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성 자원봉사 문제를 다룬 영화 <섹스 볼란티어>의 한 장면. |
‘성 자원봉사’라는 단어는 2005년 일본에서 발간된 가와이 가오리의 <섹스 자원봉사>라는 책이 소개되면서 처음 언급됐다. 이후 2009년 조경덕 감독의 영화 <섹스 볼란티어>를 통해 성 자원봉사는 우리 사회에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후에 ‘섹스 자원봉사자’란 말은 ‘섹스 도우미’ ‘성 자원봉사’란 단어로 쓰이고 있다.
성 자원봉사의 개념은 파트너가 없거나, 있어도 스스로 성관계를 갖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성적 욕구 해결을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그 형태는 커플일 경우 파트너 간 성관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솔로 장애인의 경우 자위에서부터 직접적인 성관계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과 영화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성 자원봉사의 존재는 그동안 성 문제로 고민을 해왔던 수많은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많은 장애인들은 단어의 의미보다도 실제로 성 자원봉사가 존재하는지 그 실체를 궁금해 했다. 하지만 성 매매 자체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는 그 존재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성 자원봉사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짐작만 있을 뿐이었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극히 일부에 해당하긴 하지만 장애인 성 자원봉사는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현재 국내 성 자원봉사 수급상황을 살펴보면 수요(장애인)보다는 공급(도우미)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성 자원봉사 카페 게시판을 보면 성 도움을 요청하는 글보다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성 자원봉사 해드립니다’ 등의 성 자원봉사를 지원하는 글들이 더 많이 올라와 있다.
성 자원봉사 지원자들은 서울, 경기, 대구, 광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남성 도우미는 주로 여성 장애인의 성 자원봉사자가 되길 원했다. 간혹 남·여에 상관없이 봉사의 개념으로 성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글도 보였다.
기자는 성 자원봉사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과 직접 접촉을 시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상호간 신분이 확인되기 전까지 신분 노출을 꺼려해 전화통화보다는 문자 메시지를 선호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한다는 A 씨(27)는 기자가 여성 장애인으로 가장해 문자를 남기자 “여성분들을 위해서 도우미 해드립니다. 경기·수원, 인천·서울 가능합니다. 연락주세요”라며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를 전해왔다.
또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B 씨(34)는 “성 자원봉사 해 드립니다”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금액이 얼마냐’는 기자의 질문에 B 씨는 “5시간에 10만 원”을 제안했다. 더군다나 B 씨는 과거 성 자원봉사 경험까지 소개하는 적극성을 보여 왔다. 그러다 기자가 말을 돌리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급기야 B 씨는 “봉사 개념으로 무료로 할 수도 있다”고 전해왔다. ‘무료로 가능하다는 것이 의심스럽다’는 기자의 질문에 B 씨는 “봉사이기 때문에 돈을 안받겠다는 것이다. 그게 뭐가 이상한가”라며 반문했다. B 씨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급급해 하는 모습이었다. 이후에도 B 씨는 싫다는 기자에게 한동안 계속 문자 메시지를 보내와 귀찮게 했다. 장애인에게 봉사를 하겠다는 사람의 행동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 포털사이트 성 자원봉사 카페 게시판엔 도움이 되겠다는 남성들의 글이 많이 올라 있다. |
또 소문으로만 전해져 오던 직업여성들의 성 자원봉사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다. 자신을 트랜스젠더 성 자원봉사자라고 밝힌 아이디 ‘mint’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경기도권 출장 가능합니다’라며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한다는 것이었다.
일부 성 자원봉사들은 진정한 의미의 성 자원봉사의 개념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성적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구 경북 칠곡 지역에서 성 봉사를 한다는 C 씨(31)는 ‘성이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쾌락을 정상적인 사람하고 똑같이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 봉사란 걸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연락 남겨 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또 경남 양산에 사는 김 아무개 씨(34)는 ‘TV에서 보고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네요. 남자든 여자든 상관 안하구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장애인 활동보조 경험이나 장애인 봉사활동 경험도 없는 사람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 없이 성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는 개인의 성적 욕구를 채우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성 자원봉사가 불법이라 신분 노출을 꺼리는 성 자원봉사자들은 장애인 외에는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 모두 처음에는 기자가 장애인인 줄 알고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기자가 뒤늦게 신분을 밝히자 그런 일 없다며 잡아떼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는 이들 중 한 명과 전화통화를 통해 대화를 나눴다. ‘성 자원봉사 경험이 몇 번이나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에 거주한다는 최 아무개 씨(25)는 “성 자원봉사 경험이 있다는 말은 그냥 해 본 소리다. 사실은 경험이 없다”고 발뺌했다. ‘어떻게 알고 성 자원봉사를 할 생각을 하게 됐나’라는 질문에 최 씨는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통해 성 자원봉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주변에서 종종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사지 마비…혼자는 너무 힘들다”
성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장애인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성 도움을 원하는 장애인들은 과연 누구일까. 성 자원봉사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면 성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성 자원봉사들은 거의 남성들이었고, 성 자원봉사를 구하는 장애인들도 남성 장애인이 대부분이었다.
기자는 장애인 성 자원봉사자를 구하던 김 아무개 씨(45)와 지난 6일 인터뷰를 나눴다. 2005년 5월에 ‘경추척추관협착증’으로 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가 의료사고로 사지가 마비돼 말을 못한다는 김 씨는 메일을 통해 인터뷰에 응했다.
- 과거에는 어떻게 성생활을 해 왔고 현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 6년 전까지는 자위를 쉽게 했지만 지금은 어렵게 하거나 아예 못 한다.
- 평소 성적 욕구는 어느 정도 발생하는가.
▲ 아직 숫총각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약간만 야한 것을 보면 발기가 된다. 예를 들어 거리에서 여성들의 짧은 치마나 반바지만 봐도 가끔 발기가 될 정도다.
- 성적 욕구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 참거나 자위를 한다.
- 혹시 성 자원봉사를 직접 경험해 보거나, 주변의 사례를 들은 적이 있나.
▲ 들어 보았으나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 어쩌다 여성 성 봉사자를 자원하는 사람들에게 쪽지로 연락해 보면 회신이 없거나 얼토당토 않게 많은 돈을 요구했다. 주변 장애인 친구들은 비싼 비용(17만~18만 원)을 주고 사창가에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성 자원봉사에 관한 본인의 생각은.
▲ 불법인 줄 알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는 너무 힘들다. 자위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다.
- 장애인 성문화를 공론화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 장애인들의 성문화가 공론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의 성적 고통이 아예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이들은 환자취급하면서 ‘몸도 아픈데 그것까지 하려고’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듯이 장애인들도 성적 욕구를 느끼면 섹스를 하고 싶다. 단지 몸이 불편할 뿐이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