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M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각종 심각한 부작용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들. M 성형외과는 올해만 10여 건의 의료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0월 7일 한 성형수술 피해자가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피해자는 글을 통해 “미친 의사한테 3500만 원 상당의 수술을 받고 결국 장애인이 됐다. 부작용을 호소하자 담당 의사가 음란한 내용의 욕설을 퍼붓고 강제로 내쫓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진위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조회수가 6만여 건을 넘기는 등 인터넷상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글쓴이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성형외과로 강남 M 성형외과의원(M 의원)이 지목되면서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M 의원은 최근 여러 건의 의료사고 관련 소송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M 의원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의 최근 사진이 온라인에 속속 공개되고 있다.
‘전 여친 닮은 여성 환자만 골라 일부러 망가뜨린다더라’ ‘원장이 사이코패스라고 들었다’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명 ‘강남 사이코패스 성형외과 원장 사건’으로 불리는 M 의원 사건의 전말을 추적해봤다.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고 괴물 보듯 놀라서 도망간다. 의사를 죽이고 나도 죽고 싶다.”
최근 성형 부작용 후기글로 일약 화제의 인물로 부상한 글쓴이는 자포자기한 심경을 전하고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에 대해 M 의원 A 원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바람에 심적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허위 후기 글의 자극적인 내용 때문인지 네티즌들이 더 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최근엔 사이버 테러도 당하고 병원 손님도 뚝 끊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A 원장은 “처음 글이 올라온 블로그를 찾아내서 확인한 결과 글쓴이가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어린 학생이었다”며 “어린애가 3500만 원이나 들여서 성형수술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어린애 장난에 네티즌들도 함께 놀아나 안타깝다. 나중에 반드시 악성 댓글을 올린 사람까지 다 찾아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의 주장처럼 어린애의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석연찮은 점이 많다. 우선 M 의원은 올해에만 10여 건의 의료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확인한 소송건만 해도 5건에 달한다. 원고 측은 한결같이 A 원장의 수술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불미스러운 소문에 휩싸여 있는 A 원장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2~3년 전 A 원장과 함께 일했다고 밝힌 한 코디네이터 B 씨는 기자와 만나 “재직하던 당시 일주일에 1~2건 이상 환자로부터의 항의가 있을 정도로 A 원장의 수술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다”면서 “A 원장은 수술 결과가 나쁘면 무조건 환자가 수술 후 관리를 못한 탓이라며 환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에 격분한 환자가 항의하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음란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A 원장의 수술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A 원장은 타 병원 원장들에 비해 수술 시간이 약 2~3배 더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B 씨는 A 원장이 성형외과 전문의도 아니면서 능력 밖의 수술을 자주 벌여 환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요신문>이 대한성형외과의사협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A 원장은 국내 성형외과전문의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A 원장은 “나는 국제성형전문의 자격증이 있다. 의료법 상 엄연한 전문의 자격증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정을 안 해준다.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내가 선진국에서 따낸 훌륭한 자격증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때 A 원장의 병원 사무를 맡았던 C 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A 원장의 경우 매몰 쌍꺼풀 수술 등 간단한 수술은 결과가 괜찮은 편인데 수술이 복잡해지면 거의 실패했다. 누가 봐도 환자의 성형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 씨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A 원장으로부터 여러 종류의 복잡한 수술을 권유받은 환자들을 가끔씩 따로 불러내 ‘웬만하면 코볼도 줄이지 말고 복잡한 수술 같은 것은 다른 데서 하라’고 귀띔했다고 한다.
