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여성 노숙인을 납치한 뒤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최근 이러한 세태 속에 또 다른 사회적 약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노숙자들의 성범죄 피해가 잇따라 발생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영화 <도가니>의 피해자인 청각장애 아이들이 그러하듯, 여성 노숙자들은 우리 사회의 약자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약자들로 분류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커녕 법까지 무시해가며 검은 탐욕을 채우려는 자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일요신문>은 직접 피해현장에 나가 거리의 ‘도가니’에 내몰린 여성노숙자들의 피해담을 추적해보고 그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들여다봤다.
지난 10월 5일 기자는 전국 노숙자들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역 광장을 직접 찾았다. 유서 깊은 역사만큼이나 서울역 광장 주변에는 언제나 그랬듯 남녀노소 노숙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서울역 광장에서 지난 8월 31일 입에 담기도 힘든 경악스런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여성노숙자 배 아무개 씨(40)는 평소처럼 서울역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배 씨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이었으며, 별거 중인 남편과 장애인 시설에서 기거하고 있는 아들을 두고 있었다. 아들 역시 배 씨처럼 지적 장애를 앓고 있었다.
배 씨는 광장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중 잠시 계단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낯익은 한 남성이 그에게 다가왔다. 배 씨에게 말을 건넨 이는 평소 노숙자들을 상대로 대장행세를 하며 금품갈취와 폭행을 일삼아 온 정 아무개 씨(39)였다.
정 씨는 배 씨에게 접근해 오토바이를 태워준다고 말하며 자신의 주거지로 유인했다. 그 이후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정 씨는 배 씨를 위협해 옷을 강제로 벗기고 잔인하게 강간했다. 그는 무려 15일 동안 배 씨를 집에 가둬놓고 16회에 걸쳐 성폭행을 자행했다. 정 씨는 사전에 의사 및 인지능력이 부족한 배 씨를 타깃으로 삼고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현대판 ‘보쌈’이나 다를 바 없었다.
정 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납치하고 하루가 지난 9월 1일 정씨는 배 씨를 은행으로 데려가 통장과 체크카드를 재발급받게 한 뒤, 인터넷 뱅킹에 가입시켰다. 그 뒤 그는 자신의 컴퓨터를 이용, 배 씨의 통장에 들어있는 5만 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하여 빼돌렸다. 잔악한 성폭행도 모자라 없는 자의 것을 빼앗는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남대문경찰서는 정 씨가 서울역 등지에서 평소 여성 노숙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강간과 추행을 해왔다는 첩보를 입수해 그를 검거하고 배 씨를 구출했다. 조사결과 정 씨는 강간 등 전과 45범의 상습 범죄자였다. 경찰은 범죄사실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해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기자가 서울역에서 만난 빈민구제 활동가 김병택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배 씨의 피해사실을 듣고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는 “난 매일 아침 서울역으로 출근할 때마다 배 씨에게 빵 사먹을 돈을 쥐어줬다. 그에게는 남편과 아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족과 떨어져 노숙자로 지낸 그의 사연이 평소 매우 안타까웠다. 그러던 그가 몇 달 전부터 보이지 않더라. 그런 끔찍한 피해를 입었다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며 혀를 찼다.
이어 그는 “평소에도 남성 노숙자들이 호시탐탐 배 씨에게 접근했었다. 아마도 지적 장애를 앓고 있었기 때문에 접근이 쉬웠던 것 같다. 이번에 발생한 범죄도 배 씨의 그러한 처지 때문에 당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역 주변에만 해도 여성 노숙자들이 수십 명이다. 상당수가 장애를 앓고 있다. 배 씨와 같은 피해를 안 당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역 광장에는 남성 노숙자들 사이에서 여성 노숙자들이 띄엄띄엄 보였다. 장애가 있는 듯 보이는 한 여성 노숙자는 남성들에 둘러싸여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 여성은 남성들이 권하는 담배 한 대에 연신 좋아했다. 남성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배 씨의 사연 외에도 여성노숙자들의 피해담은 수두룩하다. 거리의 ‘도가니’ 상태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가해자 정 씨가 검거된 지 불과 며칠 뒤인 10월 3일 영등포에서는 여성 노숙자가 남성 노숙자에게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노숙자 이 아무개 씨(42)는 영등포공원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중 혼자 벤치에 앉아있던 여성 노숙자 A 씨(44)를 발견하고 그에게 접근했다.
만취상태였던 이 씨는 순간의 욕구를 참지 못해 A 씨를 덮쳤다. A 씨는 소리를 지르며 완강하게 저항했지만, 이 씨의 폭행에 가슴 등에 상처를 입고 제압됐다. 결국 끔찍한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이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 붙잡혔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광주 남구의 한 노숙자 쉼터에서는 한 남성 노숙자가 여성 노숙자를 살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강간 미수 전과가 있는 남성 노숙자가 같은 쉼터에 기거하던 한 여성에게 접근, 성폭행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우발적으로 살해를 한 것이다. 성범죄가 살인극으로까지 번진 안타까운 사례다.
또 지난 1월 부산 영도구에서는 부산역을 배회하던 20대 지적장애 여성 노숙자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50대 남성이 붙잡혔다. 당시 피해자였던 여성 노숙자는 가해자로부터 벗어나려 3층 높이의 건물에서 뛰어내리다 골절 등 중상을 입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었다.
