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중심 건설현장 이권 위한 단체행동 많아…건설업계 “칼 뺀 공정위 휘두르지 않아” 시선
국내 시장은 자율경쟁 체제를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가격을 담합해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는 금지된다. 특히 특정집단이 사익추구를 목적으로 시장을 장악해 가격을 담합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건설현장의 장비 사용료 등도 상호 간의 협의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규제하고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놓았다. 동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에는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는 행위에 관련해 ‘사업자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불공정거래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기계노동조합은 그동안 사업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사업자단체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법에 따르는 노동조합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행법은 노조가 주장하는 특수형태근로자라 할지라도 종사자에 대한 사업자들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이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법에 따라 이들의 불법행위를 단죄하지 못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 ‘사업자단체’ 유권해석에 따라 처벌할 근거를 마련했다. 공정위는 2020년도 국정감사 당시 건설기계노동조합 소속 근로자 채용 강요행위 등과 관련 “노동조합이 개별사업자들로 구성됐다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에 해당해 공정거래법 제26조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 판례에도 사업자단체에 대한 해석을 찾을 수 있다. ‘고법 2017누31516(2017. 7.6 선고)’ 사건 담당 재판부는 “사업자단체 구성원 중 사업자가 아닌 자가 일부 있더라도 그 단체는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노동단체에 사업자가 포함돼 있다면 이는 사업자단체로 봐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들을 근거로 현재 활발하게 사업자단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2009년부터 시작한 관련 법 집행이 2016년을 기점으로 잠시 뜸했다가 최근에 들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공정위는 사업자단체라는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 1월 6일 건설기계 부산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조합원 명단 등을 확보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건설기계 부산지부가 이와 관련한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며 버티자, 이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공정위가 이처럼 사업자단체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법적조치를 강구하는 중에도 민노총 건설기계 울산지부는 지난 3월 25일 레미콘 운송 단가 인상을 이유로 건설현장에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며 1회 운송 당 8000원 인상을 관철시켰다. 레미콘 제조사와의 단체협약 기간이 1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위력으로 협약기간을 파기한 뒤 일방적인 운송 단가 인상을 강행했다. 이러한 인상은 이후 울산뿐만 아니라 인근 부산·경남에서도 똑같이 이뤄졌다.
공정위의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건설기계 사업자들의 이권을 위한 단체행동이 수그러들지 않자, 보다 강도 높은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지역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칼을 빼긴 했는데, 제대로 휘두르지는 않는 모양새”라고 직격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건설기계 임대시장에서 사업자단체의 위법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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