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퍼트 전 대사는 미국 민주당 진영에서 손꼽히는 지한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심복이기도 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미 해군 정보장교 출신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상원의원으로 재임 중인 시절 외교안보보좌관을 지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비서실장,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미국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 등 요직을 거쳐 2014년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주한 미국대사 재임 중 리퍼트 전 대사는 다양한 방면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쌓아올렸다. 리퍼트 전 대사는 스케줄이 없는 날엔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 경기를 수시로 관람한 한국 야구팬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원정출산’을 한 주한 미국대사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출생한 자녀 두 명에게 세준과 세희라는 한국식 미들네임(Middle Name·가운데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한 외교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은 정말 외교적으로 볼 때 아찔했던 순간”이라면서 “미국 대통령 대리인 격으로 한국에 파견된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을 당해 피를 철철 흘리며 밖으로 피신했는데, 정말이지 외교적 대형사고였다”고 돌아봤다.
피습은 경찰 및 경호인력이 손쓸 틈도 없이 찰나의 순간에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취재에 따르면 조찬포럼 중 벌떡 일어선 참석자 김기종 씨가 흉기를 들고 리퍼트 전 대사에게 뚜벅뚜벅 걸어갔고, 인사를 하려는 줄 알고 엉거주춤 일어섰던 리퍼트 전 대사는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 쪽을 공격당했다.

조찬포럼 당시 김 씨가 앉은 자리는 리퍼트 전 대사가 앉은 자리와 불과 5m 거리일 정도로 가까웠다. 돌발 상황이 일어난다면, 현장 인력의 발빠른 대응이 어려운 구조였다. 그러나 김 씨의 피습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 시인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ROTC통일정신문화원 정책실장 신분으로 참여한 이시연 씨였다.
2010년 개봉한 영화 레드(RED)는 은퇴한 전직 첩보원의 모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 제목 레드는 ‘Retired Extremely Dangerous(극히 위험한 은퇴자)’의 약자다. 이 씨 역시 극히 위험한 은퇴자라 불릴 만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업계에서는 ‘전설의 강철부대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이 씨는 현역 시절 아웅산 테러 보복 작전, DMZ XX XX 작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관 수색 작전 등에 투입됐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현지서 CIA 첩보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정보사 내부에선 오랜 기간 에이스 요원으로 불렸다는 후문이다.
2009년 예편한 이 씨는 은퇴 이후 ‘달을 쏜 저격수’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각종 작전에 투입되면서 느꼈던 감정을 글로 풀어낸 시집이었다. 이와 더불어 그는 각종 시민 안보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대한민국ROTC통일정신문화원 정책실장으로 세종홀 민화협 조찬포럼에 참석했다.

“김기종이 일어난 순간 나도 모르게 그를 따라갔다. 그가 칼을 휘두른 뒤 칼이 한번 더 위쪽으로 향했다. 틈이 보여 허리를 감싸 쥐었다. 그런데 허리가 완전히 감싸쥐어지지 않았다. 그때는 ‘아 이거 큰일났다’ 싶었다. 저 칼을 내가 맞으면 죽겠다 싶었다. 그래서 자세를 낮추고 속칭 ‘아스바리’라는 기술을 썼다. 안다리를 걸면서 상대방을 밀어 넘어뜨리는 기술이다. 김기종을 넘어뜨린 뒤 양팔을 잡아달라고 소리쳤다.”
이 씨 증언에 따르면 그가 양팔을 잡아달라고 소리친 뒤 함께 몸싸움을 벌이던 장윤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김 씨 등에 올라타 그를 제압했다. 이 씨는 “당시엔 매스컴에 잡히는 게 부담스러워 김 씨의 팔과 다리를 제압한 인력이 투입된 뒤 나는 뒤로 빠졌다”면서 “그런데 언론사와 방송사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당시 상황 관련 인터뷰를 요청해 결국 매스컴을 타게 됐다”고 했다. 이 씨는 “직접 흉기를 회수해 테이블 위에 올려 놨다”면서 “아무도 그 칼을 건들지 않더라. 25cm 정도 되는 과도였다”고 덧붙였다.

이후 리퍼트 전 대사는 이 씨 등 사건 당시 김 씨 진압에 도움이 됐던 이들을 초청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리퍼트 전 대사가 직접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미국 정부 측의 감사 표시는 계속됐다”고 이 씨는 말했다. 이 씨는 “당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방한해 사건 진압에 공을 세워 고맙다고 편지와 감사패를 줬다”면서 “이게 존 케리 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과 감사패”라고 보여줬다.

피습 사건 이후 리퍼트 전 미국대사는 한국과 더욱 깊은 유대감을 과시했다. 지금도 리퍼트 전 대사와 한국의 인연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에 따르면 세종홀은 현재 운영을 하고 있지 않으며 리모델링이 계획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모델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나 세종홀은 예정된 계획에 따라 휴업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