정식 의원은 당 정책위의장까지 하신 전문가다. 지금이야말로 민주당이 정책을 정교하게 만들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또한 최근 검찰정상화, 언론개혁 문제 등을 보면 민주당이 한 석 한 석이 아쉽다. 그래서 저는 두 후보들은 절박한 개혁의 문제를 갖고 국회에서 역할을 해줘야 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김동연 전 부총리에 맞서 안민석 의원이 ‘3자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세 후보만이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후보 간 협력하면 성사됐는데, 본인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 판이 어긋났다. 여의도 정치의 폐해를 또 한 번 봤다. 그래도 당원 50%, 일반시민 50% 경선 비율과 결선 도입 방식이 합의됐다. 민주당 기존 후보 중 결선에 올라가는 후보를 함께 밀면 단일화와 같은 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동의를 구하기 위해 조율 중이다.”
―토론회를 두고도 김동연 전 부총리가 불참하고, 안민석 의원도 참석을 거부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일정을 핑계로 TV토론 참석이 어렵다고 했다. 그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안 하느냐, 아무것도 안 해도 지지율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기득권자의 행태다. 지금은 신기루처럼 떠있는 인지도를 가지고 민주당 경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앞으로 토론 등을 통해 민주당에 자신이 괜찮은 후보임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면, 후보로 결정돼도 본 선거에서 굉장히 어려워진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안 나오면 세 명이라도 토론을 했어야 하는데, 당일 안 의원이 불참 통보를 한 것은 정치적 신의를 저버린 것이다. 본인이 2위가 된다는 판단인지 모르지만, 섣부른 생각이다. 제 지지율도 만만치 않다. 저는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온 거고, 안 의원은 그 자리에 있는 거다. 지금은 민주당의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3인 토론회라도 기회가 있으면 하고, 안 나오면 그 후보가 불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역동적인 경선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아쉽다.”
―당초 경기도지사 선거는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최근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도 많다.
“민주당이 지금 지방선거에 대해 정교한 전략이나 정책, 관리가 되고 있는가 아쉬움과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은 유승민 전 의원을 카드로 꺼냈고,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인 김은혜 의원까지 투입해 역동적 경선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거기에 비해 민주당은 오히려 한 사람만 꽃가마 태우고 비단길 깔아주는 일만 했다. 그래서 경쟁력 있는 다른 후보들을 다 군소후보로 전락시켜버렸다. 본 선거를 대비해서라도 당 지도부는 경선을 역동적으로 만들어 흥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힘 후보인 유승민 전 의원은 어떻게 보나.
“유승민 전 의원은 보수혁신의 아이콘처럼 돼 있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정치신인이자 말도 안 되는 후보에게 참패를 했다. 이를 회생할 방법으로 엉뚱하게 경기도지사를 택했다. 여태까지 대구를 정치 기반으로 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경기도로 날아온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지방자치를 지키려는 게 아니라 경기도를 단순히 자신의 대권가도의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것이다.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당선될 것 같았지만, 바로 저격수가 나타나서 다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유 전 의원은 이번에 개혁보수의 상징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다 잃게 될 것이다.”
―김은혜 의원은 ‘윤심’이 반영된 출마라는 말이 나온다.
“이미 국민의힘 59개 지역위원장 중 50명 이상이 지지한다는 거 아니냐. ‘윤심’을 등에 업은 거다. 김은혜 의원은 아나운서 출신으로 청와대 대변인, 당선인 대변인으로 화면에 비치다가 이번에 대장동 저격수로 이름을 높였다. 현실정치나 민생, 지방행정 등에 전문이 아니라 이슈를 쫓아 공격하는 일만 해온 후보다. 지금 김 의원 발언만 봐도 이재명 고문을 저격하기 위해 경기도에 들어가는, 경기도에서 정쟁을 끊임없이 유발하겠다는 걸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출마는 경기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경기도정 민생 문제가 파탄으로 나아가게 되면 불행한 일이다. 또한 재산공개만 봐도 강남의 부동산 부자다. ‘철의 여인’이 아니라 ‘강남 여인’이다. 1%의 기득권을 대변하는 사람과, 99% 민생의 문제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의 대결 구도가 짜여야 한다. 제가 이번 지방선거의 돌풍의 핵이 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총리·장관 인선을 어떻게 보나.
“윤석열 당선인이 그동안 주장했던 게 소통과 통합이다. 공정과 정의, 상식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당선인이 보여준 행동은 말뿐이고 어긋나고 있다. 한동훈 정호영 김현숙 등을 장관 후보자로 내세운 걸 보면 국민들의 일반 상식 공정과는 거리가 멀고, 막무가내 일방통행을 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생각한다. 또한 윤핵관 대부분이 MB정부 때 사람들이다. ‘MB정부 시즌2’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특히 경제·안보·외교·민생 등에서 철 지난 정책들이 나올 거다. 4대강처럼 실패한 정책들이 외피만 바꿔서 재현될 거라고 본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을 얼마나 더 힘들게 할 건가에 우려가 크다. 그래도 희망을 만들려면 경기도만큼이라도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워 민생과 현장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게 경기도지사 선거의 핵심이 돼야 하기 때문에 제가 경쟁력이 있다.”
―‘검수완박’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도 한다. 그런데 이 문제도 여의도 정치가 비판받아야 될 대표적인 것이다. 국회 180석을 갖고 지금까지 숙제 안 하다가, 개학 첫날 서둘러 하니까 자연스럽지도 않고 무리하는 느낌도 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정상화’는 꼭 필요하다. 정호영 장관 후보자만 봐도, 예전에 조국 전 장관 같으면 검찰이 별 방법을 다해서 주저앉혔을 거다.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 선택적 정의가 문제 지적을 받는 검찰의 모습이다.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다보면 그나마 얻은 기회를 날릴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찰개혁에 결기를 보이고, 그 속에서 민주당이 살 길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 경선을 넘어 본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저는 본선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본선 경쟁력은 실패한 중앙정치와 여러 정권에서 잘나가던 중앙관료 대 민생정치 현장에서 12년을 시민과 애환을 같이 한 사람의 대결이 돼야 한다. 그럼 본선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자객으로 경기도정을 정쟁의 장으로 몰고 갈 사람 대 도민의 삶의 문제를 현장에서 제대로 챙길 사람으로 각이 설 것이다. 민생정치의 최고 전략은 결국 일자리·부동산·교통 등 삶의 질의 문제이기 때문에,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 염태영이 본선 후보가 된다면 돌풍의 핵이 될 수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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