이처럼 전국의 여성 노숙자들은 성폭행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시설에서 발생하는 장애인들 성폭행의 경우, 비교적 개선의 의지가 높다고 볼 수 있지만 거리의 여성 노숙자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상당수가 장애를 앓고 있고, 시설 입소를 거부하고 있는 터라 마땅한 보호책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기자와 만난 ‘드림시티 노숙자 센터’ 우연식 목사는 여성 노숙자 문제의 심각성을 강하게 토로했다. 우 목사는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5년 동안 미국 현지의 노숙인 재활센터에서 활동한 바 있다. 지난해 학위를 마친 그는 올해 4월부터 서울역 인근에 노숙자 센터를 차리고 다양한 구제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우 목사는 “물론 미국이나 한국이나 여성 노숙자들의 재활을 남성들보다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들 상당수가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 이러한 여성노숙자들 대부분 재활의지가 부족하다. 때문에 시설 입소를 원치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노천에서 기거하며 성폭행 등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 여러 여성노숙자 보호시설이 있지만 지원의 한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설에 2개월 이상 머물 수도 없다. 여성 노숙자 문제는 현실적으로 해결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5일간 성적학대를 당한 여성 노숙자 배 씨는 가해자 정 씨의 집에 감금된 상태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정 씨의 이웃들이 이유야 어찌됐건 배 씨가 감금된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단 하루라도 신고가 빨리 이루어졌으면 피해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배 씨는 주위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도가니’에 빠졌던 것이다.
현재 ‘광주인화학교사태’는 영화 <도가니>를 통해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실제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 들춰지지 않는 ‘도가니’들이 수두룩하다. 여성 노숙자 문제는 그 여러 가지 ‘도가니’들 중 가장 심각한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당국의 해결의지와 함께 여론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폐업 센터 ‘간판’ 바꾸고 운영 준비
▲ 피해 아동이 폭행으로 몸에 멍이 든 자국. |
글을 작성한 사람은 피해 아동의 어머니다. 피해 아동 어머니는 글을 통해 “지난 8월 10일에 노원○○센터 육 아무개 원장이 자폐성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본인의 아들을 무수히 폭행한 일이 벌어졌다. 결국 8월 22일, 노원구청에 재활치료 바우처기관 취소조치를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원구청(김성환 구청장)은 일련의 조사기간(8.22~9.4)를 거쳐 육 원장의 폭행사실을 인정해 센터의 재활치료 바우처기관 허가를 취소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다. 글에 따르면 가해자인 육 원장은 9월 7일자로 자진폐업 했으나 9월 14일께 새로운 이름의 센터를 개설해 대리 원장을 임명했다. 그리고 다시금 구청에 허가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간판만 바꿔 달고 다시 시설을 운영하겠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1170명의 자필 서명서를 들고 구청에 간담회를 요청, 9월 30일 구청장과 센터 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가졌다. 센터 측은 “센터가 실질적으로 매매됐다”고 주장했고, 구청 측은 실질 매매서류를 가져 올 경우 신청을 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이를 두고 구청과 센터 간의 ‘짜고친 고스톱’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이번 ‘노원구판 도가니’ 사건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오가고 있으며 구청의 사실상 재허가 조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사건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
전국은 분노의 도가니
▲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장애인들이 지난 5일 광주시청 앞에서 인화학교 폐교와 법인 인가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우선 영화를 본 국민들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광주인화학교’ 사건의 재수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리고 지난 9월 28일 마침내 경찰은 ‘광주인화학교’ 사건의 전면 재수사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경찰은 지능범죄수사대 5명과 광주경찰청 성폭력전문수사관 10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리면서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영화를 본 조현오 경찰청장 역시 “충격을 받았다. 어찌됐건 잘못됐다. 특별수사팀이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9월 30일에는 <도가니>가 국회 국정감사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광주시교육청 국감에서 ‘광주인화학교’ 사건은 당시 성폭행 사실을 외부에 폭로한 최사문 교사와 고효숙 현 광주인화학교 교장대행이 참석하면서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국감에서 최 교사는 학교의 사건 은폐시도와 양심교사에 대한 부당한 징계 등을 고발했고, 고 대행은 옹색한 해명을 늘어놓느라 진땀을 뺐다. 모처럼 여야 의원들이 합심하여 진행된 국감자리였다. 전국에 생중계된 일명 ‘도가니 국감’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또 당시 사건과 연루된 판사, 검사, 변호사, 경찰 관계자의 증언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면서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결국 지난 10월 3일 교육청은 추가 혐의가 드러난 교직원 6명에 대한 징계를 재단에 요구했고, ‘특수교육기관 위탁 지정’ 허가를 전면 취소했다. 사실상 폐교의 절차를 밟게 된 셈이다. 영화 <도가니>의 열풍이 실제 모델인 ‘광주인화학교’의 운명을 바꿔 논 것이다.
한편 <일요신문>은 지난 기사를 통해 학교 측의 학력인증 사기와 강제적인 노동력 동원에 피해를 입은 84년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0월 5일 광주시청 앞에서는 김용목 광주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 상임대표와 함께 당시 졸업생들이 참석해 교사 건축을 위한 노동력 착취와 허위 학력인증 피해에 관해 고발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광주인화학교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
의사가 간호조무사에 ‘몹쓸짓’
지난 10월 5일, 자신의 병원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는 간호조무사를 상대로 상습 성폭행한 50대 의사가 구속됐다. 사건을 담당한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의사 박 아무개 씨(50)는 지난 2003년까지 자신의 병원에서 일했던 간호조무사 A 씨를 상대로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A 씨의 집에 직접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피해자 A 씨는 박 씨가 성관계 장면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고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건은 지난 8월, A 씨가 박 씨를 폭행상해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폭행과 함께 수차례에 걸친 성폭행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현재 박 씨는 A 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