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김기태 김정민 ‘LG 사령탑’ 물망에
모 지상파 야구해설가의 촌철살인이다. 그 해설가의 말처럼 야구계는 감독들의 잇따른 사퇴를 접하며 충격에 빠졌다. 동시에 어느 구단이 어떤 감독을 선택할 것인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요신문>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감독 후보군을 조명했다.
“올 시즌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겠습니다.” 10월 5일 LG 박종훈 감독은 잠실구장 회의실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격적으로 발표된 사퇴라, 야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사실 박 감독의 사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 물 건너가면서 박 감독의 입지는 순식간에 좁아졌다. 여기다 9월 하순 잠실 두산전에서 3연패 하며 LG그룹 고위층은 진노했다.
물론 박 감독의 사퇴를 반신반의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모 케이블채널 해설가는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았고, LG가 박 감독을 영입할 때 5년 계약을 제시한 건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기다려주겠다는 의미였다”며 “LG가 대의명분 차원에서라도 감독 교체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 감독의 사퇴 예견이 적중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박 감독은 자진사퇴라는 강수를 빼든 것일까. 일부 야구인은 “사퇴 발표는 자의가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오히려 “박 감독이 보이지 않는 사퇴 압력에 시달리다 결국, 사퇴 카드를 빼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LG 모 코치도 “10월 초까지 박 감독이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를 짜는 등 내년 시즌 구상에 여념이 없었다”며 “그러나 최근 새 감독 내정설이 불거지면서 (박 감독이) 무척 힘들어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LG는 새 감독 내정설로 홍역을 앓았다. 모 팀 감독 출신의 야구인이 그룹 고위층의 낙점을 받아 내년 시즌부터 감독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과거 LG에서 뛰었던 이상훈이 투수코치로 내정됐다는 소문도 설득력 있게 퍼졌다. 물론 그때마다 LG에선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소문이 낭설이었다면 박 감독이 사퇴할 이유는 없었다. 박 감독의 사퇴는 소문이 사실일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일 수 있다.
야구계는 “LG를 포함한 몇몇 구단의 감독도 교체대상”이라며 “자천타천으로 회자하는 감독 후보군 가운데 새 감독이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박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LG 감독은 벌써 유력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이가 김성근 SK 전 감독이다. 지난 8월 시즌 중 경질된 김 전 감독은 현재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자신은 “감독 자리에 욕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야구계는 김 전 감독만 한 지도자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2007년부터 SK 감독을 맡은 이후 지난해까지 팀을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고, 그 가운데 3회나 우승했다. 특히나 LG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에서 김 전 감독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김 전 감독은 2002년 하위권 팀이었던 LG 사령탑을 맡아 그해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켰다. 하지만, 구단 수뇌부와 갈등을 빚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서 전격 해임됐다. 당시 LG 고위관계자는 “김 감독 없이도 LG는 강팀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현실은 반대였다. LG는 강팀은 고사하고 2003년부터 올 시즌까지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유일한 팀이 됐다.
항간의 예상과 달리 김 전 감독은 LG를 미워한 적이 없다. 되레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김 전 감독은 지금도 지갑 안에 1만 엔짜리 지폐를 넣고 다닌다. 그 지폐는 2002년 LG 구본무 회장이 김 전 감독에게 준 돈이었다. 김 전 감독은 구 회장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10년 가까이 이 돈을 소중히 보관해왔다.
문제는 LG가 제 손으로 잘랐던 김 전 감독을 다시 데려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LG 내부 관계자는 “만약 김 전 감독을 재영입한다면 10년 전의 해임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그룹이 자존심을 뭉개면서까지 김 전 감독을 데려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구본준 LG 구단주는 김 전 감독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LG는 현역시절 은퇴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빚어 이른바 ‘감독 불가’ 판정을 받았던 김재박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바 있다.
김기태 수석코치와 김정민 배터리 코치도 유력한 LG 감독 후보군이다. 김 수석은 선수들의 신망이 두텁고,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 장악력이 높다는 평을 받는다. 김 수석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 시절 콧대 높은 일본 선수들에게서도 지도력을 인정받았었다.
김 코치의 선수단 내 신망도 꽤 높다. 김 코치는 현역시절부터 “미래의 LG 감독”이란 평을 들을 만큼 리더십과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LG 출신이라는 게 장점이다. 그간 LG는 다른 팀 출신의 야구인을 감독으로 영입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김 수석과 김 코치 모두 40대 초반의 젊은 지도자라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LG뿐만 아니라 두산도 새 감독 선임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두산의 고위관계자는 “김광수 감독 대행을 포함해 서너 명의 감독 후보군을 추린 상태”라며 “시즌 종료 후 새 감독 선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야구계에서 회자하는 두산 감독 후보군은 김광수 감독대행과 양상문, 이순철 MBC SPORTS+해설위원이다.
김 대행은 누구보다 두산을 잘 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실제로 김 대행은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데다 오랜 기간 수석코치를 맡아 선수단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다. 하지만, 투수 교체와 작전에서 다소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도 듣는다.
양상문 위원은 투수진 부활이 절실한 두산에 가장 적격인 지도자라고 평가받는다. 투수 출신인 양 위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투수 전문가로, 평소에도 두산 투수진의 문제점을 과감하게 지적하곤 했다. 과거 롯데 감독을 역임해 경험 역시 충분하다.
이 위원은 양 위원과는 반대로 타격 이론의 1인자다. 야구인 가운데 야구서적 독서량과 연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나 야수 출신임에도 포수와 투수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과거 LG 감독을 맡으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스스로 ‘LG 사령탑을 역임했기에 감독의 빛과 그림자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이전까지 두산과 별 관계가 없었다는 게 단점이다. 두산 내부에선 의외의 사람이 새 감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김태형, 송재박 코치가 주인공이다. 김 코치는 선수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고, 포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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