기자는 A 원장을 상대로 의료 사고 소송을 건 김 아무개 씨(여·46)를 만났다. 김 씨의 얼굴 상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그는 지난 2009년 A 원장으로부터 융비술, 이마 보형물 등 21가지의 수술을 권유받고 약 18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원래 김 씨는 코 수술만 받으러 갔으나 A 원장이 ‘전체적인 얼굴의 균형을 위해서는 다른 부위도 성형을 해야 한다’며 김 씨의 얼굴을 컴퓨터에 입력해 성형수술을 한 후의 가상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김 씨는 “A 원장이 ‘이 모습으로 100% 변화시켜주겠다’고 장담하자 뭔가에 홀리듯이 수술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수술 직전 친동생이 보호자 대기실에 왔지만 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쫓겨났다고 들었다. 보호자 한 명 없이 18시간 동안 강제로 수술을 당했다”면서 “수술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이상한 생각에 화장실을 핑계로 수술 중단을 요청했지만 ‘수술대 위에서 해결하라’는 A 원장의 말에 할 수 없이 수술실 바닥이 넘칠 만큼 소변을 봤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눈이 안 떠지고 콧구멍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해 숨도 쉬기 어려워요. 이마 윗부분은 대머리가 됐고요. 괴물처럼 변해버린 얼굴 때문에 죽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 12번도 넘게 해요. 남편은 이혼하자고 해요. A 원장을 죽이고 싶어요”라며 그동안 응어리진 속마음을 털어놨다.
기자가 A 원장에게 김 씨의 수술 결과에 대해 묻자 그는 “김 씨의 수술 전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비대칭으로 원래부터 이상했다. 내가 수술해줘서 그나마 괜찮아진 것이다”며 “수술 후 주의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줬지만 김 씨가 상처 딱지를 떼는 등 관리 부주의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A 원장의 주장에 대해 김 씨와 같은 피해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수술 직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의사 측의 수술 기술이 부족하지 않고서는 웬만해선 일어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A 원장에게 소를 제기한 또 다른 피해자 박 아무개 씨(여·48)는 “소송을 준비하면서 저 같은 피해자들을 만나보니 A 원장에게 걸리면 안 죽을 수 없겠더라고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얼굴이 되거든요. 제가 찾은 피해자만 해도 벌써 50명이 넘어요. 단순히 얼굴이 못 생겨지는 게 아니라 괴물처럼 변해 있었어요”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씨는 “자신을 버린 전 여자친구와 닮은 환자의 경우 더 심하게 얼굴을 망가뜨린다는 소문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2년 전 A 원장으로부터 가슴 확대 수술을 받은 후 우측 가슴부분이 부분 괴사해 향후 유방복원술 등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가슴을 잃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모아 지난해 M 의원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A 원장은 여전히 “정신병에 걸린 범죄 집단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항의하는 환자 한 사람당 병원을 상대로 절도, 폭행, 기물 파손 등 평균 100여 건 가까이 범죄행위 기록이 있다”며 “성형 결과에 만족하는 것은 주관적 기준이라 수술 실패의 여부를 따져내기 어렵다. 이런 점을 이용해 병원을 상대로 한 몫 잡아보려는 나쁜 사람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이와 관련해 민ㆍ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당한 절차가 이미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헛소문으로 고통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차라리 죽고 싶다…’
M 의원에서 성형 수술을 받은 후 부작용으로 인해 고통을 받다가 자살하는 이들이 많다는 소문도 무성히 나돌고 있다. 실제로 자살한 환자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아직 확인된 바 없지만 네티즌 사이서는 이미 ‘기정사실’인 양 자살설이 퍼지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M 의원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자살 시도를 한 환자들은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D 씨는 연극배우를 꿈꾸던 20대 중반 남성이었다. 그는 지난해 A 원장에게 코와 광대 수술을 받고 우울증에 걸렸다. 그는 수술 후 성형 관련 카페에 “다음 달 안으로 죽을 거다. 어떻게든 살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살겠다. 수면제 200알을 먹겠다. 내가 죽으면 그 놈(A 원장)은 더 큰 처벌을 받을 것이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그는 실제로 수면제를 먹었지만 해당 카페 회원들의 신고로 무사히 구출됐다고 한다.
또한 D 씨는 성형 관련 카페 대화방에서 또 다른 피해자 박 아무개 씨와 대화하는 도중 “수술 도중 A 원장이 하체 부분을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성추행을 당한 것 같다”는 다소 충격적인 말을 전하기도 했다. 공개적으로 자살할 것을 예고했던 D 씨는 한 차례 죽음의 문턱을 간신히 넘겼지만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M 의원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코볼이 6㎝ 이상 커지고 턱이 왼쪽은 사각턱, 오른쪽은 개 턱이 됐다는 한 여성 피해자 역시 얼마 전 한 사이트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후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그는 해당 글을 통해 “재건 수술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처음부터 작정하고 고의적으로 그런 것 같다.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이런 일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