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거나 내부 안 보여…“오는 환자 막지 않는다지만 접근 어려워” 비판도
논란이 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전문병원으로 알려진 곳을 가봤다. 일반적인 의원이라면 건물 외벽에 커다란 간판이 있고, 엘리베이터나 층별 안내도에 병원 이름 하나쯤 붙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해당 건물에서는 병원 간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어플)의 도움으로 어렵게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 A 의원은 병원이라기보다 사무실에 가까웠다. 같은 건물에서 자영업을 하는 B 씨는 “이 건물에 비대면 진료만 하는 병원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건물로 올라가니 큰 약국 앞에 작은 출입문이 보였다. 출입문에 의원 이름이 붙어 있고 안을 들여다보니 여느 병원과 달리 사무실 책상, 컴퓨터 등이 놓여 있다. 불이 꺼져 있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 병원 관계자에게 대면 진료가 가능한지 묻자 “오늘은 휴원이고 내일은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A 의원을 검색하자 ‘예약 환자만 진료 가능하며 5월 중 별도 공지 이후 진료가 시작될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해당 병원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 원장은 “대면 진료를 할 수 있게 세팅을 해놨고, 문을 잠근 적 없다”며 “표지판이 붙어 있으나 신생 의원이고 보기에는 허술해 보여서인지 아무도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다. 바로 옆에 유명한 내과가 있어서 거기로 가는 환자들이 많다. (우리 병원에) 오프라인으로 환자가 들어오신 적은 3월 18일 개원 이후 없다”고 답했다.
개원 이후 비대면 위주로 병원을 운영한 이유를 물었다. 이 원장은 “대학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일하던 중 건강이 악화돼 100m도 걷기 어려워졌다. 일을 그만두고 봉사 정도만 하며 지내던 중 2월 초에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게 느껴졌다. 비대면으로 코로나 환자 진료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비대면 진료 전문병원으로 알려진 곳을 찾았다. 역시 건물 외벽 어디에도 병원 간판은 붙어 있지 않았다. 병원 출입구에는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 위주로 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병원 안은 이제 막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텅텅 빈 모습이었다. 이곳 병원장은 “비대면 전문이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며 다음주부터 대면 진료를 할 예정”이라며 “코로나 상황 때문에 대면보다 비대면이 (환자가) 많으니까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비대면 위주로 진료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전문약국도 생겨나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약국은 앞서 찾았던 두 병원과 마찬가지로 건물 외관상으로 약국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건물 측면에 작게 ‘약’이라는 간판이 마련돼 있다는 점만 앞의 두 곳과 달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철문에 스마트 도어락이 달린 약국이 나왔다. 일반적인 약국처럼 안을 훤히 들여다보기 힘든 사무실 같은 모습이었다. 서울의 다른 배달전문약국 두 곳은 심지어 물류센터 내부에 위치해 있어 외부인은 출입조차 불가능했다.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비대면으로 조제하고 배송한다는 것은 편법적인 운영 행태”라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배달전문 약국은 대면서비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나 시설이 아니며 심지어 물류시스템 바로 옆에 조제 공간이 있어서 위생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부회장은 또 “오는 소비자는 막지 않는다지만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일반 의약품은 비치도 안 돼 있으며 처방전 조제 요청을 했을 때 응대할 수 있는 업무 시스템이나 인력체계도 없다”며 “이 같은 형태의 약국은 만들어져서도 안 되고 약사회 차원에서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약사회는 비대면으로 약이 배달되는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조 부회장은 “처방전은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가 담겨 있는 문서인데 배달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고 비급여 처방전의 경우 충분히 개인이 위조해서 약국에 제출해도 약국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배송 과정에서 약이 변질될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대면진료가 우선이고, 대면진료가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가 끝나면 원점으로 돌아가고 비대면 진료는 보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전문병원, 배달전문약국 모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복지부는 지난 4일 “구체적인 사례를 확인해 위반사항이 있다면 그 여부 등을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하겠다”며 “향후 비대면 진료 협의체를 구성해 비대면 진료 전용 의료기관과 배달전문약국을 방지하는